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88

토끼

토끼 / 김신타 책에 쓰인 '토끼'라는 글자가 생경하다 이것이 귀가 크고 하얀 동물을 뜻하는 단어가 맞는가? 맞춤법에는 맞게 써진 걸까? 동사 '토끼다'는 '토끼'라는 명사에서 파생된 것일까? 그렇다면 '도끼'는? 무심코 지나쳐 온 내 삶을 낯설다는 듯 토끼가 귀를 쫑긋거린다 당연하게 다가오던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때 익숙했던 것들이 태풍에 뒤집힌 바다처럼 새로울 때 토끼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하얀 토끼로 연상되지 않을 때 나는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토끼처럼 다니던 길로만 뛰어가는 것이 아닌

소사 생태길

소사 생태길* 김석기 천자봉에 걸린 석양 바라보며 굽이치는 산길을 걷던 그곳에 보랏빛 들국화 하나 가시처럼 아프다 새털구름 칠해진 하늘 올려다본다 오솔길 지나 숨어 있던 피라칸다 열매 붉은 12월의 오후에 열린 길마다 산 너머 걸린 햇살이 포근하다 눈부시지 않은 빛나는 어머니다 낙엽이 되어버린 떡갈나무 잎 사이 솔잎은 여전히 푸르고 바다를 향한 마음은 변함없는데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길에서 해는 지고 노을만 붉다 잔돌 함께 덮인 솔잎마저 정다운 땅거미 내리는 소사 생태길 엷은 고동색 그 품에 누워, 안기고 싶다 ★ 소사 생태길 -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천동과 웅동동 사이에 있는 산길 (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