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87

무소불위 무소부재

무소불위 무소부재 / 신타 상대적이지 않고 절대적으로 존재할 때 우리는 바람이 되고 물이 될 수 있다 살랑대는 봄바람일 때도 있으며 여름의 태풍으로 변하기도 하고 속삭이는 시냇물이기도 하지만 밀려오는 해일이 될 때도 있음이다 아무것도 없는 여기에 부드러움과 거친 쓰나미 여름과 겨울이 모두 담겨 있다 사랑과 두려움이 함께 아무것도 없는 여기에 담겨 있다 아무것도 없음이 전부다 무엇이라도 있는 게 상대이며 절대란 아무것도 없음이다 아무것도 없는 절대계에서 우주라는 상대계가 나온 것이다 그러니 우리 또는 나란 아무것도 없음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음이란 아무것도 없음조차 없는 것 희망뿐만 아니라 절망조차 붙잡지 않는 내려놓음이자 내맡김이다 스스로 자신을 의지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존재 상태다 아무것도 없음이 전부..

詩-깨달음 2021.12.03

나를 돌아보다

나를 돌아보다 / 신타 12월 초순 기온은 차지만 햇볕은 따뜻한 한낮 시장 옆 마트 들렀다가 부근 떡볶이집에서 어묵 사 먹는데 내 앞에 할아버지 한 분도 드시고 있다 혼자 생각에 연세깨나 드신 분이 애들 먹는 걸 사드시다니 하는 생각 문득 들어 나 자신을 돌아다 봤다 육십 넘은 나이에 길거리 음식 사 먹는 내 모습 어린 사람들 눈엔 낯설지도 모를 일이다 젊은 시절 회상하며 그 나이 때만이 아니라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의 나이 때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궁금증 참지 못하고 노인의 연세 여쭈어보니 팔십이라는 그가 곧 나일 것이므로 생각이 자유로운 사람이 되자 젊을 때만을 반추하는 외눈박이 물고기 되지 말고 유년과 노년, 삶과 죽음을 모두 바라볼 수 있는 계곡을 흐르는 폭포가 되고 산정에서부터 부는 바람이 되..

詩-깨달음 2021.12.02

보랏빛 사랑

보랏빛 사랑 / 신타 아침부터 눈 내리더니 바람 부는 한겨울이다 보랏빛뿐만 아니라 추위는 어디서 오는지 서쪽 하늘 쳐다봐도 간간이 먹구름 너머 노을만 아름답다 온기 남은 집안에 보일러부터 틀고는 아직도 밖에서 서성일 잠시 이웃들 생각해본다 추위도 굶주림도 신의 사랑이라는 믿음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린다 세상이 바뀌어 목화씨 숨겨오던 시대는 지났기에 설마 헐벗은 이웃은 없으려니 스스로 위로해본다 12월의 첫날 첫눈 온 날에 투명 플라스틱으로 옷을 만드는 세상이니 하긴 이만만 해도 풍요와 사랑이 가득하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은 것일 뿐 신의 사랑은 늘 보랏빛이다

詩-깨달음 2021.12.01

나란 무엇인가

나란 무엇인가 / 신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있는 걸까 산길을 걷는 것처럼 등성이까지는 삶이고 보이지 않는 산 너머 그곳은 죽음일까 삶과 죽음의 경계란 없는 걸까 지금 여기가 바로 삶이자 죽음일까 경계란 없으며 모두 하나의 바탕일까 몸이 아닌 내 안에 모든 것이 있으며 나란 몸과 달리 삶과 죽음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그 모두가 하나인 죽음이란 허상이며 나는 영원한 삶이자 존재하는 모든 것, 조건 없는 사랑 속에서 사랑으로 빛나는 무한한 생명의 빛

詩-깨달음 2021.12.01

물길 바람길

물길 바람길 / 신타 원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따로다 원하는 것은 원하는 것이며 받아들이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받아들이면서도 원하는 길로 갈 수 있음이다 어느 하나만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모두를 받아들이되 하나의 길을 가는 것이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일이 일어나지 않음도 아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날 뿐이며 모든 것을 받아들일 때 외려 내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진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때 텅 빈 샘에서 샘물이 솟고 물처럼 바람처럼 길이 된다

