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 33

나목의 가르침

나목의 가르침 / 신타 마지막 잎새마저 떨어진 겨울 그의 이름은 벌거벗은 나무다 여름에는 진녹색 옷을 껴입고 겨울에는 다 벗어버린다는 건 사람들의 무관심한 견해일 뿐 봄부터 애써 키운 것일지라도 때가 되면 기꺼이 내려놓아야 온 곳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가르쳐 주고자 그토록 오랜 세월 기다렸건만 매일 태양을 올려다 보면서도 눈은 진실을 보여주지 못함을 여전히 깨우치지 못하고 있는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을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 내려놓고 내맡긴 나목의 모습 보이는 게 진실만은 아니라는 가르침을 주려는 기다림인 줄 오늘도 깨우치지 못하는 무명 나목의 가르침은 헛될 뿐이다

詩-깨달음 2022.02.14

어둠 속에도 삶이 있다

어둠 속에도 삶이 있다 / 신타 밝은 곳뿐만 아니라 낯선 곳과 어둠 속에도 삶이 있다 귀신이나 사탄이란 다름 아닌 내면에 있는 두려움의 투영이다 우리 내면에 있는 두려움이 외부 세계에 비친 모습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귀신이나 사탄을 없애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없애는 용기를 깨닫는 일이며 모든 건 내면에서 나온다는 사실과 내면이 곧 무소부재하고 전지전능한 삶이자 나 자신임을 깨닫는 일이다

신작 詩 2022.02.13

영생과 환생

영생과 환생 / 신타 영생이란 진시왕처럼 불로초를 구하는 게 아니라 죽음이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때로 우린 세상을 떠난 이웃 소식에 슬퍼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떠났을까요 그들의 몸은 바닥에 누워있으며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는데 말입니다 여물기 전의 땅콩을 캐어 본 적 있나요 껍데기와 알맹이가 하나인 채로 물컹합니다 가을 어느 때쯤 다시 캐보면 이제는 껍데기와 알맹이가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이게 바로 껍데기가 세상을 떠난 모습입니다 우리 몸뚱이가 떠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땅콩 알맹이는 형체가 있으나 우리의 생명은 형체가 없기에 우리는 몸이라는 껍데기의 죽음에 그토록 슬퍼하기도 합니다만 알맹이의 생명은 여전히 살아있듯 보이지 않는 우리 생명도 여전합니다 땅콩의 생명도 한 철을 지내는데 어떤 씨..

詩-깨달음 2022.02.11

창조자이자 창조주

창조자이자 창조주 / 신타 내 안에 존재하는 나는 창조자이며 내가 나 자신에게 창조주입니다 무엇인가의 창조주가 아니라 스스로 나 자신의 창조주입니다 어제인 오늘도 나는 내 안의 나를 창조합니다 내일인 오늘도 마찬가지겠지요 모든 어제와 내일이 곧 오늘이며 모든 오늘에 나는 나를 창조합니다 창조된 생명이자 창조주인 나는 오늘도 세상에 홀로 존재합니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나는 지금까지 마냥 살아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세상에 태어나 부모 형제와 이웃 친지 덕분에 나는 이제서야 내가 혼자임을 세상에 홀로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나는 왜 세상에 존재하는 걸까요 어쩌면 혼자인 게 좋습니다 우주에 나 혼자 존재한다는 게 내 안에서 생각을 하고 혼자서도 얘기할 수 있으며 시를 쓸 수 있다는 게 누구나 홀로 존재하지만 홀로 ..

詩-깨달음 2022.02.11

생각이 없는 상태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다

생각이 없는 상태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다 의식이라는 용어를 흔히 사용하지만 우리가 의식을 의식할 수는 없습니다. 의식 자체에 대한 인식은 불가능하며, 다만 의식에 대한 개념을 인식하는 게 가능할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의식을 의식할 수는 없으며, 의식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을 인식할 수 있을 뿐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에서 180도쯤 깨닫고 나면, 산이 산이며 물이 물인 것은 그것이 본래 산과 물이 아니라 다만 우리가 그리 이름 붙인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반쯤 깨달은 이들은, 산이 산이 아니며 물이 물이 아니라고 큰소리로 외칩니다. 그러나 여기서 180도 더 나아가 360도라는 제 자리로 돌아오면, 달리 이름할 것 없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임을 다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산..

