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그림
천 개의 그림 / 김신타몸으로 죽어선 천 개의 바람이지만지금 내 안엔 천 개의 그림 가득하다식당에서 앞 사람 밥 먹는 모습은밥 먹는 모습의 그가 아니라내가 그린 그림 속 그의밥 먹는 모습일 뿐이다내가 그린 그림이 천 개의 바람 되어지금 내 안에서 날아다니고밖에선 셀 수 없는 바람의 새숲속을 날아다니고 있다사랑하더라도 내가 그린 그림을 사랑하는 것이고미워하더라도 내가 그린 그림을 미워하는 것이니사랑뿐만 아니라 미움까지도따뜻한 마음으로 펼쳐야 하며칭찬뿐만 아니라 비난까지도마음속 사랑의 발로여야 한다스치는 순간 바람의 새는내가 그리는 그림이 되고밖에 있는 건 이미 날아갔으며안에 있는 그림만 남아 있기에내 안에 있는 그림은 이미 날아간 새의반영 反映이자 잔상 殘像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