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72

이데아 IDEA

이데아 IDEA / 신타 삶이란 지금일 뿐이지만 이미 지나온 그 위에 서서 다만 앞을 바라보며 가는 것 어느 쪽을 바라볼지는 저마다의 선택이겠지만 바라보는 곳을 향해 가는 지금 삶이란 것도 관념 지난 자리도 관념이며 바라보는 앞도 관념인 몸으로 행한 것을 관념으로 기억하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일 뿐 관념이라는 무형이 기억되는 곳은 어디일까 다름 아닌 없음, 즉 무 無이다 관념이 기억되는 곳은 또 다른 관념 속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다 아무것도 없는 무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없음으로 있는 세계 있을 수밖에 없는 없음 우리 자신이자 동시에 지금 여기 텅 빈 침묵

詩-깨달음 2022.01.06

무비공 無鼻孔

무비공 無鼻孔 / 신타 동학사 강백이었던 경허선사가 콧구멍 없는 소 얘기를 듣고 나서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중노릇 잘못하면 요다음 생에 소로 태어난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 해도 다시 태어나면서 콧구멍 없는 소로 태어나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고는 무비공 무비공 외치며 방에서 뛰쳐나와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땅바닥을 뒹굴었다고 한다 깨달음의 기쁨에 겨웠던 것이다 콧구멍 없으면 코 뚫린 소처럼 끌려다닐 일이 없을 터이니 이게 바로 공 空이자 무아 無我 저마다 자신이란 아무것도 없음이기에

詩-깨달음 2022.01.05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 / 신타 내 의지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내 의지를 받아들인 신의 의지에 따라 몸이 움직여지는 것이다 자유의지란 앞에 놓인 길 중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하는 것일 뿐 내가 길을 만들어 가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내 뜻대로 이루어주심에 신에게 감사하는 것뿐이며 오로지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기도의 전부다 어둠 속에서 길을 찾고자 혼자서 헤맬 일이란 없으며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소망하는 바가 이루어진 모습에 다만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일 뿐

詩-깨달음 2022.01.02

응답

응답 / 신타 당신은 정녕 누구십니까? 나는 네 친구다 모든 이의 친구다 우리가 모두 친구다 네 마음이 내 의지를 가로채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통해 내 의지를 펼칠 것이다 고로 네 몸과 마음이 행하는 모든 생각. 말. 행동이 곧 내가 행하는 것이다 너는 나의 통로다 너는 나의 길이다 그리고 나는 네 자유의지다 사랑하는 친구여! 나는 네 길이 되어주고 너는 내 뜻이 되어주며 너를 통해서 내 자유의지대로 갈 수 있다니 정말 고마워! 친구여! 친구여! 사랑하는 내 친구여!

詩-깨달음 2022.01.02

텅 빈 침묵

텅 빈 침묵 / 신타 감각과 감정 그리고 생각 의지와 기억 또는 앎이 텅 빈 침묵에서 드러난다 물질 우주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이데아의 세계 바로 텅 빈 침묵이다 몸으로는 분명 있지만 우리는 몸뚱이가 아니라 보이지 않음일 뿐이다 보이지 않는 우리가 저마다 지금 여기 이렇게 몸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무아 無我라 함은 공 空조차 아닌 아무것도 없음이다 무아란 내가 없다는 게 아니라 무 또는 텅 빈 침묵이 곧 나라는 뜻임에도 오랜 세월 화두로만 남아 있다

詩-깨달음 2022.01.02

열매의 부활

열매의 부활 / 신타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시 태어난 생명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곳으로 부활한 땅속에 묻혀있다가 이제는 형체조차 사라진 씨앗에 담겨있지 않은 모습은 세상 어디에도 누구에게서도 없다 홀로 떨어진 씨앗 속에 한평생의 삶이 담겨있으며 태어남에서 죽음까지의 파도가 개봉관 영화처럼 이미 상영되고 있다 씨앗이 열매가 되고 처음엔 없었던 내 몸이 어머니 자궁에서 부활하며 새 열매를 부활시키기도 한다 우리도 한때 열매였음을 우리 앞에 펼쳐지는 바다가 열매가 부활한 것이라는 사실 이제부터라도 인정하도록 하자

詩-깨달음 2022.01.01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모노드라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신타 - 모노드라마 처음엔 자연스레 산은 산이며 물은 물이었으나 배우고 깨닫다 보니 내 몸뚱이가 내가 아니라는 것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산이 산이 아니고 물이 물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러나 세월이 흘러 깨달음은 깨달음을 가져오고 산이 산이며 물이 물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몸뚱이도 내 부분이며 나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보이는 것도 나일 뿐입니다 깨고 나면 사라지지만 꿈을 꾸는 세계도 소중한 나의 일부이며 내가 꿈을 꾸는 것입니다 나란, 꿈을 꿀 때도 꿈에서 깨어났을 때도 언제나 나이기 때문입니다 시작과 끝이란 없으며 모든 게 지금 여기일 뿐 나 아닌 것 또한 없습니다 우주에 가득하면서도 덩그러니 혼자인 채 스스로 미워하고 용서하며 사랑을 열연하는 모노드라마

詩-깨달음 2021.12.30

지금이 시작이자 끝이다

지금이 시작이자 끝이다 / 신타 온 적도 간 적도 없다는 터무니없는 말이 이해된다 모든 게 지금 여기일 뿐이라는 보였다가 더는 안 보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천 년 전에 있었던 일도 여기에서 일어난 것이다 모습이 사라졌을 뿐 그가 사라진 게 아니며 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다시 천 년이 지나고 내 모습 사라졌을 때도 여전히 시작될 지금 여기 늘 지금일 뿐이며 지금이 시작이자 끝이다 불생불멸 그리고 부증불감이다 냄새나면 더러운 것이고 향기가 나면 깨끗한 것일 뿐 후각이 아니라면 불구부정이다 태양은 도는 것처럼 보이고 지구는 오히려 고정된 듯한 모든 감각은 착각일 뿐이다 빛이 아니라면 볼 수 없으며 공기가 아니라면 들을 수 없고 허공이 없다면 냄새 맡을 수 없다

詩-깨달음 2021.12.29

몸의 마술

몸의 마술 / 신타 목숨줄 끊어지면 그만이다 추락하면 끝이다 싶었는데 연못에 떨어진 단풍잎 하나 여전히 물결 따라 출렁인다 영원히 살고자 하는 바람 잎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물결에 출렁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자라는 것은 늙지 않고 태어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익어가는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된 것일 뿐이다 태어남과 죽음이란 보이고 보이지 않음이며 눈에 보이다가 이제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 몸이라는 옷을 통해 보이고자 할 때가 있으며 옷을 벗고 떠나가면 보이지 않을 때 된 것이다

詩-깨달음 202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