시조의 율려(律呂) 14

신 하여가

신 하여가 신타 일출에 가슴 뛰고 노을은 황홀하며 한낮엔 한가하고 꿈속도 꿈결이니 태어나 감사한 마음 하나로도 족하다 힘겨워도 지나가고 즐거워도 지나가며 오르막 있다 해도 능선길 또 있으니 마루금 오른 땀방울 산바람에 시원하다 사는 건 연극이요 죽는 건 막간이며 살아도 살아있고 죽어도 살아있으니 깨달음 그 위에 서서 충만한 기쁨이여

그 백구의 살신성인

그 백구의 살신성인 홍 준 경 전북 임실에 가면 오수獒樹라는 읍내가 있지 한 생원이 개 동무하고 인근 잔칫집 다녀오는 길, 낮술 취해 꽃잠 든 사이 쥔 양반 둔덕 곁에 봄 불이 몽개몽개 사르르 번져 주인이 타 죽게 된 거야, 동행했던 백구가 도랑물 몸에 적셔 쥔 양반 목숨 구하다 힘이 다해 그만 죽고 말았다지, 그 양반 잠깨 일어나 그 사실 알고 충견얘기 전하려 지팡이 비목 세워 장례를 치러 줬대, 그리하여 ‘개 오자에 나무 수야’ 비목에 움이 튼 게지 요즘은 개만도 못한 놈들 판치는 요지경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