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 33

빠루의 철학

빠루의 철학 / 신타 '빠루'는 '노루발못뽑이'여야 하고 '철학'은 '철학'으로 해도 되는가 먹물의 애국심은 이런 것인가 일본에서 '도카타'일지라도 우리나라에서 '노가다'로 바꾸어 쓰면 안 되는가 노가다 현장에서 먹물이 어쩌다 잡부로 일하는데 빠루 가져오라는 소리에 '노루발못뽑이' 말인가요 하고 묻는 사이 날아오는 빠루에 맞아 죽었다는 말 언젠가 노가다 다닐 때 들어본 적 있는 것도 같다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쯤에

신작 詩 2022.02.07

지구

지구 / 신타 네게서 나온 뼈조차도 화석으로 만드는 너는 식탁이자 화장실이며 보석이자 쓰레기이다 네게서 자란 식탁에서 몸의 기운을 이어가고 네게서 캐낸 보석으로 온몸을 치장해온 나는 마음대로 파헤쳐 얻고 제멋대로 불평을 하는 늘 나를 지켜보던 너는 물과 불 바람의 땅에서 어쩌다가 한번씩 내게 가르침을 주기도 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공존해야 살 수 있다는 번번이 가르침 받고도 또다시 부수고 세운다 공존을 잊고 나를 위해 너를 잊고 나만을 위해

신작 詩 2022.02.07

커피에 대한 기억

커피에 대한 기억 / 신타 대합실에서 옆에 앉아 마실 때는 커피 향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으나 차창 안의 너를 배웅하고 돌아설 때 문득 커피의 쓴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너와 함께 할 때 오늘은 충만함 가득한 날인 듯했으나 헤어지고 난 뒤 나는 대합실에 돌아와 너를 찾는다 너와 함께 했던 시간과 따뜻한 커피에 대한 기억 함께 할 때와 헤어질 때가 같지 않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러한 것처럼 손끝이 아리는 찬바람 한창인 겨울날이지만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기운 함께 할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세상의 모든 존재가 자신과 함께 너와 나를 너와 나 또한 우리를 위해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므로

신작 詩 2022.02.07

꽃의 생명

꽃의 생명 / 신타 너는 꽃이 아니고 나는 사람이 아니며 너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한 우리는 둘이 아닌 하나 하나의 생명으로 영원할 뿐 너는 꽃을 선택했으며 나는 몸을 선택한 차이일 뿐 너는 꽃이 아니고 나는 사람이 아닐 뿐 너와 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생명으로 존재하며 존재하는 건 사라지지 않는다 꽃이었다가 몸이었다가 드러나지 않는 빛으로 바뀔 뿐 너는 꽃이 아니고 나는 사람이 아닐 뿐 너와 나는 영원히 존재하는 생명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지만 결과가 없다고 해서 원인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뿐 너는 꽃이 아니고 나는 사람이 아닐 뿐 네가 없거나 내가 없을 순 없다 너와 나 우리는 형체가 아니기에 드러나지 않는 빛으로 존재하기에 꽃이 져도 너는 살아있으며 몸이 죽고 없어도 나..

詩-깨달음 2022.02.05

환상으로서의 죽음

환상으로서의 죽음 / 신타 삶이 환상인데 죽음이란 말할 것도 없이 환상 아니겠는가 사람의 형체를 선택한 것일 뿐 형체가 곧 생명인 것은 아니며 우리는 아무것도 없음이자 없음이기에 모든 가능성이다 없음이기에 사라질 수 없는 영원한 가능성의 드러남이다 지금 세상에서의 드러남도 생명 드라마의 한 토막일 뿐인 환상임에도 삶으로 존재케 하는 없으면서도 있는 영원한 생명이다

