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있지만 내 것은 없다
내가 없는 게 아니라, 내 것이 없음이다. 무아일지라도 나라는 건 분명 존재하지만, 몸과 마음과 영혼은 나라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전체(=신)에 속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나는 있지만, 나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나와 늘 함께하는 몸과 마음 그리고, 개성 또는 에고라 불리는 것조차 내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 모든 게 신 즉 전체의 소유이지만 한편으로 그것들은 나와는 달리, 영원하지 않은 무상한 것들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란 무엇일까? 몸·마음도 아니고 영혼도 아니며, 개성도 아니고 에고도 아닌 나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나라는 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그저 텅 빈 하나의 '존재'일 뿐이다.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는 곳에서 텅 빈 채로 존재하는 게 바로 나인 것이다.
다만 전체인 신으로부터 받게 되는 능력(힘)으로, 모든 일을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음이다.
그러니 지금 나와 함께하는 몸과 마음과 심지어 영혼과도 동일시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동일시를 피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내 몸, 내 마음, 내 영혼, 내 지성, 내 개성 등등의 소유격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록 생존하는 내내 즉 평생을 우리가 몸과 함께하지만, 몸이 내 것이라는 생각 또는 (말이나 글로) 내 몸이라는 표현은 삼가하자는 말이다.
그것들은 신이라는 전체의 도구이지, 나라는 개인의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라는 것조차 전체인 신의 부분일 뿐, 나라는 개인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이게 바로 무아의 뜻이다.)
내 경우를 돌이켜보면 내가 텅 빈 존재임은 6년 전에 이미 느꼈지만, 몸을 비롯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게 내 것이 아님은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몸과 함께하는 마음도, 마음과 함께하는 영혼조차도 내 것이 아님을 말이다.
아울러 기독교 경전 빌립보서에 나오는 말씀처럼, 신 안에서 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깨달음 또한 내게 다가왔다. 이게 바로 신의 사랑이요 축복이며 은총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과 축복과 은총은 어느 누구 한 사람한테만 주어지는 게 아니라, 텅 빈 우리 모두에게 비처럼 내리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텅 빈 채로 존재하는 신의 부분일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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