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72

산삼

산삼 / 신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도는 것으로 보이듯 새싹이 자라고 잎이 피는 것처럼 보일 뿐 태양이 도는 게 아니라 해서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도는 모습이 바로 허상인 것일 뿐 밖에 있는 게 안으로 모이는 것 처음엔 씨앗이었다가 한 톨 씨앗이 썩어 생겨난 몸뚱이가 허상이라 해서 내가 없는 것이 아니며 밖에 있는 것들이 내 안에서 하나로 연기되는 우주 산삼 한 뿌리에 땅의 기운이 담기듯 나란, 태양을 포함한 우주를 감싸 안는 중심 무형조차 아닌 아무것도 없는 무이며 아무것도 없음이기에 모든 것이기도 한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도는 것이며 무 無인 내가 아니라 보이고 들리는 게 환상인

詩-깨달음 2021.12.08

반석 같은 희망

반석 같은 희망 / 신타 비빌 데 없는 절망이 곧 바닥이며 아무것도 없는 바닥이 곧 반석이다 비빌 언덕조차 없는 절망이 바로 반석과 같은 희망이다 무엇인가 있는 게 희망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친 절망이 바로 반석과 같은 희망인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 그게 바로 나이자 무다 무란 아무것도 없음이며 아무것도 없음도 없음이다 나란 아무것도 없음이며 아무것도 없음도 없음이다 아무것도 없는 나이자 무에서 빛과 힘과 평안이 나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모든 것이다 무에서 우주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곧 아무것도 없음이며 아무것도 없음이자 무가 바로 우주 전체이자 신임을 깨닫자

詩-깨달음 2021.12.06

나는 신과 한패다

나는 신과 한패다 / 신타 너와 나 모여 우리가 되고 좋은 일도 신과 함께하며 안 좋은 일도 함께하는 우리는 신과 한 패거리다 우리가 머무는 곳 어디에나 언제나 신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 온 우주에 가득하지 않은 저만치 떨어져 있는 신이란 하나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신이라면, 무소불위한 신이라면 당연히 무소부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너와 나 우리가 밥 먹을 때도 함께하며 똥 눌 때도 늘 함께하고 목욕할 때도 함께하며 섹스할 때도 함께하지만 땀 흘려 일할 때도 함께한다 그는 내가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또한 내가 슬플 때 같이 슬퍼한다 나의 행복이 그의 기쁨이고 나의 괴로움이 그의 아픔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 나를 내세우는 게 곧 신한테 나를 내세우는 것이다 신과 비교하는 즉 다른 사람..

詩-깨달음 2021.12.04

받아들일 힘

받아들일 힘 / 신타 원치 않는 것조차 받아들일 때 우리에게는 힘이 생긴다 받아들이기 싫은 것조차 받아들일 때 모든 것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원치 않는 것 받아들일 때와 받아들이기 싫은 것 받아들일 때 스스로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받아들일 힘이 생겨나게 된다 원하는 것은 받아들이고 원치 않는 것은 멀리하는 건 문고리 잡고 있는 것과 같다 어느 것도 들고나지 못한다 원치 않고 바라지 않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조차 들고나는 걸 스스로 막고 있다 원하고 바라는 걸 이루려면 문 앞에 지켜 서 있지 말라 모든 바람이 지날 수 있게 마음의 문 활짝 열어놓아라 지금부터 열기만 하면 된다 닫혔던 마음의 문 열릴 때 원하는 것 들어오고 저절로 원치 않는 것 나갈 것이다 ..

詩-깨달음 2021.12.03

무소불위 무소부재

무소불위 무소부재 / 신타 상대적이지 않고 절대적으로 존재할 때 우리는 바람이 되고 물이 될 수 있다 살랑대는 봄바람일 때도 있으며 여름의 태풍으로 변하기도 하고 속삭이는 시냇물이기도 하지만 밀려오는 해일이 될 때도 있음이다 아무것도 없는 여기에 부드러움과 거친 쓰나미 여름과 겨울이 모두 담겨 있다 사랑과 두려움이 함께 아무것도 없는 여기에 담겨 있다 아무것도 없음이 전부다 무엇이라도 있는 게 상대이며 절대란 아무것도 없음이다 아무것도 없는 절대계에서 우주라는 상대계가 나온 것이다 그러니 우리 또는 나란 아무것도 없음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음이란 아무것도 없음조차 없는 것 희망뿐만 아니라 절망조차 붙잡지 않는 내려놓음이자 내맡김이다 스스로 자신을 의지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존재 상태다 아무것도 없음이 전부..

