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리고 감사 생명 그리고 감사 김석기 생명은 생명을 먹어야 생명을 지킬 수 있지만 나에게 배고픔의 고통을 없애주고 내 생명을 이어주는 음식을 먹기 전에, 서두르지 말고 한 번쯤 되돌아보자. 상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는 생명이었을 음식 자체와, 생명을 키우고 잡는 농부와 어부들 음식.. 발표작 (詩, 수필) 2009.07.22
오월의 빗속에서 오월의 빗속에서 김석기 비가 내린다 봄 내내 가물었던 기억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산과 들과 바다에서까지 푸르다 못해 하얀 비가 몹시도 내린다 먹고사는 일에서 벗어나 보려는 서투른 몸짓 때문이었을까?... 결국 카드 대금을 끝내는 막지 못하고 신용회복위원회라는 낯선 이름을 .. 발표작 (詩, 수필) 2009.05.25
벚 꽃 벚꽃 김석기 그대 봄처럼 피었다 진다해도 서러워 말라 내내 피어 있다 한들 누가 그리 반길까 한때 일지라도 그대 보고자 멀리서도 찾아오지만 태양과 별이 빛나고 세상은 늘 아름다워도 기뻐 노래하는 이 드물지 않던가. 그대 봄처럼 피었다 진다해도 서러워 말라 눈이 시리도록 푸르.. 발표작 (詩, 수필) 2009.04.25
워낭소리 워낭소리 김석기 꼴 베다 먹이기 어려워 봉화장에 내다 팔려니, 소와 함께 30년의 세월 보낸 할배도 울고 팔아 없애자고 성화부리던 할매도 울고 사람으로 치면 백살이 넘는 소마저 운다 100만원도 안 되는 소값 500만원 줘도 안 판다며 억지부려 도로 데려 오는 소처럼 절름거리는 할배, 남.. 발표작 (詩, 수필) 2009.02.26
동지가 지나고 이제 동지가 지나고 이제 김석기 찬바람 드나들지 못하도록 공장 모퉁이 기대서서 마른 점심시간을 편다 바다 밑 물고기처럼 겨울은 여전히 깊고 납작하며 얼음처럼 투명한 햇빛이 마당에 엷게 깔려 있다 동지가 지나고 이제 태양도 가까이 다가오리니 머잖아 한 자락 편지 되어 그대에게 가.. 발표작 (詩, 수필) 2009.02.12
마진 터널 벚꽃길을 지나며 마진 터널 벚꽃길을 지나며 김석기 오늘은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지요. 사실은, 늘 다니는 큰길이 아닌 옛날 길로 말입니다. 마침 일요일이기도 해서요. 20년 전만해도 왕복 2차선인 이 길로 벚꽃구경 하러 오는, 봄나들이 관광버스며 화물차며 모두 다니던 길이었는데 4차선도로가 새로 난.. 발표작 (詩, 수필) 2009.01.13
추억으로 가는 배 추억으로 가는 배 오늘은 그대로 가을이어라 따스한 햇볕 시원한 산들바람 텃새도 철새들과 어우러져 물가에서 노닐고 물 위에 뜬 모래밭에 밀밭같이 자란 노란 갈대숲 빛나는 계절은 추억으로 가는 배 어둠 속 추억은 밤물결에 흐르는 눈물 가을볕에 마지막 한 방울의 눈물마저 빼앗긴, 낙엽을 위로.. 발표작 (詩, 수필) 2008.10.29
가을 아침 가을 아침 어느 날 우연히 지나는 예전부터 알았던 길, 은행잎 떨어진 거리를 지나며 줄지어 선 은행나무 가로수 사이에 있는 가을을 주워든다 가을에 쓰인 낭만을 읽는다 가을이 날리는 쓸쓸함을 바라본다 가을 아침, 밤사이 내린 이슬에 젖는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벌어진 듯 눈앞에 펼쳐진 은행.. 발표작 (詩, 수필) 2008.10.25
지구(地球) 여행 지구(地球) 여행 김석기 버스를 타고 가는 시골길에는 나무들의 푸르름이 스쳐 지나가고 주변의 풍물이 가까이 보이므로 내가 지금 버스를 타고 간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도 <지구라는 버스>에 여전히 타고 있으며 어디론지 계속 가고 있다는 사실은 .. 발표작 (詩, 수필) 2007.08.26
빛바랜 노트 빛바랜 노트 김석기 시간의 단위와 십진법의 단위를 혼동하는, 초등학생 딸아이 앉혀 놓고 30점 맞은 수학문제 푸노라니 나도 모르게 높아지는 목소리에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 어제는 90점 맞은 사회 시험지 들고 와서 어디에 두느냐며 자랑스레 내보이던 딸아이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 발표작 (詩, 수필) 2007.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