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7 6

지금 여기

지금 여기 / 신타 온 길을 돌아보아도 지난 일을 반성해도 언제나 지금 여기서 행하고 있는 것일 뿐 일을 해도 길을 걸어도 여행길에 나섰다 해도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일 뿐 지금 여기에서 잠들고 꿈을 꾸며 아침을 맞는 숱한 흔들림 속에서도 미동도 없이 흘러가는 이제는 그만 자각해야 할 안식과도 같은 보금자리 수없이 스쳐간 지금 여기 지금도 나를 스치고 있다

詩-깨달음 2021.12.17

첩첩 산그리메

첩첩 산그리메 / 신타 가까이는 어둠이지만 어둠의 절벽이지만 산그리메 너머엔 먼동이 터온다 붉은빛 가득 지금은 절망이지만 절망의 심연이지만 심연 깊숙한 곳엔 절망조차 없다 희망과 절망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모든 게 있기 때문이다 희망도 절망도 없을 때 절망처럼 희망이 피어오른다 어둠 속 절벽에 뻗은 나뭇가지 희망이라는 손을 놓쳤을 때 한 손으로 쥔 절망조차 놓아라 절망의 심연에서 희망이 먼동처럼 붉게 번져오리라 「사진 : 이흥재 사진작가 작품 촬영」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이흥재 사진전에서

詩-깨달음 2021.12.17

무채색 기쁨

무채색 기쁨 / 신타 소설을 써야만 할까 때로는 피눈물 나는 사연 한 편의 시로 보면 안 될까 통곡과 절규 속에 슬픔과 아픔이 배어있는 시 소설이 아니라 시로 읽고 싶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어차피 쉽지 않은 은유일 터 나름대로 이해를 하기보다 나만의 시로 읽고 싶다 눈 덮인 세상처럼 평화로운 풍경 아래 무엇이 담겨있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겪어본 사람만이 배고픈 설움 알 수 있다 바람 불고 어두워지며 눈송이 점점 쌓여가지만 어느 때 눈이 그칠지 아니면 밤새 쌓일지 누가 알겠는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슬픔도 기쁨도 고통도 즐거움도 언제 올지 누가 알겠는가 슬픔 속에서 기쁨이 오고 기쁨 속에서 슬픔이 온다 무엇도 둘로 나누지 말자 칼날을 세워 둘로 가르지만 않는다면 모두가 같은 색깔일 뿐 세상은 ..

신작 詩 2021.12.17

눈 내리는 겨울이란

눈 내리는 겨울이란 / 신타 산에 가려다 집에서 어정어정 지금은 창밖의 풍경 눈 내리는 겨울을 바라본다 일찍 나섰으면 산에서 맞게 될 눈 나는 무슨 미련이 남아 선뜻 나서지 못하는가 따뜻함과 편안함이 내 발목을 잡는 것일까 밖에 나서기만 하면 좋다는 걸 느끼면서도 바지 깃 사이로 찬 바람 솔솔 불고 목덜미 시릴지라도 그래 일단 나가보자 나갔다가 영 싫으면 되돌아오면 되지 않겠니 눈 내리는 겨울이란 어릴 적 친구이지만 한때는 서로 사이가 멀어졌던 어쩌다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이제는 백발과 함께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기도 하니

신작 詩 202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