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11월 가을, 11월 자란 김석기 갈대숲 노랗게 물드는 11월 그가 진실로 가을이리라 찬바람에 옷깃 세우게 함은, 짙은 가을빛 위한 고뇌이며 겨울을 예비케 하려 함이리라 시월이 가을의 동생이라면 11월, 그는 홀로 늙는 누님이어라 겉모습은 풍파에 씻긴 바위라 해도 속 깊은 정 여전한 내 누님이요 당신은 가.. 발표작 (詩, 수필) 2005.06.04
술 술 김석기 술을 마시려 한다 술로써 빈 마음을 채우며 시간의 한 부분을 잘라내고자 한다 구부러져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신작로의 끝처럼 기억이 머물지 않을 시간의 끝까지 술과 함께 얘기하고 싶다 깨어 있어서 좋았던 때 다시 올지라도 이 순간은 술에 취한 기쁨 함께 하고 싶다 살아 .. 발표작 (詩, 수필) 2005.06.02
아랫목 밥 한 그릇 아랫목 밥 한 그릇김석기 집 나간 자식 생각하며 아랫목에 밥 한 그릇 묻어 둔다 아무 일 없기를 물 한 그릇 정성 들여 빈다 한마디 말도 없이 글 한 줄 남김없이, 덩그러니 빈 그 새벽부터 어미는 날마다 밥 한 그릇 가슴에 묻는다 덩그러니 빈, ****************************** 월간 <문학바탕>.. 발표작 (詩, 수필) 2005.06.01
나의 친구이므로 나의 친구이므로 죽음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힘겨운 우리에게 그는 편안한 휴식과도 같으며 새로운 아침을 여는 창문과도 같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삶이다 이미 이루어진 것을 흰 눈으로 덮는 것도 순수하지만 비록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색깔일지라도 창조하는 일은 더욱 위대하기 때.. 발표작 (詩, 수필) 2005.06.01
천자봉에서 천자봉에서 빨간 산불방지 재킷을 입은 아저씨가 검정 비닐봉지를 손에 든 채 비틀거린다 오월의 푸르름에 취했나 보다 비닐봉지 안에는 양은 도시락과 젓가락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가 천자봉에 있는 시간은 기다림이다 나타나서는 안 될 산불을 기다리고 있으며 동사무소에서 나올지도 모르는 .. 발표작 (詩, 수필) 2005.06.01
아카시아 사랑 아카시아 사랑 건물 3층 복도 난간에서 아카시아잎 줄기 하나를 따 손에 쥐고는 가지런한 푸르름을 들여다본다 잎은 꽃을 찾고 꽃은 향을 부르며 아카시아향은 오월을 낳고 오월은 새로운 계절의 이름으로 태어난다 바람은 코끝에 묻어 멀리에서도 향기로 다가오며 향기에 묻힌 나는 지.. 발표작 (詩, 수필) 2005.06.01
지게차 지게차 나도 갈 길이 있다 가야만 하는 길이 있어 8차선 도로 위를 달린다 뒤따라 오는 차 답답할지라도 다른 길로 갈 수가 없다 앞질러 가도 괜찮다 동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욕하지는 말라 가는 길은 더디지만 때가 되면 다다른다 늦게 가도 내가 할 일이 있으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 발표작 (詩, 수필) 2005.06.01
아름다움과 추함 아름다움과 추함 삼월의 끝자락에서 개나리는 환한 웃음으로 눈짓한다 동백은 눈이 짓무르고 어두워지는데 봄이면 처녀의 치마폭은 봄바람에 가득하다 세월의 주름살엔 서러움이 깊어지는데 누가 오는 봄을 막을 수 있는가 누가 아름다움을 눈치 없다고 하는가 누가 시들어짐과 늙어감.. 발표작 (詩, 수필) 200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