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87

우주, 나를 위해 존재하는

우주, 나를 위해 존재하는 / 신타 맞은 편에 지나가는 사람 얼굴 왜 저렇게 생겼을까 하다가도 나를 위해서 저 모습이라는 생각 그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달라진다 가는 길을 막아놓은 차 왜 이리 세워놓았을까 짜증이 나다가도 나를 위해서 세워진 것이라는 생각 거기 세워진 게 아무렇지 않다 모든 게 나를 위해 존재하고 나를 위해 모든 일이 일어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미 내 할 일을 마친 셈이다 내면에서 바뀌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우주 곧 나인 것이다 내가 바뀔 때 내 앞의 현실까지 더불어 바뀌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모두가 함께

詩-깨달음 2022.01.11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불교의 공 사상이나 도교의 노장사상 또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 새겨진 글 때문에, 우리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야 두려움이 사라지며, 또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오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채로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먹고 마시며 잠자고 배설하고자 하는 욕망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이다. 거기에 정신적인 욕구까지 더해서. 물론 두려움이 없어졌을 때 우리는 자유를 느낄 수 있지만, 두려움을 없앤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내가 깨달은 바로는, 없애고자 하는 대상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고 오히려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바라는 게 없어야 하는 게 아니라 바라는 것도 바라지 않는 것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며,..

詩-깨달음 2022.01.10

나란, 기억에 지나지 않는

나란, 기억에 지나지 않는 / 신타 오직 모를 뿐이라는 말조차 아는 게 없을 순 없는 일 앎을 내려놓을 수 있고 비울 힘이 있어야 한다 본래면목이란 텅 빈 침묵 바탕이 드러나지 않는 바탕없는 바탕이자 아무것도 없는 근원 아무런 바탕이 없기에 모든 게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 가득한 나란, 하나의 기억에 지나지 않는 내가 만약 댓잎 소리라면 바람 소리는 들리지 않고 내가 만약 하늘빛이라면 파란빛은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알고 있는 사람은 같은 걸 새롭게 보거나 들으려 하지 않는다 기억하는 내가 있기 때문에 기억이란 가능성을 막아서는 스스로 문을 잠그는 문지기 나란, 기억에 지나지 않는 바탕조차 없는 근원이다

詩-깨달음 2022.01.08

사랑, 그곳에서

사랑, 그곳에서 / 신타 모든 걸 다 받아들인다 해도 바라는 바는 사라지지 않으며 나는 백지 또는 중도 위에서 내가 바라는 바를 선택한다 다 받아들이지 못할 때 나는 선택하는 게 아니라 쫓기거나 피하는 것이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들로부터 내가 피할 게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무엇을 두려워한단 말인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오직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선택한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바가 이루어질 것임을 나는 소망하고 기도할 뿐이다 기쁨과 사랑과 감사함 속에서

詩-깨달음 2022.01.08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신타 헤밍웨이 소설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제목 그대로 자문자답하고자 한다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릴까 집단도 개인도 아닌 모두를 위해 울릴 뿐이다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은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을 위해 존재한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모두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 것이다 무엇이 나를 위한 일일까가 아니라 나를 위해 일어나지 않는 일이 없다 휴대폰 메모리 용량 부족으로 화면이 꼼짝 않는 일이 생기는 것도 나를 위해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그러니 나를 위한 일 찾는 것도 나를 위한 게 아닌 일 찾는 것도 모두가 다 부질없는 헛수고일 뿐 모든 건 나를 위해 일어나고 있다

詩-깨달음 2022.01.06

해탈

해탈 / 신타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것도 아닌 아무것도 없는 게 해탈일 뿐 아무것도 없음이란 깨달음을 통해 알아가는 없음인 자신을 홀로 깨닫는 것 내가 본래 아무것도 없음인데 없음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일 없음을 자각할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이 무엇인지를 자각하는 것 일부러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저마다 자신을 기억하는 일이다 자신이 무엇인지를 기억하고 깨닫게 될 때 저절로 찾아오는 자유로움 깨달아 기억을 되찾는 일 나 자신을 깨닫는 것이며 그게 바로 해탈로 가는 길

詩-깨달음 2022.01.06

이데아 IDEA

이데아 IDEA / 신타 삶이란 지금일 뿐이지만 이미 지나온 그 위에 서서 다만 앞을 바라보며 가는 것 어느 쪽을 바라볼지는 저마다의 선택이겠지만 바라보는 곳을 향해 가는 지금 삶이란 것도 관념 지난 자리도 관념이며 바라보는 앞도 관념인 몸으로 행한 것을 관념으로 기억하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일 뿐 관념이라는 무형이 기억되는 곳은 어디일까 다름 아닌 없음, 즉 무 無이다 관념이 기억되는 곳은 또 다른 관념 속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다 아무것도 없는 무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없음으로 있는 세계 있을 수밖에 없는 없음 우리 자신이자 동시에 지금 여기 텅 빈 침묵

詩-깨달음 2022.01.06

무비공 無鼻孔

무비공 無鼻孔 / 신타 동학사 강백이었던 경허선사가 콧구멍 없는 소 얘기를 듣고 나서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중노릇 잘못하면 요다음 생에 소로 태어난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 해도 다시 태어나면서 콧구멍 없는 소로 태어나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고는 무비공 무비공 외치며 방에서 뛰쳐나와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땅바닥을 뒹굴었다고 한다 깨달음의 기쁨에 겨웠던 것이다 콧구멍 없으면 코 뚫린 소처럼 끌려다닐 일이 없을 터이니 이게 바로 공 空이자 무아 無我 저마다 자신이란 아무것도 없음이기에

詩-깨달음 2022.01.05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 / 신타 내 의지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내 의지를 받아들인 신의 의지에 따라 몸이 움직여지는 것이다 자유의지란 앞에 놓인 길 중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하는 것일 뿐 내가 길을 만들어 가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내 뜻대로 이루어주심에 신에게 감사하는 것뿐이며 오로지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기도의 전부다 어둠 속에서 길을 찾고자 혼자서 헤맬 일이란 없으며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소망하는 바가 이루어진 모습에 다만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일 뿐

詩-깨달음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