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와 씨앗 / 신타 낮아진다는 건 비움이며 비웠기에 채워지는 것이다 비움이란 힘들게 지고 다니는 등에 진 짐을 내팽개치는 것이다 단 한 벌의 옷이며 단 한 대의 자가용이기에 아껴야 할 소중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인 건 아니다 묻힌 씨앗이 썩어 새싹으로 이어지며 몸의 죽음을 지나고 나면 1막에서 2막으로 이어지는 나란 텅 빈 침묵이자 아무것도 아닌 무 無이기에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기에 겨울 찬바람도 따뜻한 빛깔이다 사막에 비친 태양도 시원한 파인애플이다 허공을 가르는 칼이 되지 말고 둘을 하나로 묶는 영원을 향해 나가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아니라 이에는 물 눈에는 바람일 수 있음이다 한때는 네가 나였고 내가 너인 적 있었으며 어느 곳에서는 네가 나였고 내가 너였던 땅조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