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59

무아 無我

무아 無我 무아 또는 깨달음이란, 의식이 확장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몸과 분리되는 것도 아닙니다. 무언가가 남아있거나 또는 무언가와 분리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나와 남 또는 나와 상대라는 둘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깨닫는다는 건 아무것도 없음입니다. 내가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없음조차 느껴지지 않으며 그냥 평소처럼 생활하면서도 텅 빈 느낌! 눈에 보이는 것도 그대로이고 생활하는 것도 그대로이지만, 온 우주가 텅 빈 느낌입니다. 다만 이것을 머리로 즉 생각으로 느껴보려 해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때가 되면 저절로 느껴질 것입니다. 시절 인연이 우리 모두에게 이른 시일 안에 다가오길 바랄 뿐입니다.

깨달음의 서 2021.12.31

단지불회 시즉견성 但知不會 是卽見性

단지불회 시즉견성 但知不會 是卽見性 보조 국사 지눌 스님의 수심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만, 나는 이를 기존과는 다르게 해석할 것입니다. 기존의 해석은 불회(不會)를 '모름 또는 알지 못함'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나는 이를 글자 그대로 '모으지 않음'으로 해석하고자 합니다. 단지불회 시즉견성이란, '모으지 않고도 다만 아는 그것이 곧 견성이다'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모으지 않는 것일까요? 다름 아닌 우리가 과거에 듣고 보고 배운 경험이나 지식을 끌어모으지 않는 것입니다. 기억을 의식적으로 끄집어내지 않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지각하게 되거나 또는 어떤 상황에 부딪혔을 때, 흔히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끌어모으게 됩니다. 그런데 견성을 하게 되면 이와는 달리 끌어모으지 않을 수 있..

깨달음의 서 2021.12.31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모노드라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신타 - 모노드라마 처음엔 자연스레 산은 산이며 물은 물이었으나 배우고 깨닫다 보니 내 몸뚱이가 내가 아니라는 것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산이 산이 아니고 물이 물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러나 세월이 흘러 깨달음은 깨달음을 가져오고 산이 산이며 물이 물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몸뚱이도 내 부분이며 나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보이는 것도 나일 뿐입니다 깨고 나면 사라지지만 꿈을 꾸는 세계도 소중한 나의 일부이며 내가 꿈을 꾸는 것입니다 나란, 꿈을 꿀 때도 꿈에서 깨어났을 때도 언제나 나이기 때문입니다 시작과 끝이란 없으며 모든 게 지금 여기일 뿐 나 아닌 것 또한 없습니다 우주에 가득하면서도 덩그러니 혼자인 채 스스로 미워하고 용서하며 사랑을 열연하는 모노드라마

詩-깨달음 2021.12.30

지금이 시작이자 끝이다

지금이 시작이자 끝이다 / 신타 온 적도 간 적도 없다는 터무니없는 말이 이해된다 모든 게 지금 여기일 뿐이라는 보였다가 더는 안 보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천 년 전에 있었던 일도 여기에서 일어난 것이다 모습이 사라졌을 뿐 그가 사라진 게 아니며 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다시 천 년이 지나고 내 모습 사라졌을 때도 여전히 시작될 지금 여기 늘 지금일 뿐이며 지금이 시작이자 끝이다 불생불멸 그리고 부증불감이다 냄새나면 더러운 것이고 향기가 나면 깨끗한 것일 뿐 후각이 아니라면 불구부정이다 태양은 도는 것처럼 보이고 지구는 오히려 고정된 듯한 모든 감각은 착각일 뿐이다 빛이 아니라면 볼 수 없으며 공기가 아니라면 들을 수 없고 허공이 없다면 냄새 맡을 수 없다

詩-깨달음 2021.12.29

윤회, 바다와 호수

윤회, 바다와 호수 / 신타 물은 바다로 흘러가지만 우리 마음은 호수로 흘러간다 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저마다 잘났다고 내세우는 파도가 아니라 스스로 조용한 물결이고자 한다 모천을 향해 가는 게 아닌 바다에서 허공중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일 뿐 내가 죽는 게 아님을 바로 깨달아 아는 자 바닷물이 구름이 되고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고 있다 흐르지 않는다 해도 흘러가고 있는 호수 바다를 향한 꿈이다

신작 詩 2021.12.28

몸의 마술

몸의 마술 / 신타 목숨줄 끊어지면 그만이다 추락하면 끝이다 싶었는데 연못에 떨어진 단풍잎 하나 여전히 물결 따라 출렁인다 영원히 살고자 하는 바람 잎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물결에 출렁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자라는 것은 늙지 않고 태어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익어가는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된 것일 뿐이다 태어남과 죽음이란 보이고 보이지 않음이며 눈에 보이다가 이제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 몸이라는 옷을 통해 보이고자 할 때가 있으며 옷을 벗고 떠나가면 보이지 않을 때 된 것이다

詩-깨달음 2021.12.27

지리산 바람 소리

지리산 바람소리 / 신타 산길 따라 오르다 보니 산 위를 휘도는 바람 소리 귓가에서 여전히 사납고 앞지르는 등산객이 반갑다 어쩌다 뒤돌아보면 물고기 비늘 같은 눈발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침 햇살 소리와 함께 바람도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내가 산을 오르는 것임에도 바람이 내려오는 것만 같다 비스듬히 쓰러진 나무와 반듯이 서 있는 나무 사이 삐거덕대는 소리가 아프다 홀로 걷는 산행길 문득 스치는 내 안의 두려움 스스로 두려움이 두려워 저만치 내팽개치고 싶지만 어차피 저기도 내 안인데 두려움조차 받아들이자 그마저 따뜻하게 끌어안자 내가 지나는 이 길도 나무꾼과 약초꾼 다니던 길 산길이 되고 등산로 되었으리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산길 오르는 이 또 있어 지리산을 휘감는 바람 소리 노래가 되고 물이 되리라..

詩-깨달음 2021.12.27

삶의 행간

삶의 행간 / 신타 정상을 향하면서도 산길 오르며 보게 되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 또한 산행의 기쁨인 것처럼 행복을 향해 가면서도 행복에 대한 추구와 함께 삶의 행간을 읽어내려는 게 우리 삶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태어나 살면서 추구하는 풍요와 건강이 이미 주어졌음을 깨닫고자 삶을 선택한 게 아닐까 싶다 이러한 사실을 믿고 받아들여 자신의 삶에 기뻐하고 감사할 때 깨달음의 깊이 깊어질 것이며 행복과 행간이 우리와 함께하리라

詩-깨달음 2021.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