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그리고 또 63

읍면동

읍면동 김석기 먼 도시가 아닌 가까운 시골에 산다는 게 어두웠던 시절이 있었다 삼천리보다는 삼천동이라 말하고 싶었으며 금수군 강산면이 아닌 금수시 강산동에서 살고 싶었던 멀리 우뚝 솟은 산보다 가까이 네모난 아파트가 우람하고 굽이치며 흐르는 강보다 곧고 반듯한 아스팔트가 시원하게 다가오던 시절이 있었다 아파트보다 시골집이 부럽고 동사무소보다 면사무소가 가깝게 느껴지는, 이제는 오늘도 반갑군 또오면 어떠리 산 3번지에서 나는 살고 싶다

詩-그리고 또 2013.03.22

담배를 생각하다

담배를 생각하다 김석기 왜 피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는 사람이 있고 안 피면, 무슨 낙으로 사느냐는 사람이 있다 무슨 이유로 피는지 나도 모를 때 있으며 안 피면 세상 살아가기 힘들 때도 더러 있다 오랜 세월 가장의 상징이었건만 이제는 시대의 죄인이 된 비 오는 날 거리에 서서 담배 피우는 사내 바라보며 담배를 왜 피울까? 그리고 어떻게 안 필 수 있을까? 하는 상념에 젖어본다 시대가 선악을 구분하고 사람이 상벌을 가릴 뿐이다

詩-그리고 또 2012.11.07

苦海 고해

苦海 고해 김석기 백년삼만육천일 불급승가반일한 (세상에서 백 년을 산다 해도 절에서 반나절 한가하게 산 것에 미치지 못한다) 웃기고 자빠졌네... 삶이라는 苦海가 곧 스승이며 自然이 곧 스승이거늘 스승은 없고 불상과 은사 스님이라는 우상만 있는 절에서 무엇으로 깨닫는다는 말인가? 선생과 제자가 모여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놀이일 뿐 눈앞에도 내면에도 금빛 불상과 은사 스님의 호통소리만 가득한데 스스로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채찍이 없으니 무엇으로 말을 달릴까? 오히려 승가삼만육천일 불급세상반평생인가 하노라 (절에서 백 년을 산다 해도 세상에서의 반평생 삶에 미치지 못한다)

詩-그리고 또 201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