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바람소리 / 신타 산길 따라 오르다 보니 산 위를 휘도는 바람 소리 귓가에서 여전히 사납고 앞지르는 등산객이 반갑다 어쩌다 뒤돌아보면 물고기 비늘 같은 눈발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침 햇살 소리와 함께 바람도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내가 산을 오르는 것임에도 바람이 내려오는 것만 같다 비스듬히 쓰러진 나무와 반듯이 서 있는 나무 사이 삐거덕대는 소리가 아프다 홀로 걷는 산행길 문득 스치는 내 안의 두려움 스스로 두려움이 두려워 저만치 내팽개치고 싶지만 어차피 저기도 내 안인데 두려움조차 받아들이자 그마저 따뜻하게 끌어안자 내가 지나는 이 길도 나무꾼과 약초꾼 다니던 길 산길이 되고 등산로 되었으리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산길 오르는 이 또 있어 지리산을 휘감는 바람 소리 노래가 되고 물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