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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소크라테스

배고픈 소크라테스 / 김신타 나는 혼자서 생각했다 동물의 사전엔 고뇌가 없을 거라고, 상대가 눈에 띄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지 못할 거라고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 라는 말을 들으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인간 역시 불행은 멀리하고자 하며 행복만을 가까이하고자 한다 배부른 돼지가 롤 모델인 것이다 행복 속에 불행이 들어있음과 불행 속에 행복이 들어있음 또한 모두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리라 타인의 행복한 웃음 속에서 그들의 불행했던 과거를 볼 수 있어야 하고 타인의 지금 불행 속에서 그들의 행복한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하리라 불행이 접지되지 않은 행복이란 번갯불에 언제 타버릴지 모른다 내 행복을 땅으로 흘려보내라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하라 불행도 그렇지만 행복을 멀리할 필요..

신작 詩 2023.09.03

팔월

팔월 / 김신타 마지막 날에도 냇물이 쏟아진다 어제도 비가 내렸지 물은 다시 불어나 징검다리 지금도 잠긴 채 매미 소리 여전히 귓가에 쨍하다 누구나 왕자로 태어났지만 기쁘게도 우리는 거지가 되어 살아볼 수 있음이다 거지에서 왕자까지 종소리는 넓게 울려 퍼지고 팔월 마지막 날, 이윽고 다가온 길 쓸쓸한 허공에 걸쳐둔 시선 나는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여름 한때 물결 되어 흘러갈 뿐

신작 詩 2023.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