깨달음의 서 2022.02.10

받아들임이란?

받아들임이란? 사랑이란 받아들임입니다. 여기서 받아들임이란, 내 앞에서 일어나는 일뿐만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까지 즉, 외부 세계의 모든 일과 내면에서의 모든 반응을 하나도 빠짐없이 받아들이는 마음 자세를 말합니다. 또 달리 표현하면 나와 남의 말과 행동은 물론이며,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조차 모두 받아들임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겠죠? 그래서 사랑을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착각하는 지점 하나를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깨달은 사람이라면 타인의 언행이나 일어난 사건이나 사고에 대하여,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으며 초연해야 한다고 우리는 흔히 알고 있고 그렇게 배워왔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이 그렇고 노자 또는 도가의 가르침이 ..

깨달음의 서 2022.02.10

인간의 본질

인간의 본질 나란, 내 몸을 포함한 감각과 감정, 생각, 의지, 기억 등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이 하나로 융합된 그 무엇입니다. 몸만이 나인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몸을 제외한 다른 것들이 모여 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마치 모든 빛깔이 하나로 합쳐지면 아무런 빛깔이 없는 밝은 빛이 되는 것처럼, 우리 자신의 몸을 비롯하여 감각에서부터 기억까지 모든 게 하나로 합쳐지면 이게 바로 아무것도 없음이자 '나'라는 본질이 됩니다. '나'라는 본질은 아무것도 없음이자 무 無입니다. 우리 저마다의 몸이 죽음을 맞으면 몸의 기운은 '나'라는 본질 안에 그대로 남는 반면, 형체로서의 몸은 마치 땅콩 껍데기가 가을철 어느 순간에 알맹이와 분리되듯이 그렇게 분리되어 썩어갈 뿐입니다. 생명은 껍데기에 있는 게 아니..

깨달음의 서 2022.02.10

가상현실과 공의 세계

가상현실과 공의 세계 우리는 '가상현실'이라는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요즘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영어 약자로 'VR 체험'이라고 쓰인 간판을 볼 수 있죠. 제가 남원 광한루 부근에 있는 상가에서 체험해 본 '춘향가마 추격전'은, 화살이 제 얼굴 쪽으로 날아오고 제가 탄 가마가 도망가다가 길에서 굴러떨어질 듯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바로 이러한 가상현실 (VR·virtual reality)이라는 거죠. 우리가 서 있는 땅덩어리인 지구를 비롯한 우주가 바로 가상현실입니다. 이러한 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의문이 하나 생길 것입니다. 바로 우리 자신의 몸뚱이 때문이죠. 가상현실인데 어찌하여 우리가 땅을 딛고 서 있을 수 있으며 여기저기 움직일 수 있느냐 하는 의문 말입..

시간과 공간이라는 착각

시간과 공간이라는 착각 / 신타 10년 전이거나 바로 어제이거나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기억할 뿐 10년 전이나 어제로 되돌아가서 기억을 떠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언제나 지금 여기가 있을 뿐이며 지금 여기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 우리 몸이 아닌 생각이 그러하며 생각은 시공이 없는 세계에 있다 10년 세월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어제의 일처럼 기억할 수 있지만 모든 기억은 바로 지금 일어나는 지금 여기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우리는 언제나 현재를 살고 있다 과거의 기억에 따른 기쁨과 슬픔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은 오직 지금 일어나는 여기 일일 뿐이다 몸에 시공이 있다 해도 생각에도 시공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다르듯 몸의 세계와 생각의 세계가 다른 줄은 모르는 생각은 지금 여기에서 한 걸음도 밖이..

詩-깨달음 202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