신작 詩 2022.02.04

지족제일부 知足第一富

지족제일부 知足第一富 / 신타 내가 기준인데 겁날 게 무엇인가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가 무엇이랴 내 운세를 날마다 내가 정하면 그만인데 내가 쓴 시에 독자가 없다면 시가 무슨 소용일까 내가 없다면 우주에 독자가 없다면 우주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물처럼 바람처럼 살고자 생각은 하면서도 우린 마음속에 멋진 동상을 세우고자 한다 오래 간직하고픈 무형의 상을 조각한다 나란 무형도 아닌 아무것도 없음이거늘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하거늘 오히려 무형의 집을 짓다니 집을 허물고 담장을 부수며 동상조차 없애자 무형의 상이 아닌 그림자 없는 빛이며 춤추는 침묵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곧 모든 것이자 전체인 아무것도 없는 내 안에서 모든 게 나온다 빛과 그림자 삶과 죽음까지도 엄청난 죽음조..

詩-깨달음 2022.02.04

사랑이 사랑이 될 때

사랑이 사랑이 될 때 / 신타 모으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끌어모으는 게 아니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다 체에 걸러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더욱 성기게 될 때 체가 아예 닳아 없어지는 것이다 모든 게 담기면서도 생멸도 증감도 없는 오탁도 청정도 없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베푸는 게 아니라 사랑이 되는 것이다 다만 내가 사랑이 될 때 사랑이 사랑을 베풀 것이다

신작 詩 2022.02.04

과거로 가는 버스

과거로 가는 버스 / 신타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구례 가는 완행버스 타려고 남원 노암동 정류장에 서서 20여 분은 족히 기다렸을 텐데 버스는 정류장에 다가서지 않고 오던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놀란 나는 소리를 지르며 아스팔트길 복판으로 나가 손짓한다 다행히 저만치에서 차가 멈추기 시작한다 숨이 턱에 닿을 듯 뛰어가 가고자 했던 곳에 갔던 기억 문득 지금 다시 떠오른다 사과도 하지 않는 운전기사를 속으로만 나무라고 말았는데 같은 일이 지금 일어나면 어찌할까 과거로 가는 버스를 타지 않으리라 차가 그대로 지나쳤다면 가고자 했던 곳 가지 못했다면 하는 가정법 과거를 쓰지 않으리라 그냥 지나칠 때의 황당한 기분에 젖어 운전기사에게 삿대질하지 않으리라 지금 버스를 타고 있음에 오히려 감사함을 전하리라 이제부터는

신작 詩 2022.02.04

눈물 흐르는 날

눈물 흐르는 날 / 신타 혼자 쓴 시를 읽어도 누군가 켜놓은 TV 드라마 흘깃거리며 한 번씩 보아도 자전거 타고 가는 길 이어서 노래 들어도 슬프지 않은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린다 웬일인지 그런 날이다 미련이 남아서일까 아쉬움 때문일까 영혼의 끌림으로 만난 사람과의 헤어짐 때문일까 영혼의 손짓이라면 헤어짐도 영혼의 뜻이겠지 슬프지 않은 슬픔이 내 가슴에 가득한 날이다

신 또는 우주의 목소리

신 또는 우주의 목소리 우리는 몸을 통하여 깨달을 수 없습니다. 오직 마음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을 뿐이죠. 마음에 담긴 두려움을 포기하는 게 바로 깨달음을 얻는 지름길입니다. 몸을 통한 수행이나 명상 등은 감각적인 착각을 불러올 뿐입니다. 마음에 있는 두려움을 없앴을 때, 우리는 비로소 신 또는 우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신 또는 우주의 목소리는 마치 라디오나 TV 전파처럼 허공 중에 늘 흐르고 있지만, 우리는 두려움을 바탕으로 하는 마음속 이성 理性이라는 체로 걸러서 듣기 때문에 스스로 온전한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즉 몸속 뇌에서 행해지는 이성적 사유 때문에, 자신이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쉽사리 얻지 못합니다. 이성이라는 체와 그것의 바탕 에너지인 마음속 두려움을 없애는 게, 우리가 가..

깨달음의 서 202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