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 33

당신과 나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과 나는 사람이 아니다 / 신타 남자라는 단어가 있기에 여자라는 단어가 있고 우리가 아는 건 남자와 여자라는 단어일 뿐으로 남자가 있어 자신이 여자라는 걸 아는 게 아니다 우리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며 이름할 수 없는 빛으로 다만 존재할 뿐 마찬가지로 당신과 나는 사람이 아니다 고로 우리의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이 아니라고? 그러면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이 아니라면 도대체? 호랑이나 사자라는 이름처럼 사람이라는 건 동물의 이름일 뿐 사람이라는 이름이 우리인 건 아니며 사랑이라는 무형의 빛이자 없음이라는 있음이기도 한 있을 수밖에 없는 없음이다 우리 스스로 자신의 형체를 사람의 꼴로 선택했을지라도 형체가 곧 생명일 수는 없는 일 원숭이가 아닌 사람의..

詩-깨달음 2022.02.03

서로가 원하는 때

서로가 원하는 때 / 신타 설 연휴 마지막 날 우리는 헤어져야만 했다 생활권이 다르므로 일터가 서로 다르므로 4박 5일간의 긴 연휴 영육 간에 하나가 되었다 머리를 맞대고 쓴 시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이윽고 나는 고속 터미널로 너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돌아서는 순간 잊는 나와 혼자 남는 게 못내 아쉬운 너 지금은 평행선 따라가지만 저 멀리 보이는 곳처럼 하나 되어 만날 날 있으리라 서로가 원하고 때가 된다면

신작 詩 2022.02.02

서어나무 숲

서어나무 숲 / 신타 서어나무 숲 가보지 못한 채 지난해엔 가을이 지나갔어요 지금은 눈 내리는 겨울 새삼 서어나무 숲 가을을 건너뛰었다는 기억이 아쉬움으로 다가오네요 남원 운봉에 있는 행정마을 어쩌다 마주친 이름도 생소했던 서어나무 앞으론 서어나무 숲에서의 노란 전시회와 잎들의 합창 함께하는 삶으로 살고 싶어요 어차피 윤회하는 계절 하얀 겨울에도 파란 봄 여름에도 서어나무 숲 가을로 물든 낙엽처럼 내려놓은 채 내맡기는 삶으로 살고 싶어요

신작 詩 202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