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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과 해탈

구원과 해탈 과거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고해 苦海의 삶에서, 과거에 대한 만족과 미래에 대한 감사 속에서 신 神과 함께 하는 기쁨 충만한 삶으로의 전환! 이게 바로 구원이며 해탈이다. 구원과 해탈이란 죽은 뒤에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 몸을 가지고 있는 지금 여기서 얻을 수 있고 또한, 지금 여기서 얻고자 우리는 몸을 가진 채 지구상에 애써 태어난 것이다. 수용 즉 받아들임이란 내게 다가오는 안 좋은 것을 거부하지 않음이며, 또한 내게 머물다가 사라지는 좋은 것을 붙잡지 않는 정신작용 (또는 마음)이다. 즉 회피와 집착이라는 현실 부정의 욕구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신의 사랑과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믿음에서 나오는 정신작용이다. 이렇듯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나를 위한 신의 사랑과 축복으로..

깨달음의 서 2022.01.02

부모미생전 父母未生前

부모미생전 父母未生前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오로지 앞으로 나갈 수 있을 뿐. 그러니 생각 이전, 태어남 이전, 존재 이전이니 하는 등의 말은 가당치도 않은 표현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하고 있으며, 이미 태어나서 존재하고 있는데 생각 이전, 존재 이전을 누가 어떻게 감히 상상할 수 있으며 느낄 수 있단 말인가.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공허한 관념일 뿐이다. 헤겔의 변증법에서와같이 정에서 반을 거쳐 합으로 가는 것이지, 반에서 다시 정으로 가거나 합에서 도로 반으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오직 정반합의 순서대로 가는 것이며, 합은 또다시 정이 되어 계속 순환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생각 이전. 존재 이전. 부모미생전이니 하는, 말하는 본인조차 알지 못하는 공허한 표현일랑은 되도록 쓰지..

기억에 대한 기억

기억에 대한 기억 인식·이성·사유 등등 인간의 어떠한 정신 작용도 기억에 앞서 존재할 수는 없다. 정신 작용은 물론이며 심지어 신체적 움직임도 기억 위에서만 합리적으로 작용한다. 과거가 아닌 현재를 기억하지 못하는 병증인 치매 환자의 예를 들어보면, 자신이 행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의 오류가 발생하곤 한다. 내가 간접 경험한 사례로는, 장롱 위에 돈을 놓아두고는 장롱 안 이불 사이에 넣어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게 바로 기억의 오류다. 그런데 이것이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행해지는데도 치매 환자는 계속 기억의 오류를 겪는 것이다. 환자의 딸인 보호자도 어머니인 치매 환자가 이불 사이에 넣어둔 돈을 누군가가 훔쳐 갔다는 하소연을 듣고는 이불을 다 꺼내어 확인하..

인간이 신에게 잘못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신에게 잘못 할 수 있을까? 같은 인간에게야 늘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신에게도 인간이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만약 인간이 신에게 잘못하는 게 있다면 도대체 무엇을 잘못하는 것일까? 더군다나 인간에게 범한 잘못을 신이 처벌한다면, 그건 어린아이 싸움에 어른이 나서서 어느 한 쪽을 처벌하는 것보다 더 치졸한 짓이 아닐까? 신이 인간의 행동에 화를 내고 분노하여 벌까지 내린다면, 그건 신이라고도 할 수 없는 전지전능은커녕 무능의 소치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개인이든 민족이든 어느 한 쪽 편을 들어 인간을 처벌한다면, 신이 인간과 다른 점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인간은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을 처벌해주는 무소불위한 힘을 가진 존재 즉 신을 만들었다가, 남이 아닌 오히려 자신..

깨달음의 서 2022.01.02

믿음의 굴레

믿음의 굴레 믿음이란 나를 구속하는 굴레일까? 그것은 굴레일 수도 있으며 오히려 굴레에서 벗어남일 수도 있다. 믿음이란 억압이 될 수도 있고 자유가 될 수도 있음이다. 그런데 그것이 억압인지 자유인지를 구분하는 방법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무엇에 대한 믿음이든지 관계없이 믿음이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면 그건 자유이며, 처음엔 편안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해진다면 그건 억압이다. 믿음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굴레가 되어 인간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여러 번 보아왔다. 한때 로마 대제국을 등에 업고 유일신을 부르짖던 기독교가 그러했으며, 한때 많은 지성인을 현혹시켰던 공산주의 사상이 그러했다. 다른 종교나 다른 사상을 허용하지 않는 유일신 신앙 또는 유..

깨달음의 서 2022.01.02

텅 빈 침묵

텅 빈 침묵 / 신타 감각과 감정 그리고 생각 의지와 기억 또는 앎이 텅 빈 침묵에서 드러난다 물질 우주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이데아의 세계 바로 텅 빈 침묵이다 몸으로는 분명 있지만 우리는 몸뚱이가 아니라 보이지 않음일 뿐이다 보이지 않는 우리가 저마다 지금 여기 이렇게 몸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무아 無我라 함은 공 空조차 아닌 아무것도 없음이다 무아란 내가 없다는 게 아니라 무 또는 텅 빈 침묵이 곧 나라는 뜻임에도 오랜 세월 화두로만 남아 있다

詩-깨달음 2022.01.02

새해 첫날

새해 첫날 그러고 보니 오늘이 새해 첫날이네요. 어제가 12월 31일이었고 지금 시간이 새벽 3시가 넘었으니 말입니다. 언젠가는 일출을 본다고 꼭두새벽에 바닷가 일출 명소를 찾아간 적도 두어 번 됩니다만, 지금은 잠자리에 누워서 스마트폰 붙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만합니다. 일출 보러 간다고 전날 저녁부터 또는 새벽부터 부산을 피웠던 것도 부질없는 짓이 아니라, 지금 느끼는 충만감의 바탕이 되고 있을 것입니다. 굳이 불교의 연기법을 떠올리지 않아도 원인이 없는 결과가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에서는 원인 없는 결과가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아무러나 새해 첫날임에도 어디로 떠나고픈 충동이 일지 않고 마음이 고요하다는 건 편안한 일입니다. 하긴 1주..

열매의 부활

열매의 부활 / 신타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시 태어난 생명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곳으로 부활한 땅속에 묻혀있다가 이제는 형체조차 사라진 씨앗에 담겨있지 않은 모습은 세상 어디에도 누구에게서도 없다 홀로 떨어진 씨앗 속에 한평생의 삶이 담겨있으며 태어남에서 죽음까지의 파도가 개봉관 영화처럼 이미 상영되고 있다 씨앗이 열매가 되고 처음엔 없었던 내 몸이 어머니 자궁에서 부활하며 새 열매를 부활시키기도 한다 우리도 한때 열매였음을 우리 앞에 펼쳐지는 바다가 열매가 부활한 것이라는 사실 이제부터라도 인정하도록 하자

詩-깨달음 2022.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