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살기 아이처럼 살기 신타 몸은 따로여서 자유로우나 바탕은 하나여서 얽히고설킨 너와 나,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배가 고프면 내가 먹어야 하지만 배가 부르면 남도 생각할 줄 아는 미리 염려하지 않는 사람이 되리라 내일과 일 년 후를 대비한다 해도 십 년 후 백 년 후를 미리 준비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지는 않으리라 나 혼자 모든 걸 걱정하기보다 신의 사랑 안에서 걱정을 모르는 철부지 같은 어른의 삶 살아가리라 詩-깨달음 2021.09.15
기타와 자동차 기타와 자동차 신타 처음 보는 기타를 이리저리 가지고 노는,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도 막무가내 이 방 저 방 끌고 다니며 부딪는 손자의 모습 지켜보는 고영조 시인의 시˚를 읽다가 자가용을 처음 장만했던 때를 회상한다 집 대문을 들어서노라니 다섯 살 난 딸 아이가 제 또래 친구들과 승용차 지붕 위에 올라가 구르는 모습에 놀라 "앞으로 여기서 놀면 안 돼!" 엄한 표정 지으며 나무라던 이십여 년 전의 기억, 재물 앞에 겁먹은 내 모습과 놀란 딸 아이의 재빠른 동작 촉촉한 눈물 번져온다 소유를 모르는 어린 딸에게 내 목소리와 표정은 그의 삶에 어떤 흔적이 되었을까 신작 詩 2021.09.11
지리산 업둥이 지리산 업둥이 홍 준 경 섬진강 변 태어난 이 몸 지리산이 업어 키웠어 산수유 시인이 된 건 오롯이 탯줄 힘이지 정성껏 섬겨 살아야 해 나를 낳고 키운 구례 시조의 율려(律呂) 2021.09.11
멸치는 칼슘이 아니다 멸치는 칼슘이 아니다 신타 밥 먹다가 멸치조림 집으며 아이들에게 칼슘이 많은, 영양가 있는 것이므로 많이 먹으라고 얘기하는 엄마 하늘을 바라보던 중, 여자가 '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게 보여요'라고 말하자 '그건 대기가 안정되어 지상의 먼지가 높이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이죠' 라고 자상하게 설명하는 남자 멸치는 멸치일 뿐 칼슘이 아니다 신작 詩 2021.09.09
가을 강 에필로그 가을 강 에필로그 홍 준 경 삽상颯爽한 가을바람 허리춤 파고든 오후 여울목 뛰는 은어 떼 하강 바삐 서두른다 또 한해 갈무리하는 저문 강의 에필로그. 시조의 율려(律呂) 2021.09.08
감정의 윤회 감정의 윤회 모든 우월감은 열등감에서 나온다. 그래서 스스로 깨달은 사람이라는 우월감을 갖고 있다면, 그는 여전히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음이다. 즉 열등감이 없는 상태에서는 우월감이 저절로 사라지며, 우월감이 없다면 그의 무의식에 있는 열등감도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우월감도 열등감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충만함과 기쁨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우월감이 있는 한 열등감이 남아있는 것이며, 열등감이 있는 한 우리는 자유로움과 충만함과 절대적 기쁨을 느낄 수 없다. 기껏해야 우월감에 의한 상대적 기쁨에 빠졌다가 다시 우울해지는 감정의 윤회를 경험할 뿐이다. 감정의 윤회에서 벗어나는 기쁨 즉, 깨달음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우리는 육신의 윤회를 반복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깨달음이란 어떤 사실을 .. 깨달음의 서 2021.09.08
신 하여가 신 하여가 / 김신타 일출에 가슴 뛰고 노을은 황홀하며 한낮엔 한가하고 꿈속도 꿈결이니 태어나 감사한 마음 하나로도 족하다 힘겨워도 지나가고 즐거워도 지나가며 오르막 있다 해도 능선길 또 있으니 마루금 오른 땀방울 산바람에 시원하다 사는 건 연극이요 죽는 건 막간이며 살아도 살아있고 죽어도 살아있으니 깨달음 그 위에 서서 충만한 기쁨이여 시조의 율려(律呂) 2021.09.07
침묵의 그늘 - 부부 침묵의 그늘 ㅡ부부 홍 준 경 우리네 동행나들이 끝없을 줄 알았어 살다보니 문턱 넘어 이별노래 서성대네 아, 글쎄 그럼 어쩜 좋아 부창부수 침묵의 그늘. 시조의 율려(律呂) 2021.09.07
모정 모정 신타 나 어릴 땐 모조리 정자라고 했는데 타향 객지에선 모나게 지은 정자라는 뜻으로 모정이라고 부른다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처음엔 낯설더니 한 삼 년 지나고 나니 인제 입에 붙는다 나한테 내 생각이 옳은 것처럼 그에게는 그의 생각이 옳음을 서른 고개 넘고 나서 다시 한 삼십 년 지나고 나니 이제사 겨우 깨닫는다 내게 옳은 것일 뿐 그에게는 그의 옳음이 있다는 사실 모정이 낯설게 들리다가 이제는 입에 붙는 것과 같다 내 고향 부여 떠나 이리저리 떠돌던 몸 춘향골 남원에서 지리산 뱀사골 계곡 돌아 요천*수에 발 담그고 나니 세월이 흘러서인지 때가 되어서인지 '없음'인 내가 곧 '영원한 있음'이라는 '텅 빈 침묵'이 곧 '나'라는 깨달음 *요천 - 남원을 가로질러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물줄기 詩-깨달음 2021.09.06
가을자두 가을자두 홍 준 경 속살 오른 가을오얏 크게 한 입 베어 문다 누렇게 여문 들녘 허수아비 허튼 손사래 지는 해 짓 붉은 노을 내 넋두리도 같이 탄다. 얼마 쯤 더 버텨야 저 벼처럼 고개 숙일까? 갈 길 바쁜 한 중년이 왁자하던 세월 접고 누굴꼬 목맨 기다림 겹은 날이 가고 있다. 시조의 율려(律呂) 2021.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