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3 생명 3 김석기 죽음이란 생명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생명을 담고 있던 그릇이거나 생명을 감싸고 있던 옷이 닳는 것임을 안다면 지금처럼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는 않으리라 살갗에서 각질이 떨어져 나간다고 노폐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누가 슬퍼한단 말인가 과일의 씨앗.. 발표작 (詩, 수필) 2013.05.10
악보엔 마침표가 없다 악보엔 마침표가 없다 김석기 밀물은 썰물의 메아리 바다엔 뚜껑이 없기에 메아리 따라 파도가 밀려온다 밤은 낮의 그림자 우주엔 어둠이 없으며 그림자가 드리운 것일 뿐 죽음은 삶의 쉼표 악보엔 마침표가 없나니 쉼표 속에 잠시 머무는 순간에 지나지 않으며 삶은 영원한 정반합 마디.. 발표작 (詩, 수필) 2013.03.22
양덕시장에서 양덕시장에서 김석기 좁다란 시장 골목 저편 끝이 아득하다 들고나는 군데군데 세워진 차량, 혈관 속의 고정관념처럼 생각 속의 혈전 덩어리처럼 몇 발짝만 벗어나면 8차선 도로가 시끄러워도 백 년 후인 지금이나 백 년 전이나 생각은 여전히 뇌경색을 앓고 있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을 추.. 발표작 (詩, 수필) 2013.03.22
가지 않은 길은 없다 가지 않은 길은 없다 김석기 - 지금 여기에서 끝을 맺음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 움튼다 - 길에서 갈라진 길과 길이 하나로 통하고 삶에서 나눠진 삶과 삶이 하나로 이어진다 내가 가지 않은 길은 없는 길이다 언제라도 지금이며 오늘이 삶이면 내일도 삶이다 가지 않은 길은 없다 가지 않.. 발표작 (詩, 수필) 2013.01.21
골목길 골목길 김석기 골목길 돌아서면 또 골목길 햇살처럼 비치는 낡은 사진 골목길 돌아서면 또 골목길 배내옷처럼 작아진 엄마 품 골목길 돌아서면 또 골목길 저녁 연기처럼 따뜻한 가난 - 2013년 7월호 월간 <문학바탕> 발표작 (詩, 수필) 2012.10.27
지리산 자락에서 지리산 자락에서 ㅡ함양 마천고을 홍주가ㅡ 김석기 오래간만에 아침 햇살 얹어 밥 먹어봅니다 지리산 계곡 따라 듣는 물소리 마시면서요 동으로 난 창가 유리처럼 맑은 인연입니다 창밖에 가을 풍경 산처럼 붉게 익어가네요 (민들레 문학회 - 홀씨 13집 발표) 발표작 (詩, 수필) 2012.10.08
노란 노란 김석기 익어가는 것들의 마음은 은행잎처럼 노란 옷이다. 익어갈수록 모과처럼 눈물의 색 진득진득하며 짙어지는 갈대밭 사이사이 노란 바람이 꽃처럼 흔들린다. (민들레 문학회 - 홀씨 13집 발표) 발표작 (詩, 수필) 2012.09.23
내가 우는 건 우는 것도 아니다 내가 우는 건 우는 것도 아니다 김석기 인터넷 '뉴스타파'를 통해서 본 인혁당 사법 살인 기록 영상, 내 눈물은 눈물도 아니다 내가 우는 건 우는 것도 아니다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었던 억울한 죽음, 진실을 밝히지 못하면 억울해서 죽을 수도 없었던 죽음보다 고난한 세월 죽은 님은 말.. 발표작 (詩, 수필) 2012.09.15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제17회 김달진 문학제 중에- 김석기 들깨향 담을 넘는 시인 생가 현수막에 줄지어 달린 김달진 문학상 수상자 시를 읽는다 생각난 듯이˚ 비가 내리고 감나무 잎 그늘을 빌려˚ 내 안에 감탄사 감처럼 열린다 시란 이런 것일까! 빗물이 천막에 번지고 판소리 빗소리.. 발표작 (詩, 수필) 2012.09.10
월광 소나타 월광 소나타 김석기 나는 피아니스트다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작품번호 27-2' 유독 베토벤의 월광을 칠 때마다 십수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오늘 토요 정기공연에서도 월광을 연주하는 사이 아버지의 정열이 내 등 뒤에 서 있음을 본다 연주회가 끝나고 오신 손님을 배웅하.. 발표작 (詩, 수필) 2012.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