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 37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자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자 / 신타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이라면 어찌하겠는가 우리는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 게 아니라 삶이 현실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삶은 현실이 아닌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본향으로 데려가고자 죽음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삶이라는 꿈에서 깨어날 수 없음이다 꿈속의 꿈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뿐 없음의 있음임을 깨달아 가는 것일 뿐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 죽음도 삶조차도

詩-깨달음 2022.04.09

몸에 밴다는 말

몸에 밴다는 말 예전에 탔던 자전거나 스케이트를 몇십 년이 지난 다음 다시 탈 경우에도, 타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았을 때 우리는 이를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만 깊게 생각해본다면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몇십 년은 고사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 세포가 교체된다. 몸이 예전의 몸이 아닌데 어떻게 몸이 기억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의 몸이 여전히 예전의 몸과 같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착각의 산물이다. 근육은 말할 것도 없이 뼈조차도 6개월이면 모든 세포가 새롭게 바뀐다는 게 과학이 밝혀낸 지식인데, 우리는 이를 망각하고 있음이다.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거의 망각하는 채로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 덕분에 우리는 몇십 년 전에 몸에 익혔던 일을, 처음 배울 때와 같은 ..

시간의 광야

시간의 광야 우리는 흔히 시간을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선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렇다. 더욱이 현재는 장구한 과거와 안갯속 같은 미래 사이에 있는 아주 짧은 순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그랬다. 그러나 60대에 들어서면서 내게는 현재가 찰나가 아니라는 사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재라는 순간을 스치듯 지나가면 과거가 되는 게 아니라, 벌판처럼 펼쳐진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어느 한 지점의 기억을 과거라고 부르는 것뿐이다. 과거라고 부르는 현재와 미래라고 부르는 현재가 있을 뿐, 과거와 미래란 있을 수 없다. 지평선이 보이는 현재라는 광야에서, 저 멀리 기억나는 한 지점을 과거라고 여기지만, 그 모든 곳은 하나도 빠짐없이..

도 道

도 道 / 신타 오줌의 어머니는 샘물이며 똥의 아버지는 진수성찬이다 더러움과 깨끗함은 내 몸에서 들고 난 것 내가 분별하는 것일 뿐 어떤 때는 몸 안에 있기도 한 구더기가 바로 내 몸일 수 있다 가까이하지 못하는 귀함이 아니라 누구나 가까이 할 수 있는 천함이리라 나는 오줌똥도 아니며 샘물과 진수성찬도 아닌 바람처럼 보이지 않을 뿐 분별이자 또한 받아들임인 꿈속 같은 없음의 있음일 뿐

詩-깨달음 2022.04.07

어떤 문상

어떤 문상 / 신타 망자 앞에서 터지는 통곡 제 슬픔에 겨운 후회일 뿐 병실에 누운 환자 앞에서 눈물짓는 것과 같은 몸짓 아픔조차 안으로 삼키는 슬픔조차 먼 산 바라보는 통곡조차 바다에 뿌리는 마지막 헤어짐이고 싶다 가벼움과 황홀함에 잠긴 위에서 바라보는 영혼은 왜 우는지 알지 못하는데 지상에 남은 자만 슬프다 소리 지르고 울어대는 게 천명을 알지 못하는 거라 부인상에 노래 부른 장자 '장자' 외편에 나와 있단다 장자처럼은 아닐지라도 기쁨으로 배웅하고 싶다 고통과 시련 다 벗어버린 망자와 함께 축배를 들며

신작 詩 2022.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