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 43

여전히 천동설

여전히 천동설 태양이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구가 돌고 있다는, 학교에서 배운 과학 지식을 우리는 받아들이고 기억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감각만이 진실을 담보한다는 어리석은 믿음은 여전하다. 오늘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과학이라는 이름에 의해 세뇌된 모습일 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여전히 천동설을 믿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태양이 도는 것으로 보인다면, 시각이라는 감각이 잘못된 것임을 이제는 깨달아야 함에도, 우리는 여전히 자신의 오감으로 확인한 사항만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지구의 자전 속도야 위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차치하고라도, 공전 속도가 대략 초속 30km라고 하므로 이를 시속으로 바꾸면 10만km가 넘는다. 이러한 속도로 하루도 쉬지 않고 태양 주위를 달리는 지구 위에서, 자신..

처음부터 이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렇지 않았다 / 신타 지금의 나는 처음부터 이렇지 않았다 처음에는 꼿꼿하고 어린 새순이었다가 나를 지키기 위해 상처를 주는 가시였다가 스스로 흔들리고 떨어지는 상처 난 잎새였다 폭포 앞에서 떨다가 시내와 강을 지나고 흐르다가 머물고 다시 흘러 바다에 이르는 처음엔 파도였다가 지금은 심해에 이르렀다 언제든지 다시 파도칠 수 있는 바닷물일 뿐인 다만 스스로 아름다움을 꿈꾸고자 하는 나그네 나 자신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가는 길에 서 있다 타인 등 외부로부터 나를 지키는 성벽이 아니라 안에서 밖으로 흐르는 사랑의 샘물 되고자 하는

詩-깨달음 2022.03.19

모노드라마

모노드라마 / 신타 일인다역 一人多役의 모노드라마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며 어차피 내 우주엔 나뿐이니 당연한 풍경이기도 하다 어설픈 연기가 아니라 실감 나게 열연을 하므로 스스로도 깜빡 속아 넘어가 자신과 싸우고 죽이기도 하는 저마다 자신의 우주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을 뿐이지만 수없이 변신한 나 자신을 남으로 착각하며 사는 것이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앞으로 죽이지는 않으리라 욕할 때 욕하더라도 이제 저주하지는 않으리라 연기에 몰입했을지라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라 눈에는 물처럼 흘러가고 이에는 바람처럼 지나가리라 지금은 아닐지라도 물과 바람 같은 세월 지나 강 같은 평화 흐르는 강이 되고 바다가 되리라 우리는 분리된 하나이자 각자의 우주를 창조하는 창조자이면서 창조주의 사랑받는 어린 양이므로

詩-깨달음 2022.03.18

세상이 파도치는 이유

세상이 파도치는 이유 / 신타 처음부터 넉넉할 땐 늘 넉넉할 줄로만 여기며 고단한 가난을 알지 못합니다 처음부터 가난할 땐 늘 가난함을 염려할 뿐 넉넉할 수 있음을 모릅니다 세상이 파도치며 출렁대는 이유는 경험해보지 않은 지금과는 다른 삶을 경험해보고 싶은 내면의 충동 때문입니다 모든 삶을 체험하고 싶은 마음 풍요와 가난이 있으며 그 외에도 풍요 속 가난과 가난 속 풍요까지 풍요롭다면 가난한 사람 배려하는 마음을 가난하다면 풍요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저마다 자신을 위해 키우는 것입니다

詩-깨달음 2022.03.18

상식

상식* / 신타 내가 굳게 믿는 상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비상식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상식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비상식이라는 일견 수긍되는 면도 있었으나 내가 상식이라고 믿는 것은 내 멋대로 믿어버린 원칙이고 각자의 상식 속에 갇혀 살아가며 상식 따위는 우주에 하나도 없다는 기존 상식을 깨부수는 얘기도 있었다 물질이 허공에서 나타날 수 있고 우리 소원은 모두 이루어진다는 어릴 적 내가 그토록 소망했던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얘기도 믿기만 하면 현실이 된단다 내가 믿지 않는 사실을 믿을 때 소망하는 바를 이룰 수 있으며 상식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지금과는 다른 현실이 된다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상 * '하느님과의 수다'라는 제목의 책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듣다가

