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8 3

생의 매듭

생의 매듭 / 신타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출발과 매듭이 있다 수선화는 알뿌리로 살구꽃은 열매로 사람도 마찬가지 꽃처럼 피어난 몸에서 사랑으로 만나는 암술과 수술 밤마다 매듭짓고 다시 출발하는 아침 어느 한 철이 아니라 날마다 피어날 수 있는 꽃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낮으로 생의 매듭은 어김없이 이어지고 마지막 매듭은 다만 보이는 꽃으로가 아니라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봄 보이지 않는 계절로 사라진다 수선화도 살구꽃도 여러 생을 꽃 피우는데 사람은 어찌 한 생으로 꽃 피우고 매듭지을까 겉모습을 달리할 뿐 끊임없이 피고지는 계절 사라질지라도 생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 영원

詩-깨달음 2022.03.28

철없는 사람들끼리

철없는 사람들끼리 / 김신타 철들자 망령 날까 봐 나는 철들지 않으련다 지난가을 단풍철 잎조차 바람에 모두 날려버렸다 철들지 않은 바람 그냥 이렇게 살련다 봄에는 봄바람이었다가 가을엔 산들바람으로 부는 그땐 철이 없었노라는 그런 얘기보다는 차라리 예나 지금이나 철이 없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철없는 사람들끼리 함께 익어가는 세월에 저녁노을처럼 붉게 번지는 철 지난 얘기 다시 나누고 싶다

신작 詩 2022.03.28

얻음도 버림도 아니다

얻음도 버림도 아니다 / 신타 사람과 사건에 대한 축복과 허용 내면에서 일어나는 출렁임에 대한 기꺼운 받아들임만이 있을 뿐 얻을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세상 기꺼이 한 그루 나무가 되어 햇볕만이 아니라 비바람조차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가운데 오직 태양을 향하는 발걸음 안팎을 구분하지 않으며 스스로 철조망을 치지 않는 다만 영원히 성장하는 내면 꿈꾸는 나무일 따름이다 얻음과 버림이 없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 바위가 아니라 빼거나 더할 게 없을 뿐 늘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다 스스로 담을 쌓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모든 게 이루어지는 살아있는 우주가 만들어내는 물결치듯 출렁이는 매스게임

詩-깨달음 2022.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