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87

지금 여기

지금 여기 / 신타 항상 지금입니다 항상 여기입니다 지금 여기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바탕 위에서 새로운 삶이 열리는 것입니다 삶이 언제 끝나게 될지는 누구라도 알 수가 없는 일이며 죽음을 먼저 예정하는 건 자살과 다를 바 하나 없습니다 태양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착각이라는 것을 오히려 지구가 돈다는 사실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습니다 삶이란 언제나 시작일 뿐이며 끝이란 단지 착각일 뿐입니다 닫힘이란 있을 수 없으며 있는 건 오직 열림입니다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삶이 시작될 뿐입니다

詩-깨달음 2021.12.22

열매와 씨앗

열매와 씨앗 / 신타 낮아진다는 건 비움이며 비웠기에 채워지는 것이다 비움이란 힘들게 지고 다니는 등에 진 짐을 내팽개치는 것이다 단 한 벌의 옷이며 단 한 대의 자가용이기에 아껴야 할 소중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인 건 아니다 묻힌 씨앗이 썩어 새싹으로 이어지며 몸의 죽음을 지나고 나면 1막에서 2막으로 이어지는 나란 텅 빈 침묵이자 아무것도 아닌 무 無이기에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기에 겨울 찬바람도 따뜻한 빛깔이다 사막에 비친 태양도 시원한 파인애플이다 허공을 가르는 칼이 되지 말고 둘을 하나로 묶는 영원을 향해 나가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아니라 이에는 물 눈에는 바람일 수 있음이다 한때는 네가 나였고 내가 너인 적 있었으며 어느 곳에서는 네가 나였고 내가 너였던 땅조차 ..

詩-깨달음 2021.12.20

행복의 기준

행복의 기준 / 신타 오늘처럼 행복했으면 날마다 오늘 같았으면 늘 소망하곤 했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임을 설익은 바램일 뿐임을 나는 이제 깨달았습니다 오늘처럼 행복하고 오늘같은 기쁨이라는 기준마저 사라지고 없는 평생을 애써 왔던 기준을 없애는 게 바로 행복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날마다 오늘입니다 날마다 오늘 같은 날입니다 기준을 세우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애써 세웠던 기준 애써 다시 허물어버릴 때 오늘은 날마다 행복한 날입니다

詩-깨달음 2021.12.19

호사다사

호사다사 / 신타 자기가 원하는 것만 받아들이면 호사다마 好事多魔 원하지 않는 것도 다 받아들이면 호사다사 好事多事 모든 것 다 받아들일 때 호사가 계속 이어지고 받아들일 것만 받아들일 때 이것저것 번갈아 일어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사랑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모든 것 다 원하고 있음이다 신에게 겸손하고 겸허해지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기적이자 신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믿자 신의 사랑 받아들이는 길이다 겁을 내어 선물을 골라서 받으면 호사다마가 될 것이고 주는 대로 무조건 고맙게 받으면 호사다사가 될 것이다

詩-깨달음 2021.12.18

현재란

현재란 / 신타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결코 끊어질 수 없는 단면 마치 영화 필름과 같은 필름과 같은 단면이 켜켜이 쌓인 퇴적층을 우리는 과거라고 부르지 단 한 순간의 멈춤도 없이 퇴적층 위에 새로운 퇴적물이 상영 중인 영화처럼 쌓여만 가고 어쩌거나 현재란 과거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퇴적물일 뿐이지 영화 필름처럼 감기는 게 아니라 퇴적층 위에 쌓인 걸 밟고 다니며 우리는 그것을 현실이라고 말하지 오늘의 현실 위에 또 다른 오늘이 덮이고 굳어져 퇴적층을 이루는 것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현실을 우리는 미래라고 부르곤 하지만 미래란 기대나 상상에 지나지 않는 불안하기 때문에 상상으로라도 잊고자 하는 현실도피라는 하나의 방편일 뿐이지 미리 계획을 세우지마 어차피 생각이 나야 하니까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행동을..

詩-깨달음 2021.12.18

무형의 공간

무형의 공간 / 신타 현실은 현재가 아니고 지나간 과거에 일어난 지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이라는 말 맞다 이미 닥친 현실은 과거에 일어난 일이고 아직 오지 않은 현실은 미래에 대한 상상일 뿐 현재란, 이미 과거에 일어난 일이 지금 내 앞에서 펼쳐지는 것이며 미래란, 지금 여기서 내가 행하는 상상이거나 기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내 앞에 나타나는 모든 게 바로 과거이자 현재이며 지금 내가 행하는 모든 상상이 바로 미래이자 현재일 따름이니 과거 현재 미래가 따로따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통째로 지금 여기 함께하는 것이다 생각으로 구분하는 것일 뿐 우리가 생각으로 구분하는 것일 뿐 시간은 어디에도 나뉘어 있지 않다 공간과 함께하는 보이지 않는 공간 수평선 아득한 무형의 공간인 것을

詩-깨달음 2021.12.18

지금 여기

지금 여기 / 신타 온 길을 돌아보아도 지난 일을 반성해도 언제나 지금 여기서 행하고 있는 것일 뿐 일을 해도 길을 걸어도 여행길에 나섰다 해도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일 뿐 지금 여기에서 잠들고 꿈을 꾸며 아침을 맞는 숱한 흔들림 속에서도 미동도 없이 흘러가는 이제는 그만 자각해야 할 안식과도 같은 보금자리 수없이 스쳐간 지금 여기 지금도 나를 스치고 있다

詩-깨달음 2021.12.17

첩첩 산그리메

첩첩 산그리메 / 신타 가까이는 어둠이지만 어둠의 절벽이지만 산그리메 너머엔 먼동이 터온다 붉은빛 가득 지금은 절망이지만 절망의 심연이지만 심연 깊숙한 곳엔 절망조차 없다 희망과 절망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모든 게 있기 때문이다 희망도 절망도 없을 때 절망처럼 희망이 피어오른다 어둠 속 절벽에 뻗은 나뭇가지 희망이라는 손을 놓쳤을 때 한 손으로 쥔 절망조차 놓아라 절망의 심연에서 희망이 먼동처럼 붉게 번져오리라 「사진 : 이흥재 사진작가 작품 촬영」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이흥재 사진전에서

詩-깨달음 202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