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울 / 신타 유리에 은판을 덧대어 거울을 만든다고 한다 유리엔 형상이 담기지 않지만 거울은 모든 형상을 담아낸다 뒷면이 막힌 유리가 거울의 형상이라면 형상에 성질이 배어있을 뿐 유리는 있어도 거울은 없다 모든 걸 담아 비추는 게 거울의 성질이자 작용이며 없지만 있을 수밖에 없는 작용이 곧 거울의 성질이다 살과 뼈에 생기를 불어넣어 사람의 몸을 만든다고 한다 몸엔 기억이 담기지 않지만 나는 모든 기억을 담고 있다 생기 넘치는 몸뚱이가 나를 둘러싼 형상이라면 형상에 본질이 배어있을 뿐 나는 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떠오르는 기억 담아내는 게 나의 본질이자 작용이지만 없음이자 동시에 있음인 작용이 곧 나의 본질이다 거울이라고 이름하는 것일 뿐 유리는 있어도 거울은 없으며 몸은 있어도 나는 있지 않은 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