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194

바퀴벌레도 선을 지향한다

바퀴벌레도 선을 지향한다 선과 악으로 나누고 정의와 불의로 나누는 것, 등등이 바로 부정적인 생각이다. 선을 지향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게 긍정적인 방향 같지만, 마음속에서 선악을 비롯한 모든 것을 이원적으로 분별하는 잣대인 자기규정 (또는 정체성.identity, 신념)을 없애는 게 바로 긍정적인 자세이며 깨달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자기규정, 정체성(identity), 신념 등을 처음부터 거부해서는 안된다. 처음에는 이게 바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뼈이거나 살과도 같다. 그리고 자기규정이나 정체성, 신념 등은 하나의 실체를 각기 다른 측면에서 보고 붙인 이름이며, 무엇이라 이름하든 이 모두는 아침이슬과 같다. 영롱하게 맺히는 이슬을 처음부터 거부하거나 염려하는 게 아니라, 밤새 즉 자신도 모르는 ..

깨달음의 서 2020.07.09

부처가 곧 중생이다

부처가 곧 중생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절에서든 불교 관련 책이나 영상에서든 중생이 곧 부처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부처가 곧 중생이라는 말은 잘 들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생이 곧 부처인 게 아니라 부처가 곧 중생입니다. 이는 우리의 근본이 중생이 아닌 부처라는 말입니다. 중생이 곧 부처라고 할 때 우리는 중생에서 부처가 되기 위한 험난한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부처가 곧 중생이라고 할 때 우리는 부처인 자신을 되찾는 것일 뿐입니다. 나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기억을, 그것도 일부러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것입니다. 이는 '왕자와 거지'라는 마크 트웨인의 소설과 같습니다. 다만 우리는 소설에서처럼 실수로 어쩌다 거지가 되는 게 아니라, 일부러 거지..

깨달음의 서 2020.07.04

존재와 인식

존재와 인식 우리는 빛이 있으려면 어둠이 있어야 하고 어둠이 있으려면 빛이 있어야 한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어둠이 없어도 빛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그걸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따라서 인식과 존재는 상관관계는 있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다. 즉 어떤 것이 존재한다고 해서 인식되는 게 아니라, 상대성이 있어야 비로소 그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불교의 연기법을 흔히 존재론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이는 존재론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인식론에 대한 내용이다. 존재한다면 당연히 인식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우리는 얼핏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물속에 사는 물고기는 물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비유처럼, 어떤 것에 대한 상대성이 없는 경우에 물고기뿐만 아니라 우..

깨달음의 서 2020.07.03

영적 세계와 육적 세계

영적 세계와 육적 세계 우리는 불교 인드라망처럼 얽혀 있다. 그러나 얽힌 것에도 순서가 있는데, 가장 밝은 사람 위에 신이 있고 가장 어두운 사람 밑에 신이 있어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목걸이나 팔찌 등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신 (부처, 알라도 똑같다)은 한쪽으로만 전지전능한 존재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신이, 부처가, 알라가 진정 전지전능한 존재라면 그는 가장 높은 곳에도 있고 가장 낮은 곳에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지극히 작은 자에게 행한 것이 곧 자신에게 행한 것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는가. 이는 예수가 가장 높은 곳에도 있지만 가장 낮은 곳에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 것이지 그가 가장 높은 곳에만 있다면, 그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평범한 사..

깨달음의 서 2020.06.30

지동설 학당

지동설 학당 우리는 통상적으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감각 즉 오감을 내 몸이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나 감각은 내 몸이 느끼는 게 아니라 내 몸을 통해서 무형의 내가 느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말이 믿겨지지도 않고 사실로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을 우리가 믿고 더 나아가 알고 있지만, 우리의 시각을 비롯한 오감으로는 지구가 아니라 오히려 태양이 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나 자신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천동설을 믿고 있는 상황에서 지동설을 배우고자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것과 실제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지구가 아닌 태양이 도는 것처럼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지..

