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87

단 한 벌의 옷

단 한 벌의 옷 / 신타 단 한 벌뿐인 옷이기에 손과 발이 되어 움직이는 단 한 대뿐인 자가용이기에 나인 것처럼 지켜내고자 한다 옷이 해져도 차가 고장 나도 기워서 입어야 하고 고쳐 써야 할 숙명이다 더러워진 옷은 세탁기에 해진 옷일랑 수선집에 그리고 고장 난 자동차는 정비소에 맡겨두자 함께하는 숙명이라 해서 그것이 나인 건 아니다 평생을 함께하지만 때가 되면 버려야 할 껍데기일 뿐이다 꿈속에도 살아있고 깨어서도 살아있는 별처럼 태양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욕망인 나는 날마다 옷을 입은 채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 영원히 살아있는 알맹이 꺼지지 않는 불빛이다

詩-깨달음 2021.12.14

울고 웃는 오로라

울고 웃는 오로라 / 신타 기뻐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때로는 분노하기도 하는 우리는 모두 환상적인 오로라 북극에서만이 아니라 적도에서도 사막에서도 바다에서도 산정에서도 언제나 볼 수 있는 오로라 진실할 때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거짓일 때는 추하게 보이기도 하는 악수하며 인사하다가 돌아서서 싸우기도 하는 늘 보게 되는 일상이지만 그래서 환상적인 풍경이다 단단한 바위가 날마다 출렁이는 물결이며 끊임없는 세월이 하나의 운동장이라는 사실 내리는 눈송이가 저마다 다른 것처럼 세상을 사는 오로라는 언제나 무상 無常하다 무상하기에 아름다우며 환상으로 보이는 것임에도 환상은 허상이라고 착각한다 환상적인 오로라는 실존임에도 세월이 무상한 게 아니라 우리 몸이 무상한 것이며 인생이 무상한 게 아니라 마음이 무상한 것일 뿐인데

詩-깨달음 2021.12.08

무형의 상

무형의 상 / 신타 물처럼 바람처럼 살고자 생각은 하면서도 우리는 마음속에 멋진 동상을 세우고자 한다 오래 간직하고픈 무형의 상을 조각한다 나란 무형도 아닌 아무것도 없음이거늘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하거늘 오히려 무형의 집을 짓는다 담을 쌓지 않고 벽을 세우지 않을 때 젖과 꿀이 흐르리라 웃음과 인정이 넘치리라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리라 자유의 물결이 파도치리라 집을 허물고 담장을 부수며 동상조차 없애버리자 우리는 무형의 상이 아닌 춤추는 허공이자 그림자 없는 빛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곧 모든 것이자 전체다 아무것도 없는 내 안에서 모든 게 나온다 빛과 그림자 삶과 죽음까지도 엄청난 죽음조차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생의 끝에 서 있는 절벽 같은 죽음이란 1막 끝나고 2막 시작되..

詩-깨달음 2021.12.08

갈증이 사라지다

갈증이 사라지다 / 신타 나를 모르는 끝없는 목마름 사막을 걷는 듯한 방 안에 갇힌 듯한 알 수 없는 답답함은 참기 힘든 갈증이었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 제 꼬리 잡으려는 것처럼 모든 것 포기한 채 가만히 주저앉았다 절망조차 사치였다 희망 아니면 절망이라는 어리석고도 오래된 공식 희망도 절망도 내려놓았다 희망이 없는 모든 것 놓은 자리 오히려 절망이 사라졌다 희망도 절망도 없는 두려움의 벽이 사라진 지금 여기 내가 서 있다 아무것도 없는 여기 아무것도 없음인 내가 모든 것이기도 한 지금

