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24

나와 장미와 분홍 찔레꽃

나와 장미와 분홍 찔레꽃 신타 마당가 비탈에 늘어진 찔레꽃 닮지 않은 찔레꽃 그에게도 무언가 바라는 바 있을까 궁금한 나는 아파트 시멘트 담장 사이로 고개 내미는 장미꽃 어린 시절 무엇인가를 동경하며 먼 산 바라보는 세월이 흘러 이젠 이 세상은 물론 저세상까지도 지금 여기 나와 함께 하는 것이자 내가 사랑하는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과 연결되었을 뿐 아니라 내가 곧 전체이자 존재하는 모든 것임을 이제는

신작 詩 2020.06.05

바람, 유월의 첫날

바람, 유월의 첫날 신타 전북 남원에서 전남 구례까지 요천과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 가다가 멈춘 쉼터엔 벤치 위에 그늘과 바람이 있다 배낭에서 막걸리 한 병 꺼내어 부는 바람 안주 삼아 마시는데 더 없이 시원해서 생각해보니 오늘이 바로 유월의 첫날이다 만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인터넷 카페에서 보고는 문득 지금 여기가 바로 만족이라는 느낌 떠올라 댓글로 쓴 적 있다 댓글을 쓰면서 아하! 그렇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또 깨달아 지금 여기 유월 첫날의 바람과 두 손 맞잡고 다시 길을 떠난다 섬진강 물길 따라 내려가는 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합창 나그네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몸은 몸대로 나는 나대로 간다

신작 詩 2020.06.02

노고단 가는 길

노고단 가는 길 신타 초록이 한창인 오월의 바다 산철쭉 화사한 데크로드 길 연분홍 향기 따라 걷다보니 구례 누룩실에서 처음 만나 노고단 오르던 날 섬진강은 저 아래 운해 속으로 흐르고 신라 화랑의 심신 수련장이 노고단에 있었다는 이야기 안개 속 구름처럼 피어난다 돌탑 앞에서 기원하는 통일 백제와 신라가 그러하였듯 남북이 하나 되는 그날이길

신작 詩 2020.05.28

0으로서 나는

0으로서 나는 신타 남자는 1 여자는 0 빗줄기 내려긋는 호수 유한이 아니라 무한이고 순간이 아니라 영원함이며 나는 1이 아닌 0을 향합니다 보이는 유형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형입니다 나와 너라는 둘이 아니라 모두가 우리라는 하나입니다 1대 1로 반응하는 개체가 아니라 1에게 0마저 보태주는 전체입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뺄셈보다 바다처럼 허공처럼 중첩되는 곱셈입니다

신작 詩 2020.05.25

칡 신타 그도 생명이지만 나는 뿌리를 잘라낸다 더는 줄기를 뻗지 못 하도록 그러해도 다른 사람에겐 몸에 좋은 약재일 터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길 바라지 말자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맑은 차향이 되자 내가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사랑의 씨앗을 뿌리자 다만, 나를 감아 오르려 한다면 그가 나 자신일지라도 단호하게 선언하자 어떤 제한과 한계도 거부하겠노라고

신작 詩 2020.05.22

삶의 수채화

삶의 수채화 신타 카페 유리창 너머 비가 올 듯한 풍경 나뭇잎 바람에 부대끼고 내 가슴 바닥에 무너지고 신호등 앞에 모여 섰다 바쁘게 떠나는 자동차들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하늘은 여전히 울고 웃는데 오래전 카페 글 보다가 반성과 공감으로 눈물짓고 그러한 나를 스스로 다독이고 오늘도 펄럭이는 내 삶의 한 자락 나 홀로 그린다 아니다 세상과 함께 언제나 세상 모두와 함께 그리고 있다 내 삶의 수채화

신작 詩 2020.05.05

소환장

소환장 신타 차를 타 놓고는 까맣게 잊을 수 있다니 계란 삶는 물에 시계 넣었다는 전설 이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도 예전의 내게 소환장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무언가에 집중하려면 따로 시간이 주어져야 했고 시간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 못 한다며 나름의 이유 늘 있었기에 물을 끓여 찻잔에 더 붓는다 어쩌면 지금의 나보다 지난 날의 내가 더 애틋하다 얼마나 힘들었던가 얼마나 힘든 세월 견디어 왔던가 소환장 받고 온 그가 기쁨의 눈물을 쏟는다 그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다 지금 충만한 나 무척 고맙지만 지난 세월 부족한 나 또한 고맙다

신작 詩 2020.04.23

브루노 그뢰닝

브루노 그뢰닝 김신타 브루노님! 사랑합니다 당신의 불행했던 삶마저 내가 사랑합니다 말을 하는 순간 눈에는 눈물이 배지만 영상 속 당신 삶 떠오르며 눈물이 쏟아지지만 그래도 당신 삶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힘겨웠던 삶이 내 삶이라 해도 나는 내 삶을 사랑할 것입니다 당신도 그랬겠지요 당신 삶을 넘어 지금까지도 모든 이의 삶을 사랑하니까요 날마다 당신 사진 바라보며 내 마음에 쓰레기 치워주셔서 고맙다고 오늘도 인사하다 문득 미안해졌습니다 당신은 힘들게 지나간 삶이었는데 나는 당신 덕분에 기쁜 삶인 것 같아서요 어쩌거나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삶마저도 사랑합니다

신작 詩 202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