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 37

바람의 온도

바람의 온도 / 신타 사월의 환한 빛과 부드러운 바람의 온도 유리창 통해 바라보는 풍경 스쳐 가는 기차 안으로 밀려온다 화사한 한복 차림의 벚꽃 멀리서도 웃음 띤 여인이다 턱없이 나선 남도로 가는 길 간간이 핀 진달래꽃처럼 붉다 풍경은 스쳐 갈지라도 나는 언제나 지금 여기 바람의 온도를 따라가는 한 그루 나무로 흔들린다 봄날의 새싹이었다가 뜨거운 폭풍의 여름 지나 지금쯤 가을로 익어가는 시절 언제라도 눈 내리는 겨울일 수 있는 현재라는 여기에서 한 생을 회오리치고 있는 한가득 끌어올린 잡동사니 내려놓고 사라질 바람이거나

신작 詩 2022.04.02

판단이 없는 세상

판단이 없는 세상 / 신타 판단이 없는 세상이라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자유로운가 판단이 없다고 해서 억지로 눌러버리지 않으며 저절로 일어나는 판단조차 거부하지 않고 수용하는 세상 생멸도 증감도 없으며 깨끗함도 더러움도 없는 오감을 통해 보이고 들리며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이는 세상 판단이 없는 삶이란 잡아 둘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오는 판단 막지 않고 가는 판단 잡지 않는 없음의 세상

詩-깨달음 2022.04.02

믿음으로부터의 자유

믿음으로부터의 자유 / 신타 눈에 보이는 믿음과 믿지 않는 믿음조차도 모든 게 착각일 뿐이며 다만 착각임을 깨닫게 될 때 믿음의 둥지를 벗어나는 새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다 믿음도 믿지 않음도 모두가 믿음일 뿐이며 믿음 없이 살 수는 없지만 환상임을 알고 믿을 때 하늘에서 눈송이 쏟아지듯 믿음대로 소망이 이루어지리라 보이고 들리는 세상의 모든 것 환상임을 아는 바로 그 자리에 믿음 따라 피어나는 소망의 꽃

詩-깨달음 2022.04.01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 신타 구름이 무상한 까닭은 멀리서 보기 때문이며 안에서 바라본다면 치열한 삶일지도 모른다 눈이 눈을 볼 수 없듯이 나는 나를 보지 못한다 스스로 나를 알기 위해 이 세상 태어났음에도 내가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살다 보면 남이 나를 더 잘 들여다볼 때도 있다 멀리서 보기 때문에 안을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늘 함께해도 나를 알지 못해 여전히 답답하다 여태껏 함께 살아오면서도 내가 나를 모르는 나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바로 나다

詩-깨달음 2022.04.01

감각기관과 전자기기

감각기관과 전자기기 인간에게 있어 눈과 귀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각기 전자기기로 비유할 수 있겠다. 눈은 고정된 VR기기 (Virtual Reality ; 가상 현실)이며, 귀 역시 고정된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사물이나 풍경을 동영상으로 보지 못하며, 마치 즉석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는 것처럼 한 장면씩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러다가 점차 성장하면서 사물이나 풍경을 평면이 아닌 입체로 인식하게 되고 또한, 정지된 화면이 아닌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을 때부터 우리는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예측할 수 있으며 또한, 두 지점 사이의 시간도 예측이 가능하게 된다. 이때부터 우리 눈은 평면을 찍는 사진기가 아니라, 평면을 보는 순간 입체적 동영상인 가상 현..

이성 理性이란

이성적 지식이란 일어난 현실을 어떻게 기쁘게 받아들이느냐와 함께,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그대로 받아들이느냐에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이지, 현실 또는 감정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평가, 분석, 판단, 추론하고 결정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다. 이성이란 오직 자신에게 일어난 현실과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도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