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평화의 소녀상' / 김신타
손바닥에 뭔가 들려있어
다가가 보니 누군가
벚꽃 한 가지 올려놓았더군
맞아! 지금이 삼월 말이지
문득 만져보고 싶어져
가녀린 당신 손 잡으며
얼굴 올려다보았지
무표정한 눈동자 먼데 보고 있더군
한참을 바라보더군
살면서 당신 곁을 그토록 지나쳤어도
처음으로 당신 손 잡으며 눈물 쏟았지
이유는 몰라
다만 내가 그랬어
당신 손길이 따스하더군
다음날 다시 찾아가
새 꽃가지 당신 손에 얹어주었지
오늘은 초점이 맞았는지
서 있는 내내 나를 바라보더군
누군가 씌워준
분홍 목도리와 파란 빵모자
맨발에 한 손으로는
치마를 움켜쥐고 있었지
더는 울음도 안 나오는
슬프고도 휑한 눈으로
돌아 가려는데
소녀상 한켠에 새겨진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부치는
시인의 시에 오늘도 그만 눈물이,
동참한 시민들의 열정이 뜨거웠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