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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백편 의자현

독서백편 의자현 / 김신타우리 결혼하던 날나는 너를 읽고 싶었다머리에서 발끝까지마음을 읽고 싶었다한두 번 읽어서는알 수 없는 너의 맘평생 너와 함께하리라무언의 약속을 하였다읽고 또 읽으며아는 만큼 받아들이리라백 번을 읽으면 뜻이저절로 환해진다고 했으니그러나 너는 책이 아닌책장처럼 넘겨지는 마음,몸으로 덮인 하늘이기에변하는 날씨 읽을 수 없었다감히 하늘을 읽으려 하다니내가 참으로 어리석었다이제는 오면 오는 대로가면 가는 대로 살리라

신작 詩 2025.03.14

바람

바람 / 김신타바람은 스스로 바람 불지만부는 바람이 자신인 줄은,낙엽을 휩쓸고 다니며여인의 치마 들추는그게 곧 자신인 줄은 꿈에도 모른다이리저리 몰려다니다가문득 바람은 묻는다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일까?회오리 먼지가 자신인 줄부서지는 파도가 자신인 줄흔들리는 잎이 자신인 줄 안다모양도 형체도 없는 바람은하늘을 나는 새가 나일까?창공에 뜬 연이 나일까?자신을 찾고자 애쓰지만밖에 있는 건 모두가 허상이다내가 아니라는 말이다보이지 않으며스스로 느껴지지 않는바람은 감각에서 벗어나 있다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느껴질 뿐인몸으로 느끼지만몸에서 벗어나는 것오감에서 벗어나는 것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詩-깨달음 2025.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