詩-깨달음 2021.12.08

변치 않는 어리석음

변치 않는 어리석음 / 신타 생수 한 병이라도 마시지 않고 그냥 버리면 죄가 되고 벌 받을 거라는 생각 착하고 선한 게 아니라 자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 뿐이다 생수 한 병 그냥 버린다고 해서 악한 사람인 건 아니므로 작은 것도 아껴야 하지만 죄와 벌이라는 고정관념은 쓰레기통에 아낌없이 버려야 할 벌 받을까 봐 벌벌 떠는 모습이 착하고 선한 사람이라는 생각 곰팡이 핀 낡은 생각일 뿐이다 세상의 변화에는 스스로 적응하면서도 내면의 생각은 변치 않는 착하고 선한 게 아니라 어리석은 것일 뿐인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詩-깨달음 2021.12.08

산삼

산삼 / 신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도는 것으로 보이듯 새싹이 자라고 잎이 피는 것처럼 보일 뿐 태양이 도는 게 아니라 해서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도는 모습이 바로 허상인 것일 뿐 밖에 있는 게 안으로 모이는 것 처음엔 씨앗이었다가 한 톨 씨앗이 썩어 생겨난 몸뚱이가 허상이라 해서 내가 없는 것이 아니며 밖에 있는 것들이 내 안에서 하나로 연기되는 우주 산삼 한 뿌리에 땅의 기운이 담기듯 나란, 태양을 포함한 우주를 감싸 안는 중심 무형조차 아닌 아무것도 없는 무이며 아무것도 없음이기에 모든 것이기도 한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도는 것이며 무 無인 내가 아니라 보이고 들리는 게 환상인

詩-깨달음 2021.12.08

반석 같은 희망

반석 같은 희망 / 신타 비빌 데 없는 절망이 곧 바닥이며 아무것도 없는 바닥이 곧 반석이다 비빌 언덕조차 없는 절망이 바로 반석과 같은 희망이다 무엇인가 있는 게 희망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친 절망이 바로 반석과 같은 희망인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 그게 바로 나이자 무다 무란 아무것도 없음이며 아무것도 없음도 없음이다 나란 아무것도 없음이며 아무것도 없음도 없음이다 아무것도 없는 나이자 무에서 빛과 힘과 평안이 나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모든 것이다 무에서 우주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곧 아무것도 없음이며 아무것도 없음이자 무가 바로 우주 전체이자 신임을 깨닫자

詩-깨달음 2021.12.06

나는 신과 한패다

나는 신과 한패다 / 신타 너와 나 모여 우리가 되고 좋은 일도 신과 함께하며 안 좋은 일도 함께하는 우리는 신과 한 패거리다 우리가 머무는 곳 어디에나 언제나 신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 온 우주에 가득하지 않은 저만치 떨어져 있는 신이란 하나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신이라면, 무소불위한 신이라면 당연히 무소부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너와 나 우리가 밥 먹을 때도 함께하며 똥 눌 때도 늘 함께하고 목욕할 때도 함께하며 섹스할 때도 함께하지만 땀 흘려 일할 때도 함께한다 그는 내가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또한 내가 슬플 때 같이 슬퍼한다 나의 행복이 그의 기쁨이고 나의 괴로움이 그의 아픔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 나를 내세우는 게 곧 신한테 나를 내세우는 것이다 신과 비교하는 즉 다른 사람..

詩-깨달음 2021.12.04

받아들일 힘

받아들일 힘 / 김신타원치 않는 것조차 받아들일 때우리에게는 힘이 생긴다받아들이기 싫은 것조차 받아들일 때모든 것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긴다원치 않는 것 받아들일 때와받아들이기 싫은 것 받아들일 때스스로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받아들일 힘이 생겨나게 된다원하는 것은 받아들이고원치 않는 것은 멀리하는 건문고리 잡고 있는 것과 같다어느 것도 들고나지 못한다원치 않고 바라지 않는 것과좋아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조차들고나는 걸 스스로 막고 있다원하고 바라는 걸 이루려면문 앞에 지켜 서 있지 말라모든 바람이 지날 수 있게마음의 문 활짝 열어놓아라지금부터 열기만 하면 된다닫혔던 마음의 문 열릴 때원하는 것 들어오고 저절로원치 않는 것 나갈 것이다내가 이루는 게 아니다바람이 지나갈 것이..

詩-깨달음 2021.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