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87

응답

응답 / 신타 당신은 정녕 누구십니까? 나는 네 친구다 모든 이의 친구다 우리가 모두 친구다 네 마음이 내 의지를 가로채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통해 내 의지를 펼칠 것이다 고로 네 몸과 마음이 행하는 모든 생각. 말. 행동이 곧 내가 행하는 것이다 너는 나의 통로다 너는 나의 길이다 그리고 나는 네 자유의지다 사랑하는 친구여! 나는 네 길이 되어주고 너는 내 뜻이 되어주며 너를 통해서 내 자유의지대로 갈 수 있다니 정말 고마워! 친구여! 친구여! 사랑하는 내 친구여!

詩-깨달음 2022.01.02

텅 빈 침묵

텅 빈 침묵 / 신타 감각과 감정 그리고 생각 의지와 기억 또는 앎이 텅 빈 침묵에서 드러난다 물질 우주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이데아의 세계 바로 텅 빈 침묵이다 몸으로는 분명 있지만 우리는 몸뚱이가 아니라 보이지 않음일 뿐이다 보이지 않는 우리가 저마다 지금 여기 이렇게 몸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무아 無我라 함은 공 空조차 아닌 아무것도 없음이다 무아란 내가 없다는 게 아니라 무 또는 텅 빈 침묵이 곧 나라는 뜻임에도 오랜 세월 화두로만 남아 있다

詩-깨달음 2022.01.02

열매의 부활

열매의 부활 / 신타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시 태어난 생명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곳으로 부활한 땅속에 묻혀있다가 이제는 형체조차 사라진 씨앗에 담겨있지 않은 모습은 세상 어디에도 누구에게서도 없다 홀로 떨어진 씨앗 속에 한평생의 삶이 담겨있으며 태어남에서 죽음까지의 파도가 개봉관 영화처럼 이미 상영되고 있다 씨앗이 열매가 되고 처음엔 없었던 내 몸이 어머니 자궁에서 부활하며 새 열매를 부활시키기도 한다 우리도 한때 열매였음을 우리 앞에 펼쳐지는 바다가 열매가 부활한 것이라는 사실 이제부터라도 인정하도록 하자

詩-깨달음 2022.01.01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모노드라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신타 - 모노드라마 처음엔 자연스레 산은 산이며 물은 물이었으나 배우고 깨닫다 보니 내 몸뚱이가 내가 아니라는 것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산이 산이 아니고 물이 물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러나 세월이 흘러 깨달음은 깨달음을 가져오고 산이 산이며 물이 물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몸뚱이도 내 부분이며 나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보이는 것도 나일 뿐입니다 깨고 나면 사라지지만 꿈을 꾸는 세계도 소중한 나의 일부이며 내가 꿈을 꾸는 것입니다 나란, 꿈을 꿀 때도 꿈에서 깨어났을 때도 언제나 나이기 때문입니다 시작과 끝이란 없으며 모든 게 지금 여기일 뿐 나 아닌 것 또한 없습니다 우주에 가득하면서도 덩그러니 혼자인 채 스스로 미워하고 용서하며 사랑을 열연하는 모노드라마

詩-깨달음 2021.12.30

지금이 시작이자 끝이다

지금이 시작이자 끝이다 / 신타 온 적도 간 적도 없다는 터무니없는 말이 이해된다 모든 게 지금 여기일 뿐이라는 보였다가 더는 안 보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천 년 전에 있었던 일도 여기에서 일어난 것이다 모습이 사라졌을 뿐 그가 사라진 게 아니며 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다시 천 년이 지나고 내 모습 사라졌을 때도 여전히 시작될 지금 여기 늘 지금일 뿐이며 지금이 시작이자 끝이다 불생불멸 그리고 부증불감이다 냄새나면 더러운 것이고 향기가 나면 깨끗한 것일 뿐 후각이 아니라면 불구부정이다 태양은 도는 것처럼 보이고 지구는 오히려 고정된 듯한 모든 감각은 착각일 뿐이다 빛이 아니라면 볼 수 없으며 공기가 아니라면 들을 수 없고 허공이 없다면 냄새 맡을 수 없다