詩-깨달음 2022.03.18

사랑이 스스로 말할 때

사랑이 스스로 말할 때 / 김신타 커가면서 수없이 들어본 사랑 부모님의 사랑과 선생님의 사랑 종교에서의 사랑과 자비 남녀 그리고 부부간의 사랑 에로스 또는 육체적 사랑 필리아 또는 정신적 사랑 아가페 또는 영성적 사랑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나 현실과 이상적 사랑으로도 나눌 수 있으리라 그리고 환갑을 지난 나이 사랑에 대한 정의가 스스로 내려졌다 수천 년의 세월에도 정하지 못한 결론을 백 년도 못된 내가 내리는 게 아니라 수천 년에 육십 년을 더한 세월이 말하고 있다 사랑에 있어서 두 갈래 길 안으로의 사랑과 밖으로의 사랑 중에서 스스로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 등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 중에서 샘물이 안에서 밖으로 흐르듯 외부에서 사랑을 구하지 말며 내면에서 사랑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어찌 됐든 자..

신작 詩 2022.03.18

낮잠

낮잠 / 신타 문학회 회원 작품 전시 중인 미술관 함께 관람한 후 점심을 같이 먹기 위해 월차의 반인 반차를 내고 참석한 자리에서 모처럼 술 한잔해서인지 3시쯤 잠들었다 깬 어렴풋이 보이는 숫자가 5인지 9인지 가물가물 애써 정신 차려 보니 아직 6시가 되지 않았고 출근 시간 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창밖을 본다 흐린 날씨이긴 하지만 환하게 밝아오고 있어 출근 준비하며 휴대폰 안에 있는 달력을 보니 날짜가 안 넘어가고 어제로 나오는 거다 왜 이러나 싶어 앱을 닫았다 열어도 마찬가지 그제서야 혹시 오후일까 싶어 확인해보니 이런... 세상에 없는 시간이 내게 주어진 기분이다 반차를 낸 오후, 반주에 취한 낮잠이 이태백이 살던 달나라로 나를 보내주었다

신작 詩 2022.03.17

우리는 모두 계절이다

우리는 모두 계절이다 / 신타 허공에 수많은 손을 뻗어내 멍울진 손이 봄에 닿았을 때 목련은 꽃을 피운다고 한다 허공 속에 가득한 계절 중에 봄기운이 절정에 달했을 때 목련은 잎을 피운다고 한다 계절은 공중에 가득하며 바뀌는 건 계절이 아니라 우리가 입는 옷일 뿐이다 하얀 봄옷을 좋아하는 목련 더러는 자주색 나들이옷 꺼내어 입을 때도 있는 목련꽃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지금 여기 머물다 때가 되면 옷을 바꾸어 입는 계절이다

신작 詩 2022.03.16

요람과 무덤 사이

요람과 무덤 사이 / 신타 "요람과 무덤 사이에는 고통이 있었다"*가 아니라 다만 기억이 있었을 뿐이다 고통의 기억일 수는 있겠지만 밀물처럼 다가왔다 썰물처럼 사라지는 고통 남는 것은 고통의 파도가 아니라 파도가 가라앉은 기억의 바다일 뿐이다 만약에 기억이 없다면 그까짓 고통이 무슨 대수랴 주삿바늘 들어갈 때의 따끔함과 다를 게 무엇이랴 살면서 기억나는 게 고통뿐인 사람은 불안한 밤이며 기쁨인 사람이라면 그는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다 지난 뒤에 돌아보면 고통도 사랑이 되며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처럼 기쁨으로 물드는 황혼이 되자 깊게 익어가는 노을빛이 되고 웃음으로 빛나는 저녁이 되며 평안을 담아내는 어둠이 되어 아름다움을 꿈꾸는 밤이 되자 * 독일의 작가이자 시인 '에리히 케스트너'의 시 「숙명」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