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8 2

몸에 밴다는 말

몸에 밴다는 말 예전에 탔던 자전거나 스케이트를 몇십 년이 지난 다음 다시 탈 경우에도, 타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았을 때 우리는 이를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만 깊게 생각해본다면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몇십 년은 고사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 세포가 교체된다. 몸이 예전의 몸이 아닌데 어떻게 몸이 기억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의 몸이 여전히 예전의 몸과 같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착각의 산물이다. 근육은 말할 것도 없이 뼈조차도 6개월이면 모든 세포가 새롭게 바뀐다는 게 과학이 밝혀낸 지식인데, 우리는 이를 망각하고 있음이다.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거의 망각하는 채로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 덕분에 우리는 몇십 년 전에 몸에 익혔던 일을, 처음 배울 때와 같은 ..

시간의 광야

시간의 광야 우리는 흔히 시간을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선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렇다. 더욱이 현재는 장구한 과거와 안갯속 같은 미래 사이에 있는 아주 짧은 순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그랬다. 그러나 60대에 들어서면서 내게는 현재가 찰나가 아니라는 사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재라는 순간을 스치듯 지나가면 과거가 되는 게 아니라, 벌판처럼 펼쳐진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어느 한 지점의 기억을 과거라고 부르는 것뿐이다. 과거라고 부르는 현재와 미래라고 부르는 현재가 있을 뿐, 과거와 미래란 있을 수 없다. 지평선이 보이는 현재라는 광야에서, 저 멀리 기억나는 한 지점을 과거라고 여기지만, 그 모든 곳은 하나도 빠짐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