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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빛

아름다운 빛 / 김신타 누구랑 비교해서즐겁거나 괴로운 삶이 아니라혼자서도 즐거운혼자만의 삶을 살아갈 일이다비교하는 기쁨보다괴로움이 더욱 크기 때문이며함께 살아가면서도혼자서 사는 삶이기 때문이다너와 나로 나누어진 것 같지만우리는 모두 하나로 이루어진따로따로 떨어진 몸이라는 건우리 각자의 이름표에 불과한보이지 않는 나를 대신해겉으로 드러내는 사랑의 도구오감으로 느껴지는 몸은빛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운 꽃

詩-깨달음 2025.03.22

감사

감사 / 김신타 감사란 과거나 미래가 아닌내가 처한 현재에 대한 감사지금 이 순간을 향한 감사다과거에 이루어진 기억이나미래에 이루어지길 바라는소망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내가 처한 상황이 어떠하든지금 닥친 모든 일에 대하여감사하는 마음 갖는 것이다감사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참기 어려운 굶주림 심지어죽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사자 굴에서조차 다니엘은마음속 신을 생각하며 오직한 줄기 빛만을 바라보았다미래 또는 과거의 일이 아닌지금 현재 일어난 일이 바로내가 바라보아야 할 빛이다

詩-깨달음 2025.03.22

유일한 효도

유일한 효도 / 김신타밖에서 맛있는 것 먹으면음식 포장해서 부모님께 꼭가져다드린 게 유일한 효도였다는 그돌아가시기 한 달 전 어느 날"니 덕분에 맛있는 것 다 먹어봤다""고맙다"라고 하셨다는 그의 부친태어나지 않으면 힘든 삶 살지 않을 것이기에신혼 초 아내에게자식을 갖지 않는 게 어떻겠냐는 나의 제안에그러려면 뭐 하러 결혼했냐는 대답 겸 질문달리 할 말이 없어서 부모에게효도나 한다는 생각으로 가졌던 자식 남매돌아보니 나의 유일한 효도였다부모님께 좀 잘하라는 누나의 충고에잘못한 게 뭐 있느냐고 대들었던부모에게 잘한 것도 없지만잘못한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나지인의 말씀에 눈물이 밴다

신작 詩 2025.03.20

삼월, 살구나무

삼월, 살구나무 / 김신타삼월 중순 아침을 나서는데살구나무에 눈이 붙어 있다그도 눈을 원망할까아니면 바람을 탓할까그도 아니라면 하늘과 신?부는 바람은 불 뿐이고내리는 눈은 내릴 뿐이며살구나무는 서 있을 뿐이다누구의 잘못도 아니고누가 잘한 것도 아니며일이 일어났음일 뿐인데우리는 생각한다누구 때문이라고누구 덕분이라고몸이 아니라 생명이 나인 것처럼생명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원나무가 아닌 나무의 생명이 그다일어난 일이 모두 감사한 일임을몸을 통해 깨닫고자 태어난 우리삼월의 눈이 스승일 수 있음이다

詩-깨달음 2025.03.19

남이 없다

남이 없다 / 김신타'남이 없다'는 생각과 더불어'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이 없으니 나도 있지 않고내가 없으니 남도 있지 않은안팎이 하나인 동전의 양면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는'그도 나다'라는 생각은 이미오래전부터 해온 바 있지만'남이 없다'는 생각은 아마도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남이 있어 내가 있고내가 있어 남이 있을 수 있는

詩-깨달음 2025.03.19

나를 위한 좌우명

나를 위한 좌우명 / 김신타생명과 신체 관련된 급한 일 아니라면내 판단을 고집하거나 강요하지 말고그의 느낌과 판단에 대해 충고가 아닌무조건 받아들이는 마음 자세를 갖자그가 먼저 요청하지 않는다면내 판단은 마음 안에 접어 두고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 리를가주라는 예수님 말씀처럼그를 따라 돌아가면 어떠하리오그의 판단이 맞을 수도 있음인데나를 포함하는 모두가사회적 약자일 수 있는사회적 약자를 대할 때 항상내 옆에 두고자 하는 좌우명

신작 詩 2025.03.19

독수리 청년

독수리 청년 / 김신타옷 가게 사진 찍으려고 나온 번화가'버거, 맛있게 손 봤다'는 광고 문구롯데리아 체인점 앞을 지나다가벌써 이십여 년 전 일 생각난다중학생이었을 남매는 롯데리아 가자는데롯데리아가 뭘 하는 곳인지 잘 몰랐던 아빠그런 델 왜 가느냐며 마지못해 동행했던아들 녀석 사관학교 예비 훈련 마치는 날면회 가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다가새벽에 피자 찾으러 가야 한다는 아내의 말에그런 건 저녁에 미리 준비하면 되지 않느냐고타박을 했던 피자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남편모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공연이저녁 어스름 길 걸으며 눈물이 난다그땐 왜 그렇게 마음 좁게 살았는지왜 배포 큰 모습 한 번 보여주지 못했는지혼자 산 지 20년이 되어가는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그때보다 더 어려운 형편임에도이젠 독수리처럼 ..

신작 詩 2025.03.18

옷 가게

옷 가게 / 김신타자격증 따기 위해 교육 받는 곳점심 먹고 교육장 돌아오는 길옆아직 열지 않은 옷 가게 하나 있다일행 한 명이 진열된 옷 마음에 든다며교육 끝나고 옷 가게 들렀다 가자는데나는 끝까지 교육장 1층에서 기다렸다따라 가면 틀림없이 옷을 살 것이기에언제 산 것인지도 모를 옷 가득한 옷장열어 보며 혼자서 다짐한 약속 지키고자나를 시험하는 옷 가게 이겨내고어렵사리 지킨 나와의 약속스스로에 대한 불안감 씻어낸 날

신작 詩 2025.03.18

오래 본다는 것

오래 본다는 것 / 김신타'오래 본다는 건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딱따구리 아빠'로도 불리는생태학자 김성호 작가의 지론이다딱따구리 암수가 새로 만든 둥지에신방을 차리고 알을 낳아부화된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까지숨어서 지켜보았던 50일4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우연히 지나던 길에서 보게 된큰오색딱따구리의 신방 앞에움막 짓고 별빛 출퇴근 반복했던새끼들이 둥지를 떠나는 사이이를 모르고 먹이를 물어 왔다가빈 둥지임을 안 아빠 딱따구리처럼딱따구리가 되어 한참을 울었다는 그러시아와 몽골에서 철원으로10월 15일경 왔다가이듬해 3월 15일경 돌아가는철새 재두루미 배웅하러남원 사는 그가 철원으로홀로 탐조 여행을 떠난다오래 본다는 건, 만남에서 이별까지텅 빈 가슴으로 지켜보는 일이다

신작 詩 2025.03.17

모르는 걸 두려워하는 어리석음

모르는 걸 두려워하는 어리석음 / 김신타오감으로 느끼는 지금 이외에우리는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과거에 이랬으니까 앞으로도 이럴 거라고?어리석기 그지없다오늘은 어제의 판박이가 아닌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그려지는 그림어제 그린 그림은내 안에선 여전하지만밖에선 이미 사라지고 없다내 안에 있는 걸 붙잡고오늘과 내일을 두려워하지 말자모든 건 이미 지나가 버린 바람일 뿐이다내 안에서만 남아 있는밖에선 이미 지나가 버린 지금과알 수 없는 내일 또한 지금 걱정하지 말자모르는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는이미 지나간 과거와 현재에 무조건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자

詩-깨달음 202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