詩-깨달음 2021.11.29

텅 빈 바람

텅 빈 바람 신타 바람처럼 머물지 않는 내가 무엇인지 알고자 함은 머물지 않는 바람이자 내 안에서 부는 바람이다 나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나라는 것은 텅 빈 빛, 텅 빈 침묵 텅 빈 바람, 텅 빈 충만 보이지도 않는 바람이건만 텅 비었다는 건 또 무슨 소릴까 아무것도 없음이다 아무것도 없음도 없음이다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붙들고 싶은 게 살아있다면 그게 빛이든 침묵이든 바람이든 충만이든 붙잡고자 한다면 그것은 그대가 아니다 그것이 그대일 뿐 아무것도 잡지 않고 모든 것을 놓았을 때 그대는 의지할 것 하나 없는 텅 빈 빛, 침묵, 바람, 충만이 되리라 텅 빌 때부터 모든 게 샘솟으리라 텅 빈 곳에서 그대의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리라

詩-깨달음 2021.11.29

친구

친구 신타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면 추한 모습도 보이는 너와 나 사이 그 사이에 있는 거리 거리가 아름답다는 느낌 오늘 문득 느껴보았다 너와 함께하는 길 그 길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함께 걷는 순간이 제일 아름다운 길임을 너와 함께하는 길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임을 너와의 만남이어야만 할까 내 안에 있는 것일 수는 없을까 내면의 감정 그리고 생각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순 없을까 내 안에 있기에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는 참으로 허물없는 친구다 때로는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가끔은 차 한 잔에 정담 나누고픈 반가운 친구 그리울 때 있지만 눈물처럼 반짝이는 고독 봄의 새싹은 신비스러우며 가을의 낙엽은 정다운 친구 내면의 소리 담는 시인이어라

詩-깨달음 2021.11.27

자유의지에 달린 일

자유의지에 달린 일 / 신타 세상에서 지금 내 삶이 온 우주에서 오로지 단 한번 일어난 일일까 반복되거나 지속될 수 없으며 어쩌다 한 번 있을 수 있는 우연과 우연의 만남일까 우주에서 작디작은 땅덩어리 지구에서의 삶이 전부인 양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들 지구에서의 삶이 끝나고 다른 세상에서 만났을 때 서로가 얼마나 계면쩍을까 존재하는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 그대 들어본 적 없는가 날마다 사라진다면 생명은 어디에서 다시 생겨나는 것일까 어쩌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가 그대 또한 마찬가지이며 어느 하나 사라지지 않고 다만 모습을 바꿀 뿐이다 영원한 생명과 조건 없는 사랑 믿음으로 받아들일지 아닐지도 그대 자유의지에 달린 일이다

詩-깨달음 2021.11.24

사랑의 의지

사랑의 의지 신타 지난날엔 나에게 안 좋을지라도 남에게도 안 좋으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삶이고자 한다 더는 어리석음이 아닌 나를 위해서 지혜로움을 택하는 사랑의 의지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깨달음 몸으로 실천하는 삶이고자 한다 무엇을 위하여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아닌 사랑의 존재가 되어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다 내가 곧 사랑이 되는 것이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사람과 일을 사랑하지 말며 일용할 양식과 풍요를 사랑하자 사랑으로 분칠하지 말고 스스로 빛나는 사랑이 되자

詩-깨달음 2021.11.24

마지막 잎새

마지막 잎새 신타 돌담에 붙어있는 담쟁이잎 어쩌면 우린 모두 세상이라는 담벼락에 고락의 세월 새기다 문득 가을 지나고 겨울 어디쯤 홀로 떨어지는 잎이지 않을까 싶기도 한 다만 잎이 떨어지고 또 다른 무엇이 될지라도 여전히 서 있는 나무처럼 우린 변하지 않는 하나이다 언제나 지금 여기 나를 의식하고 있음이다 몸뚱이가 낙엽 될지라도 모습을 달리 하는 것일 뿐 사라지는 게 결코 아니다 존재하는 건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마지막 잎새 되어 땅바닥에 떨어진다 해도 우리는 한 그루의 나무 위에서 바라볼 뿐이다 신이 그러한 것처럼 의식은 영원한 삶이자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詩-깨달음 202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