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그리고 또 63

할머니의 귀가

할머니의 귀가 진해 군항제 벚꽃 잔치가 끝난 다음날 늦은 시간 은박 풍선을 잔뜩 짊어진 할머니가 어둡게 칠해져 있는 길모퉁이를 돌고 있다 새로운 집주인, 밤이 들어오자 온통 까맣게 칠해 놓고는 제 집 마당에서 나가라며 말없이 등을 떠밀고 사월 초순의 무정한 밤바람이 쫓기는 발걸음에 자꾸만 시비를 건다 옷깃을 여미며 손에 쥔 끈을 모아 쥐고는 파장 손님이라도 있을까 하여 둘러보지만 아무도 할머니를 쳐다보고 있지 않다 어둠만이 차가운 눈초리로 조용하다 들고 다니기 쉬울 것 같아 시작한 풍선 장사인데 벚꽃 잔치 끝나도록 동심童心으로 떠난 놈은 몇몇 남은 녀석들 이제 다리를 짓누르고 밤의 땅 끄트머리에 세 들어 있는 집 할머니의 지친 발걸음으로 찾아가기엔 아직도 멀다 김석기 2005

詩-그리고 또 200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