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323

나는

나는 / 김신타 지금의 나만이 아닌 기억 속 모든 나가 합쳐진 그게 바로 나이면서도 나는 언제나 지금 나일 뿐이다 지금이 아닌 나란 없다 지금이란 잡을 수 없기에 나는 그릴 수 없는 없음(無) 아무것도 없음인 나를 기억 속의 나이거나 눈에 보이는 몸으로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없으면서도 결코 없을 수 없는 존재 나는 보이지 않으면서도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 나는, 또는 나라는 것은 기억된 모든 것이면서도 낱낱의 기억은 허상일 뿐 나는 언제나 지금 여기 존재하는

詩-깨달음 2023.05.21

지금 이 모습

지금 이 모습 / 김신타 나는 지금 이 모습으로 살아있으나 어떠한 모습을 가진 무엇이 아니라 아무런 형상이 없는 존재일 뿐이다 없음의 있음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모습은 오감에 의한 환상일 뿐이며 때가 되면 스러지는 허상인 것이다 그러나 환상 또한 아름다운 삶이고 환상이기에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 모습이야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러한 내가 여기 이렇게 존재한다 지금 이 모습이 아니어도 영원하며 어디 있을지라도 지금 여기일 뿐인

詩-깨달음 2023.03.30

차창 밖 세상

차창 밖 세상 / 김신타 바로 코 앞에 닥친 일을 멀리서 바라볼 때처럼 대할 수 있을까 스쳐 지나가면서 보이는 풍경 멈추어 서 있을 때에도 똑같이 보일까 너무나도 멀리 있는 듯한 당신 내 안에 있음을 나는 믿을 수 있을까 시각과 청각 등 오감이 없다면 세상도 현실도 있을 수 없음을, 지구를 포함한 우주란 오감의 산물이며 오감에 의해 창조된 세상임을 나는 이제 안다 오감 안에서는 모든 게 현실이지만 오감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없음, 그것만이 오로지 실재함을 나는 지금 여기쯤에서 깨닫는다 오감 안에서의 삶과 더불어 오감을 벗어난 삶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침과 저녁, 낮과 밤 사이를 날마다 흐르는 태양을 지켜보면서도 우리는 지구가 돈다는 사실 믿음을 넘어 앎을 갖고 있지 않은가 나는 지금 가만히 ..

詩-깨달음 2023.03.04

신의 이름

신의 이름 / 김신타 개체라는 건 오감으로 감각되나 감각이란 허상에 지나지 않으며 감각되지 않는 전체가 실체이다 나의 안과 겉과 밖이 모두 신이다 고로 신이라는 건 전체를 뜻하며 신이 바로 나이고 내가 곧 신이다 개성 또는 개체로서의 나라는 건 물에 비친 그림자 같은 허상일 뿐 오직 전체로서의 내가 존재한다 나란 지금 눈에 보이는 내가 아닌 감각되지 않는 전체를 말하는 것 즉 신의 이름이 바로 '나'인 것이다

詩-깨달음 2023.02.14

고요함의 목소리

고요함의 목소리 / 김신타ㅅ으로 시작하는 사전에는 사랑과 시 그리고 생각술과 삶이 사탕처럼 수북하다시작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살다 보니 언젠가 내 삶에도사랑의 감정과 시가 나타났고생각하는 게 늘 좋았으며술을 즐기게 되었고삶에서 두려움이 사라졌다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생활도낙엽처럼 흔들릴 때가 있었으며어쩌다 술을 마시면 이내 잠들었다십수 년 후 혼자 읽으며 눈물 흘렸던친구가 보여준 신문에 난 시조차당시엔 무덤덤하게 보였다사람과 동물식물과 사물에 대한 감정도그저 피할 수 없는 대상일 뿐이었던 시절땡볕에도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사랑이라는 만남과 이별이 있었으며그때마다 시가 움텄고어느 해 문득 봄이 느껴졌으며먼발치서 아카시아 향기가 날아왔다술을 마시면 시가 활활 타올랐고삶조차도 내가 살아가는 게 아니라가슴에 이끌리는..

詩-깨달음 2023.01.03

당신의 뜻이라면

당신의 뜻이라면 / 김신타 내 뜻이 아니라 나만의 뜻이 아니라 전체의 뜻이라면 온 우주의 뜻이라면 당신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내 몸 안에 있는 세포가 제 뜻만을 고집하여 종기로 도드라지고 종양으로 번져나간다면 나는 그곳을 도려낼 것입니다 그들의 세력이 점점 커져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 나는 내게서 모든 세포를 정리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그들과 나는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겠지요 그들은 또 다른 세포의 길로 갈 것이며 나는 세포가 필요 없는 곳으로 갈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이곳에 머물 것이며 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떠나갑니다 다시 돌아오고 싶을 수 있겠지만 고름과 암세포의 모습에서부터 또 다른 형태로 변신하는 여행도 좋지만 나는 이제 그만 몸에 순응하고자 합니다 나만의 개성보다는 당신의 뜻에 따르고자 ..

詩-깨달음 2023.01.02

저마다 세상에서

저마다 세상에서 / 신타 저마다 '나'를 빼낸다면 세상에 남는 게 무엇일까 세상을 나 혼자 살 수 없듯 무엇도 나를 벗어날 수 없다 세상과 삶이 바로 나이며 내가 곧 세상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 저마다의 삶은 나 아닌 게 없는 세상 저마다의 삶 안에서 서로 배역을 바꾸는 것이며 누구나 저마다의 세상을 몸과 마음, 영혼으로 살고 있음이다 태양이 도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지구가 도는 것이듯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우리는 모두 신이자 하나이다 몸이 아니라 내면으로서 하나인

詩-깨달음 2022.11.19

무아 無我로서의 나

무아 無我로서의 나 / 신타 나란 유형 有形의 존재가 아닌 무형 無形으로 존재하는 영원함 생각 속에 있는 나는 실상이 아닌 허상이며 무아란 내가 없다는 뜻 아닌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보이지 않아도 지금 여기 무아로서 존재하고 있음이다 물과 함께하는 물결이라고나 할까 나를 따라왔다가 때가 되면 사라지는 몸으로서의 나 윤슬처럼 반짝여도 무아로서의 나 낮은 곳을 채우는 영원함

詩-깨달음 2022.11.05

내맡김의 평안

내맡김의 평안 / 신타 어리석은 내가 그때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다 이제는 어리석음을 아는 나도 그때의 어리석었던 나도 모두가 사랑스럽다 신에게 내 주장을 내세우지 않게 될 때 삶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가진 것이다 사랑 자체인 신에 대한 깨달음의 믿음을 말이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바이블 구절처럼 스스로 염려함 없이 바라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소망을 이루는 지름길이자 신의 사랑을 보게 되는 거울이리라 욕망을 갖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조건 없는 사랑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이유가 있어서 받는 사랑이 아니라 아무런 이유 없이 받게 되는 사랑이다 불안함을 거부하는 평안함이 아니라 불안조차 감사하는 내맡김의 평안이다

詩-깨달음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