詩-깨달음 2021.12.29

몸의 마술

몸의 마술 / 신타 목숨줄 끊어지면 그만이다 추락하면 끝이다 싶었는데 연못에 떨어진 단풍잎 하나 여전히 물결 따라 출렁인다 영원히 살고자 하는 바람 잎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물결에 출렁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자라는 것은 늙지 않고 태어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익어가는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된 것일 뿐이다 태어남과 죽음이란 보이고 보이지 않음이며 눈에 보이다가 이제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 몸이라는 옷을 통해 보이고자 할 때가 있으며 옷을 벗고 떠나가면 보이지 않을 때 된 것이다

詩-깨달음 2021.12.27

지리산 바람 소리

지리산 바람소리 / 신타 산길 따라 오르다 보니 산 위를 휘도는 바람 소리 귓가에서 여전히 사납고 앞지르는 등산객이 반갑다 어쩌다 뒤돌아보면 물고기 비늘 같은 눈발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침 햇살 소리와 함께 바람도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내가 산을 오르는 것임에도 바람이 내려오는 것만 같다 비스듬히 쓰러진 나무와 반듯이 서 있는 나무 사이 삐거덕대는 소리가 아프다 홀로 걷는 산행길 문득 스치는 내 안의 두려움 스스로 두려움이 두려워 저만치 내팽개치고 싶지만 어차피 저기도 내 안인데 두려움조차 받아들이자 그마저 따뜻하게 끌어안자 내가 지나는 이 길도 나무꾼과 약초꾼 다니던 길 산길이 되고 등산로 되었으리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산길 오르는 이 또 있어 지리산을 휘감는 바람 소리 노래가 되고 물이 되리라..

詩-깨달음 2021.12.27

삶의 행간

삶의 행간 / 신타 정상을 향하면서도 산길 오르며 보게 되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 또한 산행의 기쁨인 것처럼 행복을 향해 가면서도 행복에 대한 추구와 함께 삶의 행간을 읽어내려는 게 우리 삶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태어나 살면서 추구하는 풍요와 건강이 이미 주어졌음을 깨닫고자 삶을 선택한 게 아닐까 싶다 이러한 사실을 믿고 받아들여 자신의 삶에 기뻐하고 감사할 때 깨달음의 깊이 깊어질 것이며 행복과 행간이 우리와 함께하리라

詩-깨달음 2021.12.26

참회의 기도

참회의 기도 / 신타 내 앞에 내가 경건하게 앉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 자신에게 기도합니다 내 기도를 들어주는 이 다름 아닌 나 자신입니다 내가 스스로 기도하는 것입니다 남을 용서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며 남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내 안에 가득한 분한 마음 받아들이는 게 곧 나와 남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길입니다 분한 마음조차 받아들이고 나와 남을 모두 용서하며 부족한 이대로 사랑합니다 남과 같이 나도 실수를 하고 잘못을 범할 때 많음을 떠올려 실수하고 잘못한 나와 남 모두 사랑으로 감싸 안는 것입니다 그를 미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 안에서 그를 미워하는 마음 이제부터라도 갖지 않음입니다 스스로 괴로워하지 않음입니다 용서란, 그가 잘못을 고백하면 다만 받아..

詩-깨달음 2021.12.25

지족제일부 知足第一富

지족제일부 知足第一富 / 신타 내가 기준인데 겁낼 게 무엇인가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가 무엇이랴 내 운세를 날마다 내가 정하면 그만인데 내가 쓴 시에 독자가 없다면 시가 무슨 소용일까 내가 없다면 우주에 독자가 없다면 우주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물처럼 바람처럼 살고자 생각은 하면서도 우린 마음속에 멋진 동상을 세우고자 한다 오래 간직하고픈 무형의 상을 조각한다 나란 무형도 아닌 아무것도 없음이거늘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하거늘 오히려 무형의 집을 짓다니 집을 허물고 담장을 부수며 동상조차 없애자 무형의 상이 아닌 그림자 없는 빛이며 춤추는 침묵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곧 모든 것이자 전체인 아무것도 없는 내 안에서 모든 게 나온다 빛과 그림자 삶과 죽음까지도 엄청난 죽음조..

詩-깨달음 202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