깨달음의 서 2020.06.26

색즉시공 공즉시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우리는 보통 꿈과 현실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교 반아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구절에 동의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꿈과 현실은 같은 하나다. 이 모두가 꿈이라면 꿈이고 현실이라면 현실이다. 더우기 지금까지 배워온 것처럼 현실의 세상이 꿈이기만 한 게 아니라, 꿈이 바로 현실이기도 하다. 색즉시공만이 아니라 공즉시색이기도 한 것이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하는 불교에서는 현실세계가 꿈과 같다는 얘기만 주구장창할 뿐, 꿈의 세계가 바로 현실세계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세계는 분리되어 있지 않은 하나의 세계이다. 달리 설명하자면, 우리가 잠자면서 꾸는 꿈속 세계도 현실이다. 방안에 누워 잠자는 몸도 현실이고, 꿈속 세계를 유영하는 의식과..

깨달음의 서 2020.06.19

감각(상대)과 지각(절대)

내가 길을 걸어가는 것은 내 의식이 내 몸을 통해서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은 내 의식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갈 때 우리는 두 가지 형태를 느끼거나 알 수 있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면 밖의 풍경이 스쳐지나감을 느낍니다. 반면 시선을 거두고 생각을 해보면 밖의 풍경이 뒤로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탄 차가 빠른 속도로 앞으로 가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인데도 왜 우리는 두 가지 상황으로 인식하게 될까요? 같은 상황이지만 전자는 시간이며 후자는 공간입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밖의 대상이 움직이는 걸 우리는 시간이라고 표현하며, 반면 밖의 대상은 가만히 있는데 내가 움직이는 걸 우리는 공간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기차든 자동..

깨달음의 서 2020.06.02

마음을 연다는 것

마음을 연다는 것 마음을 연다는 것은, 마음에 대하여 스스로 제한이나 한정을 없애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우주 마음이자 한마음인 마음을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울타리로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이 그 마음 안에서 보호받는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안도감은 환상일 뿐이다. 울타리 안에 갇힌 마음은 우리에게 사랑도 가져다주지만 두려움도 가져다주며, 기쁨도 가져오지만 슬픔도 가져온다. 마음을 자신이라는 울타리 안에 한정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을 때, 오히려 우리는 여여한 기쁨 또는 충만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마음이란 우주 전체에 퍼져있으므로 내 안에 잡아 가둘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음이라는 게 자신 안에 있는 것으로 흔히 착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마음이란..

깨달음의 서 2020.05.22

완전이란 따로 없다

완전이란 따로 없다. 완전이란 따로 없습니다. 바로 지금이 완전한 상태일 뿐입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철학자 플라톤이 가졌던 이데아라는 환상을 갖고 살아갑니다.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채 말입니다. 그러나 이데아라는 환상을 갖고 사는 한, 그게 바로 이원성의 세계이고 또한 상대성의 세계입니다. 몸이 아픈 사람의 경우, 자신의 몸이 건강한 상태에 대한 이데아 즉 관념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상태가 따로 있고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누구나 지금 자신의 상태가 전부입니다. 즉 지금 자신의 상태 하나뿐이라는 말입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자신의 건강 상태가 몇 개로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언제나 단 하나의 상태일 뿐입니다. 지금 상태에..

깨달음의 서 2020.05.19

마음이라는 짐

우리는 대개 달팽이가 등에 진 집의 무게 이상으로, 저마다 마음의 짐을 지고 다닌다 그러나 관점을 바꾸기만 한다면 마음의 짐이 나를 내리누르는 게 아니라 물속에서의 부력처럼 오히려 나를 가볍게 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마음이 있고, 마음이란 에너지 즉 힘이다. 이 마음의 힘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주 전체에 하나뿐인 한마음이 있는데, 우리는 자신의 내면에 내 마음이란 게 또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한마음만이 있을 뿐 내 마음이라는 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 내 마음이라고 느껴지는 게 사실은 일종의 환영임을 알아차리는 게 필요하다. 내 마음이 있다는 생각이나 느낌은 하나의 환영에 불과하며, 이것이 환영임을 자각하게 될 때 우리는 마음의 짐..

깨달음의 서 2020.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