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그리고 또

환승

신타나 2020. 4. 3. 16:36

환승
 
김석기
 
 
문상 마치고 나오는 길
대화는 사람 죽은 얘기다
저번에 누가 상 당했는데
미처 알지 못해서 못 갔다는 둥
너무 젊은 나이에 안 됐다는 둥
 
나도 한마디 거든다
죽어도 좋고
살아도 좋은 것 아니냐고
 
끝없는 여행길
기차를 타고 가도 좋고
버스를 타고 가도 좋으며
기차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도 좋은 것 아닌가
 
장례식장 환승역에
때아닌 환송객들로 붐빈다
 
 
<에필로그>
 
죽음이란 하나의 삶을 끝맺는 것임과 동시에 또 다른 삶으로 환승하는 것임에도 장례식장마다 환송하는 가족, 친지, 지인들로 붐빈다.
 
정작 당사자는 이미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기에 환송식이 한창인 장례식장엔 그저 그림자만 남아있을 뿐인데.

'詩-그리고 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원 '평화의 소녀상'  (1) 2023.10.18
하냥  (0) 2020.04.03
바람의 바램  (0) 2020.04.03
주차 골목  (0) 2013.05.10
환자  (0) 201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