詩-깨달음 2021.12.03

나를 돌아보다

나를 돌아보다 / 신타 12월 초순 기온은 차지만 햇볕은 따뜻한 한낮 시장 옆 마트 들렀다가 부근 떡볶이집에서 어묵 사 먹는데 내 앞에 할아버지 한 분도 드시고 있다 혼자 생각에 연세깨나 드신 분이 애들 먹는 걸 사드시다니 하는 생각 문득 들어 나 자신을 돌아다 봤다 육십 넘은 나이에 길거리 음식 사 먹는 내 모습 어린 사람들 눈엔 낯설지도 모를 일이다 젊은 시절 회상하며 그 나이 때만이 아니라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의 나이 때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궁금증 참지 못하고 노인의 연세 여쭈어보니 팔십이라는 그가 곧 나일 것이므로 생각이 자유로운 사람이 되자 젊을 때만을 반추하는 외눈박이 물고기 되지 말고 유년과 노년, 삶과 죽음을 모두 바라볼 수 있는 계곡을 흐르는 폭포가 되고 산정에서부터 부는 바람이 되..

詩-깨달음 2021.12.02

보랏빛 사랑

보랏빛 사랑 / 신타 아침부터 눈 내리더니 바람 부는 한겨울이다 보랏빛뿐만 아니라 추위는 어디서 오는지 서쪽 하늘 쳐다봐도 간간이 먹구름 너머 노을만 아름답다 온기 남은 집안에 보일러부터 틀고는 아직도 밖에서 서성일 잠시 이웃들 생각해본다 추위도 굶주림도 신의 사랑이라는 믿음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린다 세상이 바뀌어 목화씨 숨겨오던 시대는 지났기에 설마 헐벗은 이웃은 없으려니 스스로 위로해본다 12월의 첫날 첫눈 온 날에 투명 플라스틱으로 옷을 만드는 세상이니 하긴 이만만 해도 풍요와 사랑이 가득하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은 것일 뿐 신의 사랑은 늘 보랏빛이다

詩-깨달음 2021.12.01

나란 무엇인가

나란 무엇인가 / 신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있는 걸까 산길을 걷는 것처럼 등성이까지는 삶이고 보이지 않는 산 너머 그곳은 죽음일까 삶과 죽음의 경계란 없는 걸까 지금 여기가 바로 삶이자 죽음일까 경계란 없으며 모두 하나의 바탕일까 몸이 아닌 내 안에 모든 것이 있으며 나란 몸과 달리 삶과 죽음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그 모두가 하나인 죽음이란 허상이며 나는 영원한 삶이자 존재하는 모든 것, 조건 없는 사랑 속에서 사랑으로 빛나는 무한한 생명의 빛

詩-깨달음 2021.12.01

물길 바람길

물길 바람길 / 신타 원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따로다 원하는 것은 원하는 것이며 받아들이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받아들이면서도 원하는 길로 갈 수 있음이다 어느 하나만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모두를 받아들이되 하나의 길을 가는 것이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일이 일어나지 않음도 아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날 뿐이며 모든 것을 받아들일 때 외려 내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진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때 텅 빈 샘에서 샘물이 솟고 물처럼 바람처럼 길이 된다

詩-깨달음 2021.11.29

텅 빈 바람

텅 빈 바람 신타 바람처럼 머물지 않는 내가 무엇인지 알고자 함은 머물지 않는 바람이자 내 안에서 부는 바람이다 나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나라는 것은 텅 빈 빛, 텅 빈 침묵 텅 빈 바람, 텅 빈 충만 보이지도 않는 바람이건만 텅 비었다는 건 또 무슨 소릴까 아무것도 없음이다 아무것도 없음도 없음이다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붙들고 싶은 게 살아있다면 그게 빛이든 침묵이든 바람이든 충만이든 붙잡고자 한다면 그것은 그대가 아니다 그것이 그대일 뿐 아무것도 잡지 않고 모든 것을 놓았을 때 그대는 의지할 것 하나 없는 텅 빈 빛, 침묵, 바람, 충만이 되리라 텅 빌 때부터 모든 게 샘솟으리라 텅 빈 곳에서 그대의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리라

詩-깨달음 2021.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