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194

가능성

가능성 사과 씨앗은 사과와 같은 게 아니라, 사과가 될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다만 가능성이란, 반드시 결과가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어느 하나의 씨앗이 도중에 썩거나 시들더라도, 다른 씨앗은 큰 나무로 자라고 많은 열매를 맺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씨앗이 비록 수많은 개체로 나누어져 있다 해도, 모든 사과 씨앗은 하나의 형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모든 사과 씨앗은 서로 분리된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사람들처럼 내가 없으면 우주도 없다고 말하지 않으며, 사과 씨앗은 자신이 영원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안다. 자신이라는 게 자기 하나뿐이 아니라, 사과의 형질을 가진 씨앗이 모두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이다. 그리고 이는 사과 씨앗에만 해당하는 진실이 아니라, 우리..

깨달음의 서 2022.01.03

추구하지 않음을 추구한다는 것

추구하지 않음을 추구한다는 것 추구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음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마치 지구가 한시도 멈춤 없이 회전하는 것처럼,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음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구심을 되도록 재빨리 알아차리고 이를 내려놓아야 한다. 가급적 빨리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는 시기도 앞당겨진다. 추구심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추구심이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냈다고 해서, 지구의 회전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우리가 무엇에 대해 추구하는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추구심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닌 것과 같다. 추구심은 우리 마음속에 태양처..

깨달음의 서 2022.01.03

나는 어디에도 없다

나는 어디에도 없다 나는 분명 살아있지만, 또한 나는 어디에도 없다. 마찬가지로 신이 분명 살아있지만 신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일찍이 니체는 이를 두고 「신은 죽었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우주 어느 한구석에서 반짝이는 금빛 의자에 앉아있는 신은 없다는 의미에서,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신은 사실 없다. 우주 한 모퉁이든 한가운데든 어느 한 곳에 있는 신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관념적으로 신을 무소부재한 존재로 만들어놓고는, 금빛 보좌에 떡하니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신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에 모든 곳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살아있듯이 신 또한 분명히 살아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일 뿐 살아있기에 ..

깨달음의 서 2022.01.02

삶이란 기억이다

삶이란 기억이다 지금 이 순간뿐만 아니라, 이 순간의 색수상행식 色受相行識이 모두 신의 선물이다. 그리고 색수상행식에서 식이란, 인식과 기억을 뜻하며 이를 한 단어로 줄인다면 의식이 될 것이다. 즉 의식이란 인식이면서 동시에 인식한 대상에 대한 기억인데, 의식을 포함하여 이 모두를 다시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이 모든 것이며 기억이 뿌리가 되어, 의식이라는 새싹이 줄기가 되고 인식이라는 잎이 돋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인 시각에서 보면, 나무라는 커다란 기둥이 있고 거기서 가지가 자라고 뿌리가 뻗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원에서 보면 뿌리에서 나무 기둥이 자라는 것이다. 이처럼 기억이라는 뿌리에서 의식이 생기고 인식이 돋아나는 것이다. 즉 기억하지 못한다면 의식이 무슨 소용이며..

깨달음의 서 2022.01.02

내려놓음에서 내맡김까지

내려놓음에서 내맡김까지 삶이란 행복의 연속이다. 고해의 삶이 아니라 행복한 순간의 연속일 뿐이다. 다만 이는 자신이 무엇인지를 완전히 깨달은 뒤에 가능한 느낌이기는 하다. 완전히 깨달은 뒤란, 견성을 출발점으로 해서 해탈에 이른 때를 말한다. 견성이란 깨달음의 시작점이고 해탈이란 견성의 종착점이다. 그런데 해탈이 견성의 종착점일 뿐 깨달음의 종착첨인 건 아니다. 해탈이란 끝이 없는 영원한 기쁨이다. 여기서 견성을 다른 단어로 바꾼다면 내려놓음이며 해탈은 내맡김이다. 나를 내려놓을 때 즉 아상에서 벗어날 때부터 자신에 대한 앎이 시작되며, 자신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알고 난 다음 그러한 자신을 신에게 내맡기는게 바로 내맡김이다.

