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소래포구 신타 2시간여 인천역에서 다시 소래포구역으로 그녀와 함께 하는 여행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았다 가을 전어와 새우구이 소주잔 속에서의 그녀 고백은 재회 직전 다짐한 굳은 마음이 만나는 순간 눈 녹듯 녹았다 한다 남도에서 기차로 서울까지 올라오면서 사이사이 나도 몰래 불안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지금은 소래포구, 소래가 무슨 뜻일지 몰라도 작은 기쁨이, 내 작은 사랑이 돌아온다는 뜻임에 틀림이 없다 신작 詩 2021.08.28
바람이 전한 가을 편지 바람이 전한 가을 편지 / 김신타 아무 때고 전화하고 문자 보내던 사람에게 연락하는 게 서먹해질 때 사방을 둘러봐도 하고 싶은 얘기 들어줄 사람 없을 때 나를 아는 사람이 아닌 내가 아는 사람 주위를 나는 맴돌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 꽃필 때는 봄날이지만 그가 타인으로 느껴지는 때 나의 계절은 무슨 빛일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모든 게 나를 위해서 일어나지만 쓸쓸함은 나의 가을을 걷고 있다 흩날리는 낙엽처럼 가을바람이 전하는 발신인 없는 편지에 [춘향문학 제 4집(2021년) 발표] 발표작 (詩, 수필) 2021.08.27
무아 無我 무아 無我 신타 불같았던 성정이 처서가 지난 여름처럼 그렇게 숙어 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가을이 오고 있음이다 더러는 여름부터 가을인 사람이 있고 가을임에도 늦더위가 무성한 사람이 있긴 하지만 이 모든 게 한바탕 연극이라면 스스로 쓰는 한 편의 소설이라면 어찌하겠는가 내가 없을 수 없지만 보이고 감각되는 모든 것이 하나의 환영이라면 어찌하겠는가 시간과 공간이 없는 무형의 내가 존재한다면 그대는 어찌하겠는가 무아란 내가 없음이 아니라 유형의 내가 허상이라는 뜻인 걸 신작 詩 2021.08.26
소나기 소나기 신타 말복이었던 날 햇볕이 따갑더니만 소나기가 쏟아진다 해는 반짝 떠 있는데도 갑자기 소낙비 내리는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에서인지 모르지만 참을 수 없는 갈증이었나 보다 육지였는지 바다였는지도 알 수 없는 한바탕 쏟아지고 나서도 세상은 다시 그대로다 내가 죽고 없어도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아무렇지도 않듯이 내가 없는 자리를 누군가는 슬퍼하길 바랄 게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를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채우자 모든 게 나를 위해서 일어나므로 나를 위해서 몸이 존재하고 일상이 닥쳐오며 신의 사랑이 있고 여름과 겨울이 있으니 신작 詩 2021.08.10
건강이 최고라는 믿음 건강이 최고라는 믿음우리는 흔히 건강이 최고라고 얘기하며 또한 대부분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게 나의 주장이다. 이는 우리가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몸과 마음의 건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믿음에 의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도 하고 그와 반대가 되기도 한다.건강이 참으로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건강이 우리가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 진짜로 중요한 것은 건강이 아니라 믿음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조차 잘 모른다. 이게 바로 잠재의식 또는 무의식이다. 생각으로 드러나는 현재 의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드러나지 않는 잠재의식 속의 고정관념에 대해서는 심지어 어떠한 .. 발표작 (詩, 수필) 2021.08.06
울창한 여름 울창한 여름 신타 아침 출근길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올여름 들어 처음 듣는 듯한 칠월 내내 울었을 터인데 팔월 초순에야 듣게 되다니 그동안 무엇을 들었던 것일까 자전거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에 귀가 멀었을까 출근 뒤의 일에 눈이 멀었을까 소리를 못 들은 게 아니라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리라 현재를 살지 못한 때문이리라 귓전에서 처음 맴돈 날 나의 여름이 울창해진다 매미 소리 길게 이어지고 신작 詩 2021.08.05
환절기 환절기 신타 팔월 하순, 여름의 기세는 한 풀 꺾였지만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그래도 사람들은 자꾸만 가을을 이야기한다 가을의 향기를 가불해 쓰고자 한다 불편했던 과거를 애써 지우려 하고 상상의 미래를 일부러 끌어당기려는 행복도, 그렇다고 불행도 아닌 현재를 살면서 현재를 벗어나고자 한다 강물은 흘러가지만 흐르는 강물은 영원하듯 현재라는 순간은 변하지만 변하는 현재는 영원한데 날마다 빛나는 아침 현재를 벗어나 상상의 미래와 과거의 기억에 안개처럼 머물고자 하는 것이다 신작 詩 2021.08.05
천둥 천둥 / 김신타 하늘이 울리는 듯한 천둥소리에 잠결임에도 문득 귀가 열리어 내가 잘못한 일은 없는지 다시금 되새겨본다 죽음이 아닌 목숨을 구걸하는 애처로운 인간의 단상單像*이다 신의 사랑을 무조건적이 아닌 조건적인 것으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의 군상群像이다 군상 중 어느 하나의 모습 천둥소리 그치고 나면 불안도 두려움도 모두 잊어버리는 꿈결에도 가슴 졸이며 몸의 수명을 스스로 주관하고자 하는 어리석고 애처로운 한 인간이다 60을 넘긴 나이임에도 여전히 내려놓지 못하고 목숨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내가 바라는 바 있으면서도 기꺼이 내려놓는 삶이고 싶다 불만스러운 속내일 때 있으나 감사하며 살아가는 삶이고 싶다 이것이면서 또한 저것이기도 한 나, 이율배반적인 나를 깨닫는 삶이고 싶다 * 단상.. 발표작 (詩, 수필) 202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