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23

배고픈 소크라테스

배고픈 소크라테스 / 김신타 나는 혼자서 생각했다 동물의 사전엔 고뇌가 없을 거라고, 상대가 눈에 띄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지 못할 거라고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 라는 말을 들으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인간 역시 불행은 멀리하고자 하며 행복만을 가까이하고자 한다 배부른 돼지가 롤 모델인 것이다 행복 속에 불행이 들어있음과 불행 속에 행복이 들어있음 또한 모두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리라 타인의 행복한 웃음 속에서 그들의 불행했던 과거를 볼 수 있어야 하고 타인의 지금 불행 속에서 그들의 행복한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하리라 불행이 접지되지 않은 행복이란 번갯불에 언제 타버릴지 모른다 내 행복을 땅으로 흘려보내라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하라 불행도 그렇지만 행복을 멀리할 필요..

신작 詩 2023.09.03

팔월

팔월 / 김신타 마지막 날에도 냇물이 쏟아진다 어제도 비가 내렸지 물은 다시 불어나 징검다리 지금도 잠긴 채 매미 소리 여전히 귓가에 쨍하다 누구나 왕자로 태어났지만 기쁘게도 우리는 거지가 되어 살아볼 수 있음이다 거지에서 왕자까지 종소리는 넓게 울려 퍼지고 팔월 마지막 날, 이윽고 다가온 길 쓸쓸한 허공에 걸쳐둔 시선 나는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여름 한때 물결 되어 흘러갈 뿐

신작 詩 2023.08.31

당신이 있든 없든

당신이 있든 없든 / 나신타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유형이기도 하고 무형이기도 한 나는 그래서 인간이기도 하지만 신이기도 하다 내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나는 유형이자 무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영원히 존재하는 생명이다 거시적으로는 유형이지만 미시적으로는 무형일 수도 있는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신이자 인간이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나는 늘 지금 여기 존재한다 당신이 있든 없든 늘 지금 여기

신작 詩 2023.08.27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 나신타 동영상 듣다가 글을 읽다가 혼자 눈물 흘릴 수 있음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가까운 친구이거나 설령 애인이라 할지라도 그가 나와 같지 않으므로 내 눈물의 이유를 찾고자 한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지금의 감정을 느끼는 게 좋다 옆에 있는 사람 신경 쓰지 않고 내 감정에 오롯할 수 있어서 좋다 어쩌면 동영상이거나 글 속 화자의 감정과 내 감정이 둘이 아닌 하나가 되는 순간이며 이게 바로 우리가 하나라는 징표가 아닐까 몸과 마음으로는 눈송이처럼 서로가 다를지라도 인드라망으로 얽혀진 우리 모두 하나라는 뜻이 바로 이것이리라 나 자신과 이웃인 우리 모두 그리고 우주 만물에 대한 사랑, 사랑에서 비롯되지 않은 게 없다 사상이든 종교의 경전이든 진리란 내 안에 있을 뿐이다 이성이 ..

신작 詩 2023.08.25

소금이 없는 세상

소금이 없는 세상 / 김신타 고통의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다시 올지라도 반가이 맞으렵니다 고통이 있어야만 행복도 있으니까요 고통이 없는 행복이란 소금이 없는 세상이겠지요 고통과 더불어 사는 세상 지금 살고 있으며 또한 앞으로 살아가야 할 행복과 함께하는 우리의 세상입니다 내 몸이 내가 아닌 것처럼 몸의 고통이 내가 아닙니다 나란 몸 위에 둥둥 떠 있는 보이지 않고 볼 수도 없는 다만 존재하는 있음입니다 지금은 고락 苦樂과 함께하는 나 언젠가 몸이 사라질지라도 행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갑니다 나는 몸이 아니라 무형의 있음이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내가 있다는 사실 참으로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이고 느껴지는 오감 五感의 대상이 아니라 오로지 영감 靈感으로 느낄 수 있는 아무것도 없는 내가 바로 나입니다

신작 詩 2023.08.02

사랑의 생각

사랑의 생각 / 김신타 내 앞에 보이는 것들에 감사한다 앞으로도 필요할지는 잘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도움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마시는 술에 감사하며 또한 감사하는 나를 생각하며 감사한다 배고픔의 고통을 없애주는 매끼의 식사에 늘 감사해야겠다 의무나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마음속 깨달음에서 앞으로 나는 감사기도를 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행복을 기꺼이 상상하며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고통 또한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이련다 고통은 행복으로 가는 이정표이기에 내가 싫은 것은 거부하고 저항하며 좋은 것에만 가까이하려는 어리석음 버리고 모두를 받아들이는 사랑의 생각이 되어야겠다 사랑이란 몸으로 하는 것이거나 돈과 같은 물질로 하는 게 아니라 사랑의 생각이 흘러넘치는 것이다 생각 속에서 사랑이 흘러넘칠 때 애정도 자비심도..

신작 詩 2023.08.02

고통 그리고 태양초

고통 그리고 태양초 / 나신타 망사 매트 위에 널린 홍고추 날마다 속이 투명하게 빛난다 내 키만큼 올라오는 매운 냄새 장마가 끝난 팔월의 햇살에 겉이 아닌 속에서부터 익어간다 붉고 매운 고춧가루는 어쩌면 태양 셀로판지를 가루 낸 것일지도 맵거나 쓴 것을 먹고 마시듯이 행복이란 고통을 즐기는 것이다 여름 한낮 파도타기가 그렇고 눈 내리는 겨울철 스키 타는 게 그렇지 아니한가 고통조차 받아들일 때 행복이라는 파랑새가 거기 있다 그러므로 고통을 거부하지 말라 행복을 수용하는 것처럼 수용하라 고통을 겁내지 않고 친구 삼는 것 바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고통이란 행복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속품에 해당한다 쓰디쓴 커피 또는 한약일지도 자기가 좋아하는 기호품 또는 몸에 좋은 약으로 생각할 때 고통은 우릴 행복으로 ..

신작 詩 202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