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11

깨달음과 사랑

깨달음과 사랑우리가 깨닫고 나면 중생에서 부처가 되는 것이지, 중생에서 깨달은 중생이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부처든 신이든 절대 존재는, 둘로 나누어져 있지 않으며 전체인 하나일 뿐이다. 깨닫기 전에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깨닫고 나면 분리된 자아라는 건 없고 모두가 하나의 부처이거나 신이 되는 것이다. 깨달음이란 '상대적인 나'에서 벗어나 '절대적인 나'임을 깨닫는 것이기 때문이다.'분리된 나'라는 건 없어지고 '전체적인 나'만 남는다. '상대적인 나'가 없어지는 게 곧 무아 無我이고 '절대적인 나'가 바로 전체의 부분인 참나이다. 절대라는 건 둘일 수가 없음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불이법을 내내 강조하며, 기독교를 비롯한 이슬람교와 유대교에서는 유일신을 내세운다.깨달음이란..

깨달음의 서 2025.06.11

깨달음과 내면

깨달음과 내면우리는 각자 마음이라는 커다란 비눗방울 또는, 투명한 애드벌룬 속에서 살아갑니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각자 혼자 살아가면서 우리는 몸을 통해 서로와 접촉하는 것이며, 시각과 청각 등 오감으로 접하면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생각을 하기도 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이라는 비눗방울 속에 든 마음의 세계에서, 저마다 혼자 살아가면서 몸으로는 타인과 교류하지만, 이조차도 자신이라는 각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일 뿐입니다. 달리 말하면 외부 세계란 없습니다. 오로지 우리 저마다 자신의 세계 안에 외부 세계가 들어있는 것이죠. 그 안에서 저마다 울고 웃으면서 말입니다.옆에 친구가 있어 위로해 준다고 해도, 그것조차 저마다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다만 자신..

깨달음의 서 2025.06.03

저절로 들리는 순간 - 견성

저절로 들리는 순간 - 견성무언가를 반복하여 듣다 보면 또는, 누군가의 얘기를 계속 듣다 보면 저절로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가 바로 견성의 순간입니다. 이를 두고 생각하지 않고 다만 의식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만, 이런 설명보다는 저절로 들린다는 표현이 더 쉽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저절로 들린다는 얘기는, 스스로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되는 상태 또는 그런 순간을 말합니다. 다만 상대방의 말소리에 집중할 때 문득, 이렇다 할 생각 없이 저절로 그러한 순간이 다가오는데, 이러한 순간을 의식적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오는 것입니다.이를 일부 그러나 많은 선각자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야 이러한 깨달음(견성)을 얻을 수 있다고 ..

깨달음의 서 2025.05.29

나임에 감사합니다 / 신임에 감사합니다

나임에 감사합니다 / 신임에 감사합니다"내가 신임에 감사합니다. 내가 나임에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구절이지만 느끼는 바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여기에 적힌 '나'라는 단어에 대한 느낌이 서로 다를 수 있으며, 너나 할 것 없이 내가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를 안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우리가 타인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는 그래도 쉬운 편이지만, 다른 무엇과의 비교도 없이 절대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를 안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상대적인 비교 없이 절대적으로 자기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게 바로 깨달음이기도 한 때문이다.아무튼 '내가 신임에 감사합니다'라는 주문에 이어 '내가 나임에 감사합니다'라는 주문을 반복해서 외울 때, 지금 벌..

전체에서 부분으로

전체에서 부분으로우리가 하게 되는 생각은 부분인 나에게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전체인 신으로부터 부분인 내 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 역시, 깨달음이 내 몸 마음 영혼 안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 전체에서 부분인 내 안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즉 내가 하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나란 즉 내 몸과 마음과 영혼이란 하나의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인 신으로부터 모두에게 떨어져 내리는, 깨달음의 빗물을 담을 수 있는 통이 바로 내 몸과 마음과 영혼일 뿐이다.깨달음에도 철학자 헤겔이 말한 정반합의 원리가 적용된다. 정 正이 우리가 지금 보는 바와 같이 물질세계(색)라면, 반 反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세계(공)인 것이다. 우리는 대개 물질세계가 전부인 것으로 여기며 세상..

깨달음의 서 2024.12.03

무엇이 깨닫는가?

무엇이 깨닫는가?자신이 무엇인지를 무엇이 깨닫는가? 영혼이 깨닫는다. 영혼이란 씨앗주머니 속에 든 씨앗과 같다. 여기서 씨앗주머니란 망각을 뜻한다. 즉 영혼은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망각하게 된다. 그런데 가을날 바람만 살짝 불어도 씨앗주머니가 터지듯이, 물질계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 하나에도 망각이 터져 점차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다만 씨앗주머니처럼 한꺼번에 터지는 게 아니라, 천천히 하나씩 망각이 깨지는 것이다.그리고 마지막으로 깨닫는 게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를 깨닫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깨달음이라는 단어는,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석가모니는 내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역설적으로 무아 無我라고 말씀했다. 대상과는 달리 주체..

깨달음의 서 2024.10.12

깨달은 사람이란

깨달은 사람이란 외면적으로 어린아이가 되는 게 아니라, 내면적으로 어린아이가 되기 시작한다. 내면이 변함에 따라 외면도 점차 따라서 변하겠지만, 우선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는 말이다. 어쩌면 내면에서조차 어린아이가 되는 게 아니라, 성인의 인식과 아이의 인식이 병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성장하면서 기억에서 지워버린 어린아이 때의 인식이 되살아나, 성인이 된 지금의 인식과 병렬로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깨닫게 되면 때로는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다만 어릴 때와는 달리 논리가 정연하다. 근대의 선승이라 일컫는 경허 선사의 기행 중에, 제사도 지내기 전에 제사상에 올려진 음식을 거두어 배고픈 동네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고도, 분기가 하늘까지 치솟았던 제주 즉 망..

깨달음의 서 2022.09.18

깨달음의 소리

깨달음의 소리 생각에서 벗어난다거나 또는 생각을 끊는다는 말을, 우리는 흔히 생각 자체에서 벗어나거나 끊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는 자기 생각이 틀렸음을 자각하고 더는 자기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 것일 뿐, 생각 자체에서 벗어나거나 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 안에 깊이 뿌리 박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거나, 또는 자신의 주관이나 사상, 믿음 등이 옳다는 생각을 스스로 끊거나 버릴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주관. 사상. 믿음 등을 없애기는커녕, 자신 스스로 그것을 발견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의문에 대한 해답이란 없다. 진리 또는 깨달음이란 밖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내면에 있는 판단기준인 주관. 사상. 믿음이라는 고정관념을 자각..

깨달음의 서 2021.11.15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 어떠한 것도 내가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답이 아니다. 고로 이것이다 또는 저것이다가 아니며, 이것과 저것 모두 답이라거나 또는 모두 답이 아니다도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런 능력도 없이 신의 은총만을 기다려야 하는가? 물론 그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탁 놔버리면 그때부터 저절로 모든 게 알아지고 또한 모든 게 우리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영감 靈感을 통해서 말이다. 「모든 것을 버려라, 그리하면 모든 것을 얻으리라.」라는 격언처럼, 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고 마음으로 의지하고 있는 모든 걸 내려놓으면 모든 게 저절로 알아진다. 내가 스스로 의존할 수 있는 건..

깨달음의 서 202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