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다 부질없다 신타 「강원도 사북 음식 중 가장 뛰어난 것이 곤드레밥인데 1인분은 팔지 않는단다 어찌 세상이 혼자 사는 사람에게 이토록 매정하냐 이 밥을 먹으려면 장가를 가야 하나 내 기어코 이 밥을 먹기 전에 사북을 떠나지 않으리라」 어느 스님의 트윗 글을 보고는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방법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댓글 달려다 그만둔다 부질없다 부질없다 다 부질없다 나도 혼자 가서 곤드레밥 사 먹으면 될 일인데 신작 詩 2020.02.20
구례 사성암 구례 사성암 신타 여우비 지나가던 날 온 세상 땅거미 지고 빗소리마저 드리울 때 가던 발걸음 되돌릴까도 싶었던 사성암 돌아 오산 오르는 길 무엇을 빌고자 함이 아니거늘 거인 다리 유리광전* 부처가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단다 바람은 스스로 부는 것 암벽 오르는 바람에도 나는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에 감사하고자 했다 말없이 빛나는 섬진강 굽이 바라보며 사성암 바위 품은 가슴이고자 했고 강 건너 흰 구름 벗 삼아 노니는 지리산 닮은 속내이고자 했다 *유리광전(琉璃光殿) - 약사전(藥師殿)의 다른 이름 신작 詩 2016.12.17
사랑은 늘 그대로이다 사랑은 늘 그대로이다 김석기 비 내리는 가을 벚꽃과 사랑 사람으로 넘쳐나던 봄의 빈자리에 시가 열매처럼 열린다 가을비는 승용차 양철 지붕을 두드리고 가로등은 산길을 비추는데 봄의 틈에 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유혹, 주차할 곳도 없는 곳을 비집고 들어오던 환상, 모두.. 신작 詩 2016.10.10
뻐꾸기 뻐꾸기 김석기 창원 동서식품에서 팔용산 숲길 오르다 뻐꾸기 우는 소리에 문태준 시인의 시 '가재미'를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뻐꾸기는 소리로 기쁨을 울고 나는 눈물로 슬픔을 웃는다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처럼 가난한 내 마음이 뻐꾸기 소리 돋는 오솔길에서 국수처럼 가늘은 몇 가닥 시구에 호젓한 눈물 지음은 영혼의 기쁨이 아니고 그 무엇이랴 * 2연은 문태준 시인의 시 '가재미' 부분 전재 신작 詩 2015.12.13
지리산 쑥부쟁이 지리산 쑥부쟁이 김석기 마음속 원혼은 서러움으로 피어나는 꽃 지난날의 상처는 눈물로 돋아나는 물소리 쑥부쟁이 헝클어진 머리칼은 네가 아니면 내가, 죽어야 했던 지리산 고운동엔 지금도 시멘트 포장된 임도 사이사이 귀신 얘기 솟아오르고 예나 지금이나 가을이면 흐드러.. 신작 詩 2015.02.20
신의 모습 신의 모습 사랑이란 대상과 내가 하나 되는 것이다 귀신도 사랑하고 독사도 사랑하자 깨끗하고 선한 것도 사랑하고 더럽고 악한 것도 사랑하자 신이 창조하신 것 중에 아름답지 않은 게 어디 있으랴? 무형이기도 하고 유형이기도 하며 천사이기도 하고 사탄이기도 한 그 모든 게 .. 신작 詩 2014.08.14
삶은 죽음보다 깊다 삶은 죽음보다 깊다 김석기 살면서 한 번도 죽음을 꿈꾸지 않은 자라면 그가 삶을 산 것일까? 번민을 실행한 누군가를 비난한다면 그는 자살을 꿈꿔보기나 한 자일까? 현실 그 너머를 꿈꿔본 적 없다면 어찌 삶의 의미를 안다 할 것이며 그대가 지금 삶의 의미를 찾았다면 어찌 타.. 신작 詩 2014.08.13
비 개인 여름 아침 비 개인 여름 아침 김석기 눈부신 흰색과 파란색의 빛나는 어울림 그런 아침 바람이면 나는 온통 여름이고 싶다 지금은 해가 들었지만 언제 소나기가 내릴지 모르는 홀로 선 시간이 내 안에서 기쁨으로 숙성되기를 기다리는 어둠 속에서도 나는 오래된 위스키이고 싶다 익어간다.. 신작 詩 2014.08.11
함께하는 가운데 홀로 서 있다 함께하는 가운데 홀로 서 있다 김석기 이슬 맺힌 들꽃이 더 청초하고 촉촉한 눈동자가 더 아름다우며 눈물 배인 기쁨이 더욱 반짝인다 불편함 뒤에 편안함이 서 있고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 있으며 고통의 쓴맛에 즐거움이 달고 함께하는 가운데 홀로 서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고마워하며.. 신작 詩 2014.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