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72

도 道

도 道 / 신타 오줌의 어머니는 샘물이며 똥의 아버지는 진수성찬이다 더러움과 깨끗함은 내 몸에서 들고 난 것 내가 분별하는 것일 뿐 어떤 때는 몸 안에 있기도 한 구더기가 바로 내 몸일 수 있다 가까이하지 못하는 귀함이 아니라 누구나 가까이 할 수 있는 천함이리라 나는 오줌똥도 아니며 샘물과 진수성찬도 아닌 바람처럼 보이지 않을 뿐 분별이자 또한 받아들임인 꿈속 같은 없음의 있음일 뿐

詩-깨달음 2022.04.07

판단이 없는 세상

판단이 없는 세상 / 신타 판단이 없는 세상이라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자유로운가 판단이 없다고 해서 억지로 눌러버리지 않으며 저절로 일어나는 판단조차 거부하지 않고 수용하는 세상 생멸도 증감도 없으며 깨끗함도 더러움도 없는 오감을 통해 보이고 들리며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이는 세상 판단이 없는 삶이란 잡아 둘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오는 판단 막지 않고 가는 판단 잡지 않는 없음의 세상

詩-깨달음 2022.04.02

믿음으로부터의 자유

믿음으로부터의 자유 / 신타 눈에 보이는 믿음과 믿지 않는 믿음조차도 모든 게 착각일 뿐이며 다만 착각임을 깨닫게 될 때 믿음의 둥지를 벗어나는 새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다 믿음도 믿지 않음도 모두가 믿음일 뿐이며 믿음 없이 살 수는 없지만 환상임을 알고 믿을 때 하늘에서 눈송이 쏟아지듯 믿음대로 소망이 이루어지리라 보이고 들리는 세상의 모든 것 환상임을 아는 바로 그 자리에 믿음 따라 피어나는 소망의 꽃

詩-깨달음 2022.04.01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 신타 구름이 무상한 까닭은 멀리서 보기 때문이며 안에서 바라본다면 치열한 삶일지도 모른다 눈이 눈을 볼 수 없듯이 나는 나를 보지 못한다 스스로 나를 알기 위해 이 세상 태어났음에도 내가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살다 보면 남이 나를 더 잘 들여다볼 때도 있다 멀리서 보기 때문에 안을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늘 함께해도 나를 알지 못해 여전히 답답하다 여태껏 함께 살아오면서도 내가 나를 모르는 나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바로 나다

詩-깨달음 2022.04.01

영원한 무한

영원한 무한 / 신타 미물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 몸이야 우리는 흔히 자신과 자신의 몸뚱이를 혼동하곤 하지 나라는 것은 우리 몸처럼 먼지보다 작은 미물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끼는 물질 우주는 물론 형이상의 세계를 포함하는 텅 빈 침묵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란 없음에서 오감 즉 색을 비롯한 수상행식이 일어난다는 뜻이지 색수상행식 色受想行識이란 오감과 감정과 생각과 의지 그리고 기억을 뜻하는 말이며 이 모든 걸 합치면 마음이 되지 물질인 우리 몸뚱이가 미물일 뿐 당신이나 나나, 우리는 우주 전체야 유형과 무형이 함께 노니는 우주 전체! 그리고 전체란 가장 큰 하나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없음의 있음'일 뿐 없음만이 시작과 끝이 없는 영원한 무한일 수 있으니

詩-깨달음 2022.03.31

단풍이 노을에게 쓰는 편지

단풍이 노을에게 쓰는 편지 / 신타 파도의 출렁임을 받아들이는 바다가 되자 영화의 모든 장면을 받아들이는 스크린이 되자 내 앞을 지나가는 일상의 현실이 나를 위해서 일어나는 사랑의 현현 顯現이다 무위 無爲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내가 바로 무위임을 자각하고 체득함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떠오를 때 느낌대로 행하고 결과에 기뻐하는 것이다 소망하는 바를 내 손으로 이루는 게 아니라 소망까지도 내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두려움 때문에 무언가를 애써 생각하지 말자 애쓰지 않아도 일어날 일은 늘 일어난다 초심 初心이란 굳은 땅을 뚫기 위한 촉일 뿐 자라면서 꽃이 되고 향기가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초심이라는 새싹일 수는 없나니 씨앗을 잉태하는 향기를 내뿜어야 한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고 씨앗..

詩-깨달음 2022.03.30

생의 매듭

생의 매듭 / 신타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출발과 매듭이 있다 수선화는 알뿌리로 살구꽃은 열매로 사람도 마찬가지 꽃처럼 피어난 몸에서 사랑으로 만나는 암술과 수술 밤마다 매듭짓고 다시 출발하는 아침 어느 한 철이 아니라 날마다 피어날 수 있는 꽃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낮으로 생의 매듭은 어김없이 이어지고 마지막 매듭은 다만 보이는 꽃으로가 아니라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봄 보이지 않는 계절로 사라진다 수선화도 살구꽃도 여러 생을 꽃 피우는데 사람은 어찌 한 생으로 꽃 피우고 매듭지을까 겉모습을 달리할 뿐 끊임없이 피고지는 계절 사라질지라도 생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 영원

詩-깨달음 2022.03.28

얻음도 버림도 아니다

얻음도 버림도 아니다 / 신타 사람과 사건에 대한 축복과 허용 내면에서 일어나는 출렁임에 대한 기꺼운 받아들임만이 있을 뿐 얻을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세상 기꺼이 한 그루 나무가 되어 햇볕만이 아니라 비바람조차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가운데 오직 태양을 향하는 발걸음 안팎을 구분하지 않으며 스스로 철조망을 치지 않는 다만 영원히 성장하는 내면 꿈꾸는 나무일 따름이다 얻음과 버림이 없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 바위가 아니라 빼거나 더할 게 없을 뿐 늘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다 스스로 담을 쌓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모든 게 이루어지는 살아있는 우주가 만들어내는 물결치듯 출렁이는 매스게임

詩-깨달음 2022.03.28

처음부터 이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렇지 않았다 / 신타 지금의 나는 처음부터 이렇지 않았다 처음에는 꼿꼿하고 어린 새순이었다가 나를 지키기 위해 상처를 주는 가시였다가 스스로 흔들리고 떨어지는 상처 난 잎새였다 폭포 앞에서 떨다가 시내와 강을 지나고 흐르다가 머물고 다시 흘러 바다에 이르는 처음엔 파도였다가 지금은 심해에 이르렀다 언제든지 다시 파도칠 수 있는 바닷물일 뿐인 다만 스스로 아름다움을 꿈꾸고자 하는 나그네 나 자신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가는 길에 서 있다 타인 등 외부로부터 나를 지키는 성벽이 아니라 안에서 밖으로 흐르는 사랑의 샘물 되고자 하는

詩-깨달음 2022.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