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272

앳된 하늘

앳된 하늘 김석기 지금은 내가 그대 앞에서 부끄럽지만 그대 두고 떠날 때는 결코 부끄럽지 않은 영혼입니다 몸과 함께할 때 부끄러워도 영혼과 함께하는 나 무엇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한편 생각하면 창피해도 나 부끄럽지 않은 삶 살아갑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하다면 내 생각 고치려고 애쓰지만 정이나 안 되면 차라리 삶의 방편을 바꾸고자 합니다 그런대로 살아가 집디다 옆을 돌아보면 사는 게 초라하지만 영혼을 알게 된 마음은 무엇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눈물처럼 소나기 쏟아지면 하늘은 더욱 앳된 모습이며 우리는 모두 하나이니까요

詩-깨달음 2012.10.31

비겁한 사람들

비겁한 사람들 김석기 타인의 의지 무시한 채 살인을 저지르고는 자신은 제 욕심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처럼 비겁한 마음은 없다 스스로 목숨 끊는 사람 비난하면서도 자살을 결행한 가슴 헤아려보지 않는 사람처럼 비겁한 가슴은 없다 죽음 뒤에 영생이 있다고 외치면서도 삶은 단 한 번뿐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여 영원한 생명이 어찌 삶이 아닌 죽음이란 말인가 영원과 순간이 하나이며 삶과 죽음이 하나이거늘 제 죽음이 두려우면 남의 생명을 해치지 말 일이며 스스로 죽는 일이 두려우면 남의 결단을 비난하지는 말 일이다

詩-깨달음 2012.10.31

그가 나다

그가 나다 김석기 나는 그가 아니나 그는 나다 나는 나고, 그는 남이 아니라 내가 나고 그가 나이며 모두가 나다 나는 그가 아니다, 라는 말은 그와 내가 다르다는 게 아니라 그가 먼저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지 않음이며 그를 보고 배워 내가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함이며 그에게 마음으로 내가 먼저 다가가고자 함이다 그가 나다, 라는 말은 몸이 아니라 영혼으로 그와 내가 하나라는 것이며 그의 우주와 내 우주가 하나라는 것이고 그의 사랑과 내 사랑이 하나라는 것이다

詩-깨달음 2012.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