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24

기준

기준 신타 제과제빵 쉐프, 교회 권사, 방과 후 교실 선생, 미용실 원장 등등 당신이 사귄 그 많은 사람들 뭐가 그리 대단해? 정말이지 당신 눈 높은 사람 맞아? 당신 나름이 아니라 내 나름으로 눈이 높아. 그러니까 당신 같은 사람 좋아서 지금 이렇게 정신 못 차리잖아. 그리고 모든 건 각자 자기 기준일 뿐이야. 그런데 거꾸로 자기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재단하려는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지. 당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나는 이 세상에 내 기준밖에 없다고 봐. 다른 기준이란 있을 수 없어. 물론 공중도덕이나 예의범절 법 등은 나도 지키려고 애쓰지만 그것들조차 내가 받아들일 때, 그때 비로소 내 기준이 될 수 있을 뿐이지. 마지막으로 내 기준이란 다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

신작 詩 2020.12.25

모순

모순 신타 버스 정류장에 붙어있는 포스터, 금연만이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문구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저리도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이라면 법이라도 만들어 강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리고는 이내 반성한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구호가 아직도 자연스레 기억나는데 시대가 바뀌고 정의가 바뀐 지금은 많이 낳으면 출산 장려금까지 준다며 새로운 정의와 애국을 부르짖는다. 그 시절 횡행하던 긴급조치 18호를 위반한 자식을 무려 넷씩이나 두었던 내 사촌누이 한 때의 시류時流가 아닌 주관의 생명체 그녀의 주관은 21세기 자유의 여신상! 한쪽에서는 금연을 강조하고 한쪽에서는 담배 광고를 하는 모순 어둠의 혼재混在 속에서도 아침을 일구어 내는 그대 모순은 민주주의의 횃불!

신작 詩 2020.12.16

당신처럼 꿈을 꿀 것입니다

당신처럼 꿈을 꿀 것입니다 신타 잠이 깬 나는 기억이 되살아나고 당신을 생각할 수 있음에 오늘도 참으로 기쁜 아침입니다 잠들기 전을 기억할 수 있고 당신과 함께 보낸 시간을 기억하며 당신과 함께 꿈을 꿀 수 있음을 알기에 나는 지금 여기, 내가 존재함을 사랑합니다 늘 그렇듯이 삶에 머물러 있어도 삶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아도 나는 언제나 당신처럼 꿈을 꿀 것입니다 그 순간이 지금이라 해도 다가오는 미래의 지금이라 해도 나는 언제나 당신처럼 꿈을 꿀 것입니다

신작 詩 2020.12.09

함께하는 가운데

함께하는 가운데 신타 그녀가 떠났습니다. 잠자리 바뀌면 아예 잠들지 못하는 그녀가 집 안에 먼지 한 톨 그냥 두지 못하는 그녀가 거지 굴속 같은 내 집에서 3박 4일을 머물다 떠났습니다 기차역에서 그녀를 배웅하고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하다가 그녀가 떠나갔음이 문득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돌아옵니다 깨끗하지 않은 곳임에도 이곳에서 평안함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내가 사는 집에 3년 넘게 쌓인 먼지가 닦이고 수년 동안 쓰지 않던 물건이 버려집니다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졌나 봐요 그녀와의 사랑에 빠졌나 봐요 우리는 함께 걸어갑니다 하나가 되어 걸어가는 게 아니라 홀로 선 채 둘이서 함께 걷고 있습니다 손을 잡으며 걸어가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이끌거나 그녀에게 이끌려 가고 싶지도..

신작 詩 2020.12.07

장미꽃 여인

장미꽃 여인 신타 우리의 삶은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아라 살아가며 가슴이 뛰는 순간 많지 않기에 그 끝이 행복이어도 또는 아픔이라 해도 나는 두 팔 벌려 너를 안으리 품어 안으리 우리가 사는 동안 사랑할 시간 충분해도 수없는 웃음을 웃고 눈물에 젖을지라도 그 끝은 모두다 기쁨인 줄 모르기에 우리 지는 해 바라보며 홀로 슬픔을 슬퍼한다 아픔도 슬픔도 밖에 있는 것 때문이 아닌 내 안에 있는 잣대에 걸려 찔리는 것일 뿐 누구도 무엇도 탓할 일이 아니다 심지어 내 몸마저도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 나는 죽을 수 없으며 내 몸이 죽는 것이니 죽음이라는 환영마저 기꺼이 환영하자 사는 날까지 꽃처럼 자신의 몸을 대하되 모든 건 불멸이니 지는 꽃도 서러워 말자

신작 詩 2020.11.30

아름다운 역설

아름다운 역설 신타 빗방울이 둥글든 모나든 덜 아프고 더 아픈 것일 뿐 나뭇잎이 힘든 건 마찬가지지 보이는 대로 또는 보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눈이 아닌 직관으로 보는 건 어때? 아프지 않은 것도 좋지만 아픈 것도 좋게 받아들일 때 우리에게는 모든 게 좋아질 거야 미리 상상하면 힘들고 받아들이면 견딜 만하지 받아들이는 게 곧 힘이니까 물론 거부하고 싶을 땐 얼마든지 거부해도 괜찮아 거부함도 받아들임 중 하나니까 거부를 스스로 거부하지 말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거야, 거부조차 거부하지 않는 게 진정한 받아들임이지 받아들여야 저절로 거부하는 마음 사라진다는 것 역설이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역설이지

신작 詩 2020.11.28

죽은 자와 친해지기

죽은 자와 친해지기 신타 그녀가 눈 감던 날 눈물처럼 비가 내렸으며 화장했다는 문자를 받은 지 이제 거진 한 달이 지났으려나 애인이자 친구였던 그녀 생각이 가끔 난다 몸은 가까이할 수 없어도 영혼은 가까이할 수 있기에 그러나 아무런 이유 없이 그녀를 멀리하려는 것 같다 그녀 영혼이 가까이 다가옴을 내가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살아있을 때는 한때 그리 박절했어도 꿋꿋하게 찾아가곤 했는데 죽은 자이기에 멀리하려는 것일까 이제라도 가까이 지내자 살아있을 때처럼 허물없이 숨기거나 감출 것 하나 없이 그곳은 모든 걸 아는 곳이겠지 살아있을 때보다 더 허물없이 지내자 더 다정하게 말을 건네자 늘 내 곁에 함께 있는 것처럼

신작 詩 2020.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