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신비

신타나 2025. 4. 7. 07:30

신비 / 김신타


있음이 자유가 아니라
없음만이 텅 빈 자유
누릴 수 있음이다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제약이기 때문이다
자식과 부모가 그렇고 내 몸이 그렇다

내가 몸으로 살아있다는 것에
때로는 기쁨과 감사함 느낄 때 있지만
견디기 어려운 무거운 짐일 때 있지 않았는가?

그런데 희소식은
내가 바로 없음이라는,
없음의 있음이라는 점이다

내가 아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오감과 생각과 느낌으로 알 수 있지만
나라는 건 무엇으로도 깨달을 수 없는 신비

스스로 나를 알 수 없어도
내가 존재한다는 신비, 감사할 뿐이다
모르기에 오히려 더 담대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한

삶이 삶 아닌 것으로 이루어지듯
나는 나 아닌 것으로 이루어졌다

나 아닌 것으로 이루어졌기에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은
나일 수가 없음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내가 아닌 것은 아무것도 없으므로
몸과 마음으로는 알 수 없는 나

아무것도 없는, 없음의 있음이다
붙잡을 것도 놓을 것도 없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 " *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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