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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역설

삶과 죽음의 역설 / 김신타있음으로 영원하길 바라지만우리는 없음으로 영원할 뿐이다그러나 없음에서 있음이 생겨나므로우리는 있음으로도 영원할 수 있음이다저마다 자유의지에 따라둘 중 하나 선택하는 것인데없음으로는 영원한 삶인 반면있음으로는 반복되는 죽음이다없음이란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없음으로 있는 것이며 있음이란 아름다운 환상이기는 하지만일시적인 있음에 불과하다오감으로 감각되는 있음이란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고로 오감의 있음은 환영이며없음만이 영원한 삶이다내가 드러나지 않기에내 몸이 살아있는 것이며신이 드러나지 않기에우주가 움직이는 것이다몸으로 태어난 나는 살아있는 있음이고드러나지 않는 나는 살아있는 없음이다

詩-깨달음 2025.03.23

봄날의 파노라마

봄날의 파노라마 / 김신타괭이로 밭을 고르는 봄을 알리는 풍경갓 지은 쌀밥이다살구꽃 붉은 망울이하얗게 핀 모습이기도 한세상의 모든 꽃은 단 한 번 홀로 필 뿐두 번 다시 피지 않는다이듬해 피는 꽃은새롭게 피어나는 것그러나 새로운 꽃과옆에 있는 다른 꽃이 곧이미 피었다 진 그것이다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꽃이둘이 되었다가 셋이 되기도 하며흔적 없이 사라졌다봄날 다시 피어오르고하나에서 나와하나로 돌아가는파노라마일 뿐이다지금 홀로 핀 꽃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는다없음(無)으로 사라질지라도없음이 영원하기 때문이다

詩-깨달음 2025.03.23

강아지 사랑하기

강아지 사랑하기 / 김신타삶이 끝난 뒤 어디 저 멀리 낯선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다만 지금 여기 내 몸뚱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몸으로 체득하고 나면우리는 죽음조차도강아지처럼 사랑할 수 있다씨앗이 썩어 없어져도나라는 생명은씨앗에서 움트는 새싹이며내 몸은 씨앗처럼 썩어 없어질지라도나라는 생명은 영원한 봄이다고로 죽음이란 물거품 같은 것그림자와 같은 것삶이라는 빛이 있으면죽음의 그림자 생겨나며삶이 막을 내리면죽음이라는 그림자도 사라진다생명은 영원하지만죽음의 그림자는꿈처럼 이슬처럼 사라지는 것북망산이니 요단강이니하는 옛이야기는옛사람의 상상일 뿐삶의 막이 오르는 것도막이 내리는 것도모든 것이 지금 여기바로 여기에서 일어난다지구에서의 삶이 막을 내려도영적 삶에는 2막이 있고3막 4막이 끝없이 이어진다겨울이 지나면다..

詩-깨달음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