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든 화단 새로 만든 화단 엊그제 옮겨 심은 목련 단풍 동백 그리고 화단 주위에 둘러쳐진 관목들 때맞춰 내린 유월의 장마비에 덮인 흙이 촉촉하다. 이들도 무엇인가 운명을 타고났으며 이 세상에 태어나 어쩌다 이곳으로 옮겨졌다 해도 어디에서든 때가 되면 목련은 청초한 봄을 피워내고 단풍은 가을을 붉게 .. 詩-그리고 또 2005.07.01
염라대왕 염라대왕 염라대왕 그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죄지은 영혼(靈魂)의 변명을 매일같이 들어야 하며 수많은 영혼의 아우성을 한시도 쉬지 못하고 들어야 하는가? 그는 왜 그 좋다는 천국에서 살지 못하고 살려달라며 지옥의 문 앞에서 발버둥치는 영혼을 심판해야 하는가? 그가 뭇 인간 영혼의 울부짖음에.. 삶과 믿음의 세계 2005.06.28
마음과 생각의 크기 마음과 생각의 크기 어느 날, 몸 지체(肢體)들이 비상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코가 일어나 말했습니다. "여러분!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에 우리 중에 혼자 놀고먹는 못된 백수가 한 놈 있습니다. 바로 저하고 제일 가까이 사는 입이라는 놈인데, 그 입은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는 혼자 다하.. 우리가 사는 모습 2005.06.28
무욕 (無慾) 무욕 (無慾) 평범한 사람들에게 욕심을 버리고 무욕의 삶을 살라고 가르치는 이들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큰 욕심을 갖고 살아간다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는 능력을 가지려고 애쓰거나 인간의 숙명을 벗어난 삶을 살고자 기구(祈求) 하는 마음이 돈 한 푼 더 벌려고 악착같이.. 삶과 믿음의 세계 2005.06.26
산삼 (山蔘) 산삼 (山蔘) 인적없는 산중에 자연스레 떨어진 몸 그늘지고 낙엽에 덮여 뿌리를 내리며 세월이 흘러 안으로 생명의 물이 고이고 때가 이르매 물이 생명을 살리게 되리라 땅의 온기와 하늘의 서기가 모이고 몸의 기운과 마음이 하나로 흐르니 해와 달이 번갈아 비추고 지나가며 비와 바람이 자리를 정.. 詩-그리고 또 2005.06.25
휘청거리는 아침 휘청거리는 아침 스물아홉이던 유월의 첫날이었다 막차를 놓친 나는 걷기 시작했다 네온사인이 빛나는 곳으로 새벽까지 깨어 있는 곳으로 그곳에는 여자들이 슬피 웃고 있었다 남자들이 기분 좋게 울고 있었다 술에 취해 사랑을 토하고 있었다 새벽이 오자, 구토의 흔적은 어둠과 함께 사라지고 또다.. 발표작 (詩, 수필) 2005.06.24
신(神)에게 감사 드릴 일 신(神)에게 감사 드릴 일 그대가 그대의 신에게 감사 드릴 일은 단 하나 '그대가 태어나 살고 있는 것'뿐이다. 그대가 태어나 살고 있는 것 외에 신에게 감사 드릴 일은 전혀 없다. 그 외의 일에 신에게 감사함은 불평불만 하는 것과도 같다. 신에게 감사 드렸던 일과 반대되는 일이 언젠가 일어나니까 .. 깨달음의 서 2005.06.24
마음의 평안(平安) 마음의 평안(平安)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듯 사람은 신(神)이 아니요 신(神)은 사람이 아니다. 깨달음이란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봄을 말한다. 그런데 인간의 이성(理性)은 감성(感性)의 귓가에 어느 때는 천사의 목소리로 어느 때는 악마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지금까지 인간의 감성은 이.. 삶과 믿음의 세계 2005.06.23
레커차 레커차 경광등을 번쩍이며 도로를 질주하는 레커차 날렵한 그의 움직임에 경의敬意를 보낸다 응급차보다 경찰차보다 더 빨리 내달리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운 생명을 먼저 구하고 이어질지도 모르는 사고를 미리 막고자 함이 아니라 돈 덩어리를 앞서 주우려는 마음이라면 레커차의 질주를 부르는 돈.. 詩-그리고 또 2005.06.22
아름다운 여인 아름다운 여인 까만색 구두, 까만색 7부바지에 까만색 웃옷을 입은 그녀는 까만색 손가방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가방으로 팔꿈치를 받치며 두 손으로 턱을 괴고는 살며시 눈을 감은 채 지하철 의자에 앉아 있다. 나는 우연히 맞은 편 의자에 앉아 그녀를 바라본다. 진주 목걸이와 휴대폰 줄을.. 단상 또는 수필 200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