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24

풀꽃

풀꽃 신타 나태주 시인의 혜안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우리 만나게 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인지도 모른다 세월도 잊고 나이도 잊은 채 몸을 탐닉하는 시간 뚝방길을 뛰든지 아니면 등산을 하든지 몸을 다시 만들어야겠다 풀꽃이 피어 올리는 잔잔하게 흔들리는 웃음과 질풍 같은 기쁨을 선물하고 싶다 영혼의 사랑과 더불어 마음으로의 사랑뿐만 아니라 깊은 곳에서도 빛나는 사랑이고 싶다

신작 詩 2020.09.07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 / 김신타 내가 원하는 사랑만을 찾느라 지금 이대로 사랑받고 있음을, 사랑이 사랑인 줄 나는 몰랐네 내 생각대로 영원하지 않을 뿐 사랑이란 사랑으로 영원함을, 사랑을 사랑할 줄 나는 몰랐네 사랑이란 생각대로가 아니라 사랑으로 움직여지는 것임을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알았네 내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라도 사랑은 언제나 내 곁에 있음을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 내가 행한 잘하고 잘못한 일들 나는 빠짐없이 모두 사랑하리 잘했으며 잘못했기에 말이네 남이 행한 모든 일도 사랑하리 잘한 일과 잘못한 일 그 모두가 내게 고마운 일 아닐 수 없다네

신작 詩 2020.07.28

사랑 이식

사랑 이식 신타 내 가슴 속 사랑 한 점 당신을 위해 잘라낸다 해도 미래의 보답은 기대하지 않으며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만으로도 나는 지금 충만하고 기쁩니다 나 자신에게조차 구속받고 싶지 않기에 가슴에 난 상처 아문 뒤에도 당신의 길과 나의 길이 나란히 가는 길이어도 좋고 서로 엇갈리는 길이어도 좋습니다 무엇을 기대하며 가슴 열어젖힌 게 아니라 나의 사랑으로 당신의 사랑이 이어진다면 그게 바로 당신을 위한 나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신작 詩 2020.06.23

웃음 그리고 눈물

웃음 그리고 눈물 신타 웃음의 반대말은 울음일까 눈물일까 울음이라고 썼다가 눈물로 고쳐 써본다 시 한편 읽다가 웃고 글 읽다가 흐르는 눈물, 한참을 버티다 결국 세면대로 향한다 감정이 몸에서 나오는 걸까 몸이란 하나의 물길일 뿐 그것의 발원지는 내 몸을 감싸는 기운일 터 몸과 늘 함께하는 보이지 않는 그것이리라 보이지 않는 그것, 우리가 영혼이라 이름하는

신작 詩 2020.06.20

섬 신타 가끔은 섬도 바다를 떠나고 싶다 딱히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닌 함께 모험할 친구도 없는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태어나기 전부터 바다가 키운 생명으로 살아가는 아쉬운 것은 바다가 아니며 섬이 있어도 좋고 없으면 그만이다 파도가 아프다 두려움에 바다를 떠나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 백골마저 해변을 장식하게 될 것이다 밤새 잠못 이룬 아침 섬은 바다를 사직辭職한다 바다는 더 이상 섬을 채근하지도 않을 것이며 생명을 키우지도 않을 것이다 섬은 지금 어느 산골짝에 있다 섬에 놀러 온 아이들은 가끔 바다에서 묻어온 생명 가재를 잡는다 아이들은 이제 그를 산이라 부른다

신작 詩 2020.06.18

비 신타 저녁 늦게 혼술 하러 가다가 들른 길옆 식당 주인아주머니 말씀 하루살이가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니 비가 오겠다고 하시더니 오늘 오후 갑자기 비가 내린다 오전만 해도 해가 뜨거웠고 비가 오는 지금도 구름이 터진 부분은 햇살이 환한데 카페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 구름 사이로 해가 숨바꼭질한다 아스팔트 길 위로 차들은 여전하고 다리 난간 위 화분에 담긴 자줏빛 페튜니아도 그대로인데 나는 늘 거슬러 올라가고자 한다 분수처럼 역류하고자 한다 흐르는 냇물이 아니라 비가 오면 오는 대로가 아니라 자전거 안장 젖는 일과 집에 돌아갈 일을 걱정하곤 한다 여전히 물과 바람과 그리고 비와 함께 하지 못하는 삶이다 함께 흘러가지 못하고 저항하거나 거부하는 삶이다 비가 오는 것조차 나를 위한 일임을 곧바로 자각하는..

신작 詩 202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