깨달음의 서 2022.01.02

구원과 해탈

구원과 해탈 과거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고해 苦海의 삶에서, 과거에 대한 만족과 미래에 대한 감사 속에서 신 神과 함께 하는 기쁨 충만한 삶으로의 전환! 이게 바로 구원이며 해탈이다. 구원과 해탈이란 죽은 뒤에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 몸을 가지고 있는 지금 여기서 얻을 수 있고 또한, 지금 여기서 얻고자 우리는 몸을 가진 채 지구상에 애써 태어난 것이다. 수용 즉 받아들임이란 내게 다가오는 안 좋은 것을 거부하지 않음이며, 또한 내게 머물다가 사라지는 좋은 것을 붙잡지 않는 정신작용 (또는 마음)이다. 즉 회피와 집착이라는 현실 부정의 욕구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신의 사랑과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믿음에서 나오는 정신작용이다. 이렇듯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나를 위한 신의 사랑과 축복으로..

깨달음의 서 2022.01.02

인간이 신에게 잘못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신에게 잘못 할 수 있을까? 같은 인간에게야 늘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신에게도 인간이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만약 인간이 신에게 잘못하는 게 있다면 도대체 무엇을 잘못하는 것일까? 더군다나 인간에게 범한 잘못을 신이 처벌한다면, 그건 어린아이 싸움에 어른이 나서서 어느 한 쪽을 처벌하는 것보다 더 치졸한 짓이 아닐까? 신이 인간의 행동에 화를 내고 분노하여 벌까지 내린다면, 그건 신이라고도 할 수 없는 전지전능은커녕 무능의 소치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개인이든 민족이든 어느 한 쪽 편을 들어 인간을 처벌한다면, 신이 인간과 다른 점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인간은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을 처벌해주는 무소불위한 힘을 가진 존재 즉 신을 만들었다가, 남이 아닌 오히려 자신..

깨달음의 서 2022.01.02

믿음의 굴레

믿음의 굴레 믿음이란 나를 구속하는 굴레일까? 그것은 굴레일 수도 있으며 오히려 굴레에서 벗어남일 수도 있다. 믿음이란 억압이 될 수도 있고 자유가 될 수도 있음이다. 그런데 그것이 억압인지 자유인지를 구분하는 방법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무엇에 대한 믿음이든지 관계없이 믿음이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면 그건 자유이며, 처음엔 편안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해진다면 그건 억압이다. 믿음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굴레가 되어 인간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여러 번 보아왔다. 한때 로마 대제국을 등에 업고 유일신을 부르짖던 기독교가 그러했으며, 한때 많은 지성인을 현혹시켰던 공산주의 사상이 그러했다. 다른 종교나 다른 사상을 허용하지 않는 유일신 신앙 또는 유..

깨달음의 서 2022.01.02

무아 無我

무아 無我 무아 또는 깨달음이란, 의식이 확장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몸과 분리되는 것도 아닙니다. 무언가가 남아있거나 또는 무언가와 분리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나와 남 또는 나와 상대라는 둘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깨닫는다는 건 아무것도 없음입니다. 내가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없음조차 느껴지지 않으며 그냥 평소처럼 생활하면서도 텅 빈 느낌! 눈에 보이는 것도 그대로이고 생활하는 것도 그대로이지만, 온 우주가 텅 빈 느낌입니다. 다만 이것을 머리로 즉 생각으로 느껴보려 해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때가 되면 저절로 느껴질 것입니다. 시절 인연이 우리 모두에게 이른 시일 안에 다가오길 바랄 뿐입니다.

깨달음의 서 2021.12.31

단지불회 시즉견성 但知不會 是卽見性

단지불회 시즉견성 但知不會 是卽見性 보조 국사 지눌 스님의 수심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만, 나는 이를 기존과는 다르게 해석할 것입니다. 기존의 해석은 불회(不會)를 '모름 또는 알지 못함'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나는 이를 글자 그대로 '모으지 않음'으로 해석하고자 합니다. 단지불회 시즉견성이란, '모으지 않고도 다만 아는 그것이 곧 견성이다'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모으지 않는 것일까요? 다름 아닌 우리가 과거에 듣고 보고 배운 경험이나 지식을 끌어모으지 않는 것입니다. 기억을 의식적으로 끄집어내지 않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지각하게 되거나 또는 어떤 상황에 부딪혔을 때, 흔히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끌어모으게 됩니다. 그런데 견성을 하게 되면 이와는 달리 끌어모으지 않을 수 있..

깨달음의 서 2021.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