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72

지리산 바람 소리

지리산 바람소리 / 신타 산길 따라 오르다 보니 산 위를 휘도는 바람 소리 귓가에서 여전히 사납고 앞지르는 등산객이 반갑다 어쩌다 뒤돌아보면 물고기 비늘 같은 눈발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침 햇살 소리와 함께 바람도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내가 산을 오르는 것임에도 바람이 내려오는 것만 같다 비스듬히 쓰러진 나무와 반듯이 서 있는 나무 사이 삐거덕대는 소리가 아프다 홀로 걷는 산행길 문득 스치는 내 안의 두려움 스스로 두려움이 두려워 저만치 내팽개치고 싶지만 어차피 저기도 내 안인데 두려움조차 받아들이자 그마저 따뜻하게 끌어안자 내가 지나는 이 길도 나무꾼과 약초꾼 다니던 길 산길이 되고 등산로 되었으리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산길 오르는 이 또 있어 지리산을 휘감는 바람 소리 노래가 되고 물이 되리라..

詩-깨달음 2021.12.27

삶의 행간

삶의 행간 / 신타 정상을 향하면서도 산길 오르며 보게 되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 또한 산행의 기쁨인 것처럼 행복을 향해 가면서도 행복에 대한 추구와 함께 삶의 행간을 읽어내려는 게 우리 삶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태어나 살면서 추구하는 풍요와 건강이 이미 주어졌음을 깨닫고자 삶을 선택한 게 아닐까 싶다 이러한 사실을 믿고 받아들여 자신의 삶에 기뻐하고 감사할 때 깨달음의 깊이 깊어질 것이며 행복과 행간이 우리와 함께하리라

詩-깨달음 2021.12.26

참회의 기도

참회의 기도 / 신타 내 앞에 내가 경건하게 앉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 자신에게 기도합니다 내 기도를 들어주는 이 다름 아닌 나 자신입니다 내가 스스로 기도하는 것입니다 남을 용서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며 남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내 안에 가득한 분한 마음 받아들이는 게 곧 나와 남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길입니다 분한 마음조차 받아들이고 나와 남을 모두 용서하며 부족한 이대로 사랑합니다 남과 같이 나도 실수를 하고 잘못을 범할 때 많음을 떠올려 실수하고 잘못한 나와 남 모두 사랑으로 감싸 안는 것입니다 그를 미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 안에서 그를 미워하는 마음 이제부터라도 갖지 않음입니다 스스로 괴로워하지 않음입니다 용서란, 그가 잘못을 고백하면 다만 받아..

詩-깨달음 2021.12.25

지족제일부 知足第一富

지족제일부 知足第一富 / 신타 내가 기준인데 겁낼 게 무엇인가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가 무엇이랴 내 운세를 날마다 내가 정하면 그만인데 내가 쓴 시에 독자가 없다면 시가 무슨 소용일까 내가 없다면 우주에 독자가 없다면 우주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물처럼 바람처럼 살고자 생각은 하면서도 우린 마음속에 멋진 동상을 세우고자 한다 오래 간직하고픈 무형의 상을 조각한다 나란 무형도 아닌 아무것도 없음이거늘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하거늘 오히려 무형의 집을 짓다니 집을 허물고 담장을 부수며 동상조차 없애자 무형의 상이 아닌 그림자 없는 빛이며 춤추는 침묵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곧 모든 것이자 전체인 아무것도 없는 내 안에서 모든 게 나온다 빛과 그림자 삶과 죽음까지도 엄청난 죽음조..

詩-깨달음 2021.12.23

지금 여기

지금 여기 / 신타 항상 지금입니다 항상 여기입니다 지금 여기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바탕 위에서 새로운 삶이 열리는 것입니다 삶이 언제 끝나게 될지는 누구라도 알 수가 없는 일이며 죽음을 먼저 예정하는 건 자살과 다를 바 하나 없습니다 태양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착각이라는 것을 오히려 지구가 돈다는 사실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습니다 삶이란 언제나 시작일 뿐이며 끝이란 단지 착각일 뿐입니다 닫힘이란 있을 수 없으며 있는 건 오직 열림입니다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삶이 시작될 뿐입니다

詩-깨달음 2021.12.22

열매와 씨앗

열매와 씨앗 / 신타 낮아진다는 건 비움이며 비웠기에 채워지는 것이다 비움이란 힘들게 지고 다니는 등에 진 짐을 내팽개치는 것이다 단 한 벌의 옷이며 단 한 대의 자가용이기에 아껴야 할 소중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인 건 아니다 묻힌 씨앗이 썩어 새싹으로 이어지며 몸의 죽음을 지나고 나면 1막에서 2막으로 이어지는 나란 텅 빈 침묵이자 아무것도 아닌 무 無이기에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기에 겨울 찬바람도 따뜻한 빛깔이다 사막에 비친 태양도 시원한 파인애플이다 허공을 가르는 칼이 되지 말고 둘을 하나로 묶는 영원을 향해 나가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아니라 이에는 물 눈에는 바람일 수 있음이다 한때는 네가 나였고 내가 너인 적 있었으며 어느 곳에서는 네가 나였고 내가 너였던 땅조차 ..

詩-깨달음 2021.12.20

행복의 기준

행복의 기준 / 신타 오늘처럼 행복했으면 날마다 오늘 같았으면 늘 소망하곤 했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임을 설익은 바램일 뿐임을 나는 이제 깨달았습니다 오늘처럼 행복하고 오늘같은 기쁨이라는 기준마저 사라지고 없는 평생을 애써 왔던 기준을 없애는 게 바로 행복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날마다 오늘입니다 날마다 오늘 같은 날입니다 기준을 세우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애써 세웠던 기준 애써 다시 허물어버릴 때 오늘은 날마다 행복한 날입니다

詩-깨달음 2021.12.19

호사다사

호사다사 / 신타 자기가 원하는 것만 받아들이면 호사다마 好事多魔 원하지 않는 것도 다 받아들이면 호사다사 好事多事 모든 것 다 받아들일 때 호사가 계속 이어지고 받아들일 것만 받아들일 때 이것저것 번갈아 일어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사랑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모든 것 다 원하고 있음이다 신에게 겸손하고 겸허해지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기적이자 신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믿자 신의 사랑 받아들이는 길이다 겁을 내어 선물을 골라서 받으면 호사다마가 될 것이고 주는 대로 무조건 고맙게 받으면 호사다사가 될 것이다

詩-깨달음 2021.12.18

현재란

현재란 / 신타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결코 끊어질 수 없는 단면 마치 영화 필름과 같은 필름과 같은 단면이 켜켜이 쌓인 퇴적층을 우리는 과거라고 부르지 단 한 순간의 멈춤도 없이 퇴적층 위에 새로운 퇴적물이 상영 중인 영화처럼 쌓여만 가고 어쩌거나 현재란 과거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퇴적물일 뿐이지 영화 필름처럼 감기는 게 아니라 퇴적층 위에 쌓인 걸 밟고 다니며 우리는 그것을 현실이라고 말하지 오늘의 현실 위에 또 다른 오늘이 덮이고 굳어져 퇴적층을 이루는 것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현실을 우리는 미래라고 부르곤 하지만 미래란 기대나 상상에 지나지 않는 불안하기 때문에 상상으로라도 잊고자 하는 현실도피라는 하나의 방편일 뿐이지 미리 계획을 세우지마 어차피 생각이 나야 하니까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행동을..

詩-깨달음 2021.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