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김석기
문상 마치고 나오는 길
대화는 사람 죽은 얘기다
저번에 누가 상 당했는데
미처 알지 못해서 못 갔다는 둥
너무 젊은 나이에 안 됐다는 둥
나도 한마디 거든다
죽어도 좋고
살아도 좋은 것 아니냐고
끝없는 여행길
기차를 타고 가도 좋고
버스를 타고 가도 좋으며
기차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도 좋은 것 아닌가
장례식장 환승역에
때아닌 환송객들로 붐빈다
<에필로그>
죽음이란 하나의 삶을 끝맺는 것임과 동시에 또 다른 삶으로 환승하는 것임에도 장례식장마다 환송하는 가족, 친지, 지인들로 붐빈다.
정작 당사자는 이미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기에 환송식이 한창인 장례식장엔 그저 그림자만 남아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