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 43

나의 인생 나의 삶

나의 인생 나의 삶 / 신타 내가 빈 호주머니 털털털 털어 인생에게 술 한잔 사줄 수 있음도* 그가 텅 빈 내 호주머니에 넣어준 술값 덕분일 뿐 나는 빈손으로 태어나지 않았던가 내 인생을 믿지 않고 무엇을 믿을까 나를 믿고 인생을 믿고 삶을 믿는 삶이고 싶다 삶 안에 있는 내가 삶을 믿지 못하는 어리석음이여 인생이 내게 준 것임에도 내가 주는 것으로 착각하는 모자람이여 삶은 내게 인생을 주고 삶을 주고 술값을 주었다 나는 이제 그에게 술 한잔 사주련다 그와 함께 축배를 들련다 나의 인생 나의 삶을 위하여 * 안치환 곡 (정호승 시)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가사 부분 인용

신작 詩 2022.03.11

돈오돈수와 점오점수

돈오돈수와 점오점수 스님이나 불교인들한테서 더러 듣는 말 중에 하심 下心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깨달은 사람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제대로 깨닫지 못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이를 등산에 비유한다면, 정상에 오르지 못한 사람에게 하산하라고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하심하라는 충고를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은 일반 대중이 아닌 견성 즉 깨달음의 문에 들어선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견성이란 히말라야 고봉 등정에 비유할 수 있는 바, 고봉 등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하산 과정도 이에 못지않게 위험하다. 견성 상태인 기쁨의 고봉에 머물러 지내는 게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바로 하심 또는 점수이다. 불교에서는 보림이라는 용어로 이를 나타내는데, 용어와 ..

깨달음의 서 2022.03.09

내면이라는 단어

내면이라는 단어 / 신타 나는 외부에 있지 않은 내면에 있는 없음이며 내 안에 있는 내면이 곧 나 자신이기도 하다 과거는 기억 속에서 물방울처럼 떠오르며 나는 지금 여기에서 늘 열려있는 미래를 향한다 삶에 대한 믿음과 감사함의 심연 속에서 내가 소망하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밀고 나갈 뿐이다 내 안에 있는 나는 시공이 없는 내면에서 소망하는 현실을 상상하고 상상을 창조해내는 조각가다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고 없는 것 같으면서도 있는 내면이란 점이나 선 또는 면과 같은 단어일 뿐으로 점 선 면은 그려보일 수 있지만 내 안의 나는 그릴 수조차 없는 내면이란 의식 속의 단어이자 나 또한 내 안의 단어일 뿐이다

詩-깨달음 2022.03.08

내면이라는 무인도

내면이라는 무인도 / 신타 과거란 없다 기억 속에 있을 뿐이며 기억은 언제나 현재이기 때문이다 미래란 없다 상상 속에 있을 뿐이며 상상은 언제나 현재이기 때문이다 바다에 떠 있거나 섬에 갇혀 있어도 우린 늘 지금 여기에 머물 수밖에 없다 우린 누구나 현재라는 무인도에 표류하는 방랑자일 뿐이다 눈앞에 보이는 장난감과 빗소리와 몸에 닿는 빗줄기에 춤을 추다가 싫증을 내기도 하며 누구도 알 수 없는 내면이라는 무인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가 간다 '나마스테'라고 인사를 하기도 하는 서로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은 내면이라는 무인도에서

詩-깨달음 2022.03.08

요천의 오후

요천의 오후 / 신타 여뀌 요 자를 쓰는 요천(蓼川) 바윗돌에 앉아 물 위에 뜬 오리를 그린다 윤슬 되어 반짝이는 햇살 찬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무리 지어 노니는 오리들 바라보는 나는 홀로 앉아 옷깃을 여미고 있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거기 머물러 있는 바람에 밀려오는 물결처럼 물결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바람 쓸쓸한 삼월 어느 날 시로 그리는 요천의 오후 춘향교 위 햇살은 오늘도 그리움에 눈 부시다

신작 詩 2022.03.06

깨달음이란 과정일 뿐이다

깨달음이란 과정일 뿐이다/ 신타 나를 비우는 게 아니라 깊이 뿌리 내린 두려움 그것을 없애는 것일 뿐 내가 나를 비운다는 말은 눈이 눈을 본다는 것처럼 말에 지나지 않는 허깨비 보이는 모든 게 나인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것 또한 나이며 나란 사라질 수 없는 존재인 밝음 속에 한 꺼풀 밝음마저 더 벗겨지고 사라진 그 자리 오롯하게 서 있는 거기 나는 저마다 내면에 자리하는 두려움 우리가 정녕 바라는 깨달음이란 하나씩 벗겨내는 과정일 뿐이다 자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 환해지고 나서도 계속 이어지는 영감의 빗물 담아내는 과정이다

詩-깨달음 2022.03.06

모든 선택이 최선일 뿐

모든 선택이 최선일 뿐 / 신타 삶 속에 있는 내가 삶에 감사하는 삶이 되리라 불안에 떨던 지난날에 대한 기억 그조차 사랑하고 감사하는 내가 되리라 삶 안에서 판단하지 말며 삶에 빠져버린 바보가 되자 삶 앞에서 나를 내세우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자 삶이 주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좋은 것 나쁜 것으로 판단하고 거부하지 말자 징검다리일지라도 천천히 조심하며 건너자 파도가 거셀지라도 기꺼이 바다를 기다리자 내가 삶이며 삶이 나인 오늘을 살아가는 삶에서 최선의 선택이란 없다 모든 선택이 최선일 뿐

詩-깨달음 2022.03.06

믿음 소망 사랑

믿음 소망 사랑 / 신타 낯선 곳에서 혼자라는 두려움이 서로에게 인연으로 다가왔으며 회전목마처럼 돌고 도는 계절은 샘물처럼 시작된 인연의 물줄기 운명의 물줄기로 바꾸어놓았다 만날 때에 헤어질 것을 염려하고 내일은 어느 쪽에서 바람이 불까 여전히 두려움을 넘지 못하는 채 헤어짐의 아픔을 생각하여 미리 헤어지고자 하는 어리석음의 꽃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 백화점 막걸리 세 병 들고 기차역에서 처음 만난 사랑 인연을 넘어 운명적인 만남의 도도한 물결 또한 피할 수 없다 무슨 바람이 불지는 내일의 일 오늘은 물결 따라 흘러갈 뿐 부는 바람 따라 물결칠 뿐 물결도 바람도 안에서 내 안에서 일어난다 무엇을 밖으로 드러낼지는 저마다의 선택에 달린 일 의심과 불평의 물결 아닌 믿음과 감사의 심연에서 소망의 물결 드러낼 ..

신작 詩 2022.03.04

삶과 죽음이란

삶과 죽음이란 / 신타 삶이란 껍데기 안에서 씨앗이 여무는 일이며 껍데기에 붙은 씨앗이 홀로서기 하는 것이다 죽음이란 속에 든 씨앗 아닌 껍데기의 흩어짐일 뿐이며 마음속 생각으로 쌓은 정체성의 사라짐일 뿐이다 삶과 죽음이란 오감이 껍데기라는 사실 어찌해서든 깨닫고자 하는 일이며 뿌리에 매달린 껍데기조차 때가 되면 기꺼이 불사르는 일이다

詩-깨달